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갑의 의미는?
고작 1700원이 이렇게 사람을 만족시킨 적은 없다. 가볍다. 그리고 착용감이 좋다. EVA 슬리퍼는 물을 만나면 빙판의 스케이트화처럼 미끄러진다. 그러나 XS100은 거꾸로 잡아준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모리 부대찌개' 보다 싼 슬리퍼가 이런 만족감을 줄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이렇게 싼 가격은 재고떨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이런 디자인을 좋아할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나랑 취향이 비슷하다면 구입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구입한 슬리퍼 중 기능, 성능면에서 최고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 뭐라고 얘기하기 힘들지만.
<사진 출처:파라디 푼타 카나 홈>
목차
우연히 시작된 EVA 사랑
튀는 디자인의 LOOKA 슬리퍼
초경량.친환경소재.미끄럼 방지 충격흡수.뛰어난 내마모성
- 가벼운 야외 활동시 슈즈로 사용(아웃도어용)
- 등산, 조깅 등 잦은 운동으로 발이 늘 피로할 때 운동화 대신 활용
- 허리나 무릅을 많이 사용하는 일상에서 사용
- 무리한 스포츠로 인해 발의 빠른 피로회북을 원할 때 사용
- EVA 소재를 이용한 Soft 발포체로서, 충격흡수 및 맨발과 같은 편안함과 피부와 같은 질감을 적용한 고기능성 샌들로서 감각이나 면역성이 떨어져서 쉽게 상처가 나있는 발이나 통증에 과민한 발을 보호하고 보행시 편안함을 제공
- 소재 EVA(Ethylene Vinyl Acetate)
- made in KOREA
꽤 오래 전에 구입한 슬리퍼가 있다. 당시로는 새로운 소재였던 EVA로 만든 슬리퍼다. EVA가 가볍고 성형이 쉽기 때문인지 한 때 전세계적으로 유행했었다[1]. 이런 유행을 타고 국내에서 출시된 슬리퍼가 LOOKA 슬리퍼(윗 그림 참조)였다. 그런데 EVA 소재로 만든 신발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미끄럼 방지"라는 제품 홍보 문구는 평상시에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연마한 콘크리트 바닥에 물이 떨어져있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런 바닥을 만나면 EVA 슬리퍼는 빙판의 스케이트화처럼 바뀐다. 그냥 쭉 미끄러진다. 신발 바닥에 묻은 물이 마찰로 다 사라질 때까지 그냥 미끄러진다. 이 때문에 커피를 들고 가다 쏟고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넘어질 뻔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바닥을 만나면 콘크리트는 빙판, 슬리퍼는 스케이트화가 된다. 정말 잘 미끄러진다.
삼선 슬리퍼같은 Aro 슬리퍼
집에서 신던 슬리퍼가 떨어져 LOOKA 슬리퍼를 집으로 보내고 사무실에서 사용할 EVA 소재의 다른 슬리퍼를 찾았다[2]. 그러다 눈에 띈 제품이 Aro 초경량 슬리퍼였다. 디자인은 일반 슬리퍼와 같고 소재만 EVA였다. LOOKA 슬리퍼는 튀는 디자인 때문에 눈길을 끌었던 기억이 있어서 평범한 제품으로 구입했다. 어디서 구입했는지, 얼마에 구입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사무실에서는 Aro 슬리퍼를 신고 집에서는 처음 구입한 LOOKA 슬리퍼를 신었다. 참고로 Aro 슬리퍼도 미끄럽기는 LOOKA 슬리퍼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물을 만나면 여지없이 미끄러졌다.
그런데 생긴 모양도 이상하고 물을 만나면 미끄럽기만 한 LOOKA 슬리퍼를 의외로 우영이가 무척 좋아했다. 자기 슬리퍼가 있는데도 항상 이 슬리퍼를 신고 다녔다. 몸무게가 점톤이 넘는 녀석이 신고 다니다 보니 얼마 되지않아 사진처럼 바닥에 구멍이 났다. 그런데 녀석은 집에 다른 슬리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구멍난 신발을 신곤 했다. 이 신발을 고집하는 이유는 나랑 같았다. '가볍다'가 가장 큰 이유였다. 또 이 신발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우영이가 사무실에 오면 아직도 이 슬리퍼를 신기 때문이었다.
