어제 마신 술이 조금 과했는지 조금 늦게 일어났다. 밥을 먹고 다예와 잠깐 놀고 출발하면서 시간을 보니 9시 10분. 사무실까지 걸어가면 20~30분 정도 걸리는데 걸어 가기에는 시간이 조금 늦은 것 같았다. 그래서 L마트 앞에 서있는 택시를 탔다. 보통 다른 택시들은 L마트 앞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이 택시는 계속 출발하지 않았다. 좁은 도로이다 보니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았다.
도아: 이 길로 가시죠?
기사: 그 길은 신호가 많이 걸려서요.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타고 보니 신호등의 수는 똑 같았다. 오히려 사각형의 대각선을 가로 질러 가는 것이 L마트 앞길이라면 사각형의 두변을 타고 가는 것이 택시 기사가 택한 길이었다. 충주의 교통 신호 체계는 순환식이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서울처럼 양차선에 동시에 녹색불이 들어 오는 것이 아니라 한차선에 녹색불이 들어오고 그 다음 차선에 녹색불, 이런식으로 네개의 차선에 차례로 불이 들어 온다.
길이 좁아 직진과 좌회전을 함께 주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인 것 같았다. 따라서 이런 사거리에서 신호는 무척 길다. 반면에 L마트 앞길의 신호는 사거리의 신호가 아니라 훨씬 짧다. 즉, 같은 신호에 먼길, 긴 신호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당연한 얘기지만 택시비는 평상시보다 더 나왔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본 글. 누리꾼들에 의해 알려진 부천S병원 사건.과 동영상. 어이가 없었다. 결국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럽다는 글을 올리고 기분을 돌리기 위해 다예에 대한 글도 올렸지만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런 사회를 어떻게 아이들에게 물려 줄 수 있을까? 환자의 목슴을 담보로 파업하는 것들, 환자의 고혈을 빨아 호의 호식 하면서 또 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들, 의료 사고만 발생하면 제식구 감싸기로만 일관하는 이런 것들에게 가족과 아이의 건강을 어떻게 맏길 수 있을까?
인터넷의 힘은 무서웠는지 '부천S병원'에 대한 글이 블로그 스피어를 완전히 점령했고 그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금이야 옥이야 키운, 그 금쪽 같은 아이를 빼았아 가고는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병원, 돈이면 다 된다는 그 망할 놈의 병원을 보니 오히려 화가 더 났다.
합의가 기분 나쁜 것은 아니다. 저런 것들을 의사로 둘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이 미칠듯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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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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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_Dust 2007/04/05 01:12
저도 오늘은 술을 조금 했습니다.
근래에 제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과외)의 학부모(사장님 내외)와 한 술자리였습니다.
아직 부모는 커녕, 가정도 못 이루었지만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제가 계속 강조한 것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것, 그리고 최고의 가르침은 바로 부모의 삶이다. 그 이상은 없다." 입니다.
저보다 연륜도 훨씬 많으시고 제 직장 상사이신 분께 도를 넘는 이야기였는지는 몰라도, 부모라는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있는 문제였기에(자식에 대한 욕심으로) 무례를 무릎쓰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정말 울고 싶은 일들이 많습니다.
울지 않고서는.. 아니 우는 수밖에 달리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 자식들은 그렇게 손 놓고 울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물려줘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길은 내가 올바르게 살고, 내 자식이 올바르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여담으로 제가 다닌 학교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 "Change the world" 였습니다. "세상을 바꾸자."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Change yourself at first. and change your neighbor. Then, the world will be change by itself")
구우일모라고.. "나 하나쯤이야.." 라고 하지만 반대로 "나 하나라도.." 라면 분명 좋은 세상이 오겠지요.
술김에 주저리 한번 해보았습니다. ^^; -
damibasia 2007/04/05 01:53
오후에 저녁 늦게 다시 집에 들어왔는데 한겨레 기사를 봤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 ··· 951.html
너도 오늘 내내 이 사건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아 우울했습니다. 뭔가 착각을 하고 살고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무서운지 몰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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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opy 2007/04/05 15:38
저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아침에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고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 어린 학생을 위시해서 우리나라에서 한 해 의료사고로 숨지는 분들이 15000~25000 명이나 된다더군요. 어처구니 없는게 그에 대한 상세한 통계조차 없다는 겁니다. 어림짐작이죠. 매년 오르는 건강보험료에서 조그만 더 효율적으로 예산을 배정하면 국과수에 대한 지원도 늘리고 의료사고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및 관련법제 정비가 가능할 것도 같은데 수십년동안 왜 그렇게 책임을 방치하며 국민이 덧없이 죽어나가도록 했는지 그것부터 따져묻고 싶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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