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제국 vs 이씨삼성
'삼성공화국'은 의미상 삼성의 실체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사용한 명칭은 삼성제국이었다. 삼성왕국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삼성이 가진 거대함 때문에 삼성제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런데 삼성제국이나 삼성왕국이라는 표현도 삼성의 실체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에서는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진보성향의 한겨레나 프레시안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 무노조 경영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찾은 두 개의 자료(한겨레21의 링크와 프레시안의 링크)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기사내에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삼성과 공화국은 어울릴까?
공화제(共和制, 영어: republic)는 공화국의 정치 체제를 가리키며, 형식적으로 또는 실제로 주권이 그 구성원에게 있는 정치 체제이다. 기본적으로 입헌제이고, 이에 따라 법을 기반으로 구성원이 정치적 의사 결정에 법적 차별 없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사회로 운영되는 정치 체제이다. 그러므로 군주제와는 달리 공화제에는 군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공화제를 주장하거나 실현하려고 하는 정치적인 태도나 이념을 공화주의라 한다. 이때 구성원은 ‘법에 따른 구성원’으로 모든 구성원을 뜻하지는 않는다.[출처: 위키백과 공화제]
이 공화제를 채택한 나라를 보통 '공화국'이라고 한다. 공화제에 대한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공화국은 주권이 그 구성원에게 있는 나라를 말한다. 그러면 삼성의 주권이 그 구성원에 있을까? 삼성의 모든 권력은 '이건희'라는 한 사람으로 부터 나온다. 아울러 이런 권력은 이병철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또 이 권력은 다시 이재용 상무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북쪽의 정치체제도 '공화국'이다. 남쪽은 민주공화국, 북쪽은 인민공화국이다. 따라서 "권력을 부자간에 세습하는 삼성"이라고 해도 공화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여기도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북한을 공화국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북한만 공화국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많은 사람들 - 특히 삼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까지 - 이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권력이 부자 승계되는 체제는 공화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권력이 아버지에서 자식, 그 자식에서 다시 손자로 이어지는 체제를 우리는 일반적으로 '군주제'라고 한다. 그런데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먼저 우리나라의 정치체제가 공화국이고 우리나라는 삼성이라는 기업의 공화국이라는 의미로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두번째는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이 '삼성왕국', '삼성제국' 보다는 '삼성공화국'의 이미지가 덜 부정적이기 때문에 사용한 언론의 말장난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언론은 이런 말장난을 아주 많이 한다. 이건희 비자금을 삼성 비자금, 삼성 중공업 기름 유출 사건을 태안 기름 유출 사고로 표현하는 것도 언론의 이런 말장난에 속한다.
- 이건희 비자금 vs 삼성 비자금
-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국민들의 공포심을 자극, 이건희 개인의 잘못을 삼성이라는 기업, 나가서는 국민의 심리에 까지 결합하려는 말 장난이다.
- 삼성 중공업 기름 유출 사고 vs 태안 기름 유출 사고
- 보통 이런 사고는 씨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처럼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고를 태안 기름 유출 사고로 표현하는 이유는 이 사건과 삼성이 무관한 것으로 보이게끔 하려는 언론의 말장난이다.
- 떡검 vs 뇌물 검사
- 떡검도 상당히 비슷하다. 뇌물이라는 말 보다는 떡을 사용함으로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언론의 말장난이기 때문이다. 또 뇌물이라고 하면 그 규모가 상당히 크지만 떡값이라고 하면 규모가 작은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 언론의 말장난이다.
- 매국노 vs 친일파
- 우리나라에서 친일파라고 하면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를 말한다. 그런데 매국노와 친일파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이유는 친일파라는 말이 매국노 보다 훨씬 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과 친한 사람을 표현할 때도 친일파로 부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삼성제국 vs 이씨삼성
'삼성공화국'은 의미상 삼성의 실체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사용한 명칭은 삼성제국이었다. 삼성왕국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삼성이 가진 거대함 때문에 삼성제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런데 삼성제국이나 삼성왕국이라는 표현도 삼성의 실체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왕국 또는 제국이라고 하면 "권력이 혈연으로 승계된다"고해도 성군을 만나면 독재자가 다스리는 민주공화제 보다 나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삼성을 표시할 때 지금까지 사용한 삼성제국이라는 표현 보다는 이씨삼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 표현은 "일본인들이 삼성을 경멸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한 표현"이라고 한다. 그러나 삼성이 이씨일가의 회사이며, 이씨일가의 폐해와 삼성의 폐혜를 지적하기에는 이 보다 나은 표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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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니들이 좌파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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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삼성왕국! 등신 소비행태가 부른 자업자득 [삼성불매 FAQ]
Tracked from Ubuntu Linux | 자유 평등 2009/03/04 12:11 del.자본주의 최고권력은 불매운동 삼성 불매운동에 대한 Q&A 저능아용 v1.4 1) 삼성의 개짓과 삼성제품 소비는 별개의 문제이며 개인의 자유이자 취향이다? 개인의 자유는 물론 존중되어야 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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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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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유 2009/03/02 21:22
그냥, 법이고 뭐고 꼴리는 대로..