LOOKA 슬리퍼에 대한 글을 2007년 5월 쯤 올렸다. 이글을 쓰는 시점이 2017년 6월이니 만 10년전에 구입한 슬리퍼다. 통짜 구조라 바닥 구멍을 빼면 아직도 신을만하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강화된 Aro 2
결국 Aro 슬리퍼를 더 구입해 녀석에게 주기로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그런데 구입한지 워낙 오랜된 상품이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뒤지다 뒤지다 찾은 슬리퍼가 도매꾹에서 개당 3900원 하는 Aro 2 비치샌들이었다. 최소 3개 이상 구매 상품이고 재고가 있는 색상은 레드와 블루, 신발 치수는 230, 280이었다. 하나는 내가 신고 다른 하나는 우영이, 마지막으로 레드 하나는 다예에게 주기로 하고 3개를 구입했다.
파란색 두 개를 모두 집에다 두면 신발 색상과 치수가 같아 우영이 신발과 내 신발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전에 구입한 검정 Aro 슬리퍼는 집으로 보내고 파란 Aro 2 슬리퍼를 사무실에서 신었다. 같은 디자인, 같은 소재인데 Aro 2라는 점이 좀 이상했다. 외형적인 차이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사무실 바닥에 물을 뿌리고 그 위를 조심스럽게 걸어봤다. 그런데 의외로 잘 미끄러지지 않았다. Aro 2는 소재도 같고 디자인도 같지만 '미끄럼 방지 기능'을 개선한 제품이었다.
블로그에 올린 우영이와 다예 사진은 대부분 10년 전에 찍은 사진들이다. 그 사이 글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는 어느 정도 자란 아이들 사진을 동의없이 올리는 행동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영이는 고1때부터 나보다 키가 컸다. 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은 키 186에 몸무게는 점톤이 넘는 거구로 자랐다. 그리고 작년 부터 시작한 농구에 푹 빠져있다. 이렇다 보니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집에 있는 내 검정 Aro 슬리퍼도 세월 탓인지 바닥에 구멍이 났다. 결국 집에서 잠깐 밖에 나갈 때는 우영이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우영이 슬리퍼를 신으면 오른쪽 신발이 계속 벗겨졌다. 확인해 보니 오른쪽 엄지 발가락 부분이 크게 늘어나 있었다. 우영이게 이유를 물어 보니 "슬리퍼를 신고 농구를 하다 미끄러지며 늘어졌다"고 한다. 결국 집에서 신을 슬리퍼가 사라진 셈이다.
가성비 최고, 만족도 최고의 XS100
"존재하지 않는 상품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면 블로그 링크를 다시 클릭하면 된다. 11번가 오류로 보인다.
처음에는 도매꾹에서 같은 신발을 사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디자인을 너무 오래 신었기 때문에 EVA 소재의 다른 신발을 찾았다. 다만 이번에는 좀 튀는 디자인을 찾았다. 오늘 소개하는 XS100이라는 이지 라이트 샌들이다. 얼핏 디자인만 보면 처음 구입한 LOOKA 슬리퍼와 닮았다. 그러나 사진처럼 검정색과 빨간색으로 디자인은 더 튄다. LOOKA 슬리퍼는 신발 전체가 통짜로 되있다. 반면 XS100은 신발과 밑창이 분리된다. 가격은 11번가에서 고작 1700원에 팔고 있다. 다만 색상과 치수가 별로 없다. 색상은 파랑[3]과 검정, 신발 치수는 260 하나 뿐이었다.
에누리에서 최저가 검색을 해보면 검정색 250도 있었다. 가장 싼 제품은 G마켓에서 판매하는 스타 이지라이트 샌들(XS100-03) 검정으로 할인가 7220원이다. 이런 부분을 보면 이 슬리퍼도 처음에는 만원대로 팔리다 재고가 거의 소진되자 남은 슬리퍼를 헐값에 파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색상은 큰 상관이 없지만 260이라는 신발 치수가 마음에 걸렸다. 운동화는 270을 신고 Aro 2 비치 샌들도 280이었기 때문이다. 280인 슬리퍼를 발 치수가 300인 우영이도 문제없이 신는 사실에 착안해서 260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3개를 주문했다.
