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12. 포르노

플레이보이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창간호 표지다. 1953년 창간한 플레이보이는 마르린 먼로를 1호 표지 모델로 선택했다. 참고로 1990년 3월호에는 트럼프 도 표지 모델로 나온다. [사진출처]

첫 도색잡지

오늘 순디자인님의 야동의 추억,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라는 글을 읽다보니 처음 도색잡지(포르노)를 봤을 때가 생각났다. 지금이야 'QFile'과 같은 것을 이용하면 수없이 많은 야동을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런 잡지는 구하기 정말 어려운 것 중 하나였다.

중랑 초등학교에서 이문 초등학교로 전학을 간 뒤 가끔 중랑 초등학교에서 사귄 친구의 집을 방문하곤 했었다. 한 녀석의 집을 찾아 가다 길에서 우연히 손바닥 크기의 작은 책자를 발견했다. 이 책자가 내가 본 최초의 '도색잡지'였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않지만 알록 달록한 것을 보고 삐라로 알고 주운 것이다. 당시 삐라를 주워 학교에 가져다 주면 지금으로 따지면 가산점 같은 것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옷을 다 벗은 남녀가 등장하는 찐짜 도색잡지였다.

못볼것은 본 것 같아 주변을 살펴보니 다행히 주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내용을 더 자세히 보기위해 집으로 와서 한 10여쪽 되는 이 책을 봤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장롱 속에 숨겨두었다. 그리고 얼마 뒤 외삼촌이 찾아 왔다. 외삼촌은 삼촌이지만 나이는 나 보다 3살 많았다. 따라서 삼촌이라기 보다는 형처럼 지냈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외삼촌한테 보여주었다가 결국 뺏았겼다.

두번째 도색잡지

두번째로 도색잡지를 보게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에는 태권도부에 가입했었다. 태권도부 새내기는 운동이 끝난 뒤 기름 걸래로 체육관 바닥을 닦고 가야했었다. 다른 부원들과 체육관 바닥을 닦고 있었다. 그런데 2학년 선배들이 집에 가지않고 체육관 한 켠에 모여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선배1: 제네들도 보라고 할까?
선배2: 그러지. 뭐. 재들도 남자데.
선배1: 야 이리와서 같이 보자.

선배들이 보고 있던 것은 '마성기'와 '견질녀'를 주제로한 도색 만화였다. 이런 만화는 누가 그린지 알 수 없다. 다만 그림 실력이 좋지 않았다. 또 종이 질도 아주 조악했다. 처음본 도색 만화책이지만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무슨 그림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꼭 무슨 머리띠 같은 것에 눈이 밖혀있는 조금 괴상한 그림으로 생각했었다. 이 책이 도색 만화책이라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였다.

마지막 도색잡지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정말 많은 도색잡지를 보게된다. 당시 장안동은 개발중이었는데 중랑천 뚝 주위의 도로가 아직 개통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장안교에서 장평교까지만 도로가 이어져 있었고 장평교 아래쪽은 거의 쓰레기장이었다. 내 나이 정도면 쓰레기장을 뒤지던 기억도 많다. 또 이렇게 쓰레기장을 뒤지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것을 주울 때도 많았다. 치구 녀석 역시 쓰레기를 뒤지다 여행 가방 하나를 발견했는데 여행 가방 하나 가득히 도색잡지가 들어 있었다.

학교에 이책을 가져갔다가 걸리면 정학을 먹는 그런 때였다. 따라서 녀석은 집으로 가져와 몰래 숨겨둔 모양이었다. 그래서 친구 집에서 세계에서 통용되는 거의 모든 도색잡지와 당시에는 정말 구하기 힘든 우리 나라 여성의 누드 사진을 구경했다.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허슬러 등등.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는 눈에 익어도 허슬러는 눈에 익지 않을 사람도 많을 것이다. 플레이보이가 여성의 누드가 나오는 성인 잡지라면 허슬러는 실제 성행위까지 나오는 완전한 도색잡