대한민국은 이씨들이 문제가 많은 듯 해요.
(이승만,이명박,이건희‥ 그리고 또 뭐?)
아닌가 다 문제가 많은건가. -
위상 2009/03/03 01:25
으음...그런데, 예전부터 궁금했던건데 도아님이나, 여타 다른 삼성 반대 블로거 분들은 삼성이라는 '기업 자체'가 사라지길 바라시는 건가요, 아니면 지금 삼성을 다스리고 있는 '이건희 일가'가 사라지길 바라는 건가요? 전 이 부분이 항상 마음에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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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sfe 2009/03/03 10:42
도아님의 의견에는 찬성입니다.
다만 특정 일가가 아닌 같은 이씨 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비약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약간의 오해소지를 조금 줄여주셨으면 합니다.
이(거니)씨(일가)삼성 이라고만 생각하는 제가 다르게 생각하는건가요? -
Republicanism 2009/03/03 13:27
홍세화 씨가 이전에 지적한 사항이었죠... 공화국의 개념을 사람들이 곡해할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고,,
블로그 메인의 볼테르의 말도 홍세화씨의 책에서 많이 봤더니, 오히려 처음 블로그 왔을때 반갑더라구요^^
홍세화씨를 좋아하시는것 같네요... 저도 그런데.. -
위센셩 2009/03/06 10:15
이건희 일가든 기업으로서 삼성이든, 그 영향력을 기업경영영역에만 국한한다면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텐데... 정치,문화,사회, 스포츠등 여러 방면에 문어발처럼 영향력이 엄청나게 펴져있다보니 이런 말이 생기는 것 같애요. 삼성이라는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이건희 일가가 절대적으로 악한 존재로 부각되는데, 실상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런면에서 LG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이지만 구본무 회장이 받는 시선은 이건희 전 회장이 받는 시선과 분명히 다른 면이 있어요... 2인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덜받는다라고만 볼 수 없는, 분명한... -
오다기리죠 2009/03/06 22:57
트랙백 잘 봤습니다.
좋은 글 트랙백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 공화국보단 삼성왕국이란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때론 제국도 쓰고요.
공화국이란 표현은 잘못된 표현임에 틀럼없죠. -
미르~* 2009/03/07 08:44
도아님 말씀에는 구구절절히 동의하지만...
왕족에 빌붙어 사는 입장이라 참 기분이 꿀꿀해지네요~ ㅠ_ㅠ;;
좀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게 해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어르신들이야 잘 모르시고 좋아라 해주시긴 합니다만...
거니일가가 통째로 물러나서 나머지 사람들끼리 치고박고 싸우고...
현대처럼 되야.. 뭔가 해결이 날 것 같아요~ ;; -
곰녜 2009/03/26 21:04
아.... 이틀전에 대학교 강의에서 economist에 실린 삼성과 LG의 주식관련 경영 관리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더라고요.. 핸드폰 시장에 대한 거였는데 강의실에 있는 사람들 2/3 정도가 삼성 그리고 LG순으로 핸드폰을 가지고 있더군요.. 한국인으로써 아..정말 자랑스럽다고 느꼈으나... 기사 마지막즈음, [Lee Kun-hee resigned after being charged with tax evasion and arraning for share in Samsung subsidiaries to be sold to his son at artificially low prices...] 나오더라고요. 저희 교수님이 쓰신 표현이 딱 "Lee family's controlled coy" 였는데... 딱이네요. 이씨삼성. 이런 비투명성 회사는 오래갈수 없다하시면서 맹렬히 비난하시는데 정말 반박을 못하겠더군요... 저런 시스템으로 이렇게까지 reputation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의문스럽다고 하시더군요..
에휴... 언제쯤 한국기업들이 정직한 기업문화를 가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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