제품을 받고 보니 의외로 슬리퍼가 괜찮았다. 디자인은 좀 튀지만 일단 착용감이 좋았다. 이전에 구입한 EVA 슬리퍼에 비해 밑창이 두꺼운 덕에 쿠션감이 훨씬 좋았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점은 미끄럼 방지였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LOOKA 슬리퍼와 Aro는 물을 만나면 슬리퍼에 묻은 물이 마찰로 사라질 때까지 빙판의 스케이트화처럼 미끄러졌다. Aro 2는 조금 개선됐지만 다른 신발에 비해서는 미끄러웠다. 그런데 XS100은 이런 점을 놀라울 정도로 개선했다.
신발을 신고 다니며 가금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걷다보면 슬리퍼가 땅 바닥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느낌인가 싶어 확인해 보니 연마한 콘크리트 바닥에 물이 떨어진 자리는 미끄러지지지 않고 오히려 달라 붙었다. 신발을 들고 바닥을 천천히 살펴봤다. 발 뒷꿈치가 닿는 부분이 오징어 빨판처럼 생겼다. 이 발판 때문에 물을 밟으면 오징어 빨판처럼 물을 밀어내고 진공 상태를 만들어 붙는 듯 했다.
소재가 EVA이기 때문에 다른 슬리퍼처럼 가벼웠다. 그러나 EVA의 미끄러지는 단점을 완전히 개선한 슬리퍼였다. 또 신발과 밑창이 분리된다. 처음에는 이런 분리된 구조 때문에 걷다 분리되지 않을까 걱정 했었다. 그런데 20일 가까이 신어본 결과 신발과 밑창이 분리되는 일은 없었다. 상품 홍보 문구처럼 물놀이에 적당하도록 개발된 신발이었다. 신발 밑창에 있는 오징어 빨판도 EVA가 물을 만나면 스케이트화로 변하는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물놀이 용도 때문에 신발 밑창 앞부분에는 사진처럼 구멍 5개가 뚫려있었다. 물놀이 하며 신발에 물이 차면 이 구멍을 통해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였다. 신발과 밑창이 분리되는 구조 역시 물놀이 때문에 고안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구조는 물놀이에는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사무실 슬리퍼로 신을 때 오히려 단점이 된다. 가장 쉬운 예는 비가 왔을 때다. 신발에 구멍이 있고 밑창과 신발이 분리되는 구조라 슬리퍼를 신고 걷다 보면 심하진 않지만 물이 스며든다.
아무튼 최근에 구입한 제품 중 가성비가 가장 좋은 제품이었다. 오모리 부대찌개 보다 싼 가격에 이런 만족감을 준 제품을 또 찾을 수 있을까? 발 크기가 280 이하라면 슬리퍼 치수 260이면 거의 맞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슬리퍼 발 치수를 확인해서 260 슬리퍼가 맞는다면, 또 이런 튀는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구입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옥션, 11번가, G마켓 등 열린 시장에서 대부분 검정색/파란색 260 또는 검은색 250만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마지막 남은 재고 떨이일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추가 구입도 생각하고 있다.
20여일 정도 신은 슬리퍼이다. 주로 사무실에서만 신고 있다. 물론 사무실에서 잠깐 나갈 때도 비가 오지 않으면 신고 나간다.
단점
올 여름 내내 신다보니 몇가지 단점이 눈에 띈다. 먼저 오징어 빨판이 너무 쉽게 닳는다. 따라서 신다 보면 다시 미끄러워 진다. 오징어 빨판이 물을 잡아준다고 너무 맹신하지 않았으면 한다. 두번째 단점도 비슷하다. 슬리퍼가 통구조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발판이 분리되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바닥에서 발판을 잡아 주는 부분이 닳으면 슬리퍼가 금방 망가진다. LOOKA 슬리퍼처럼 오래 신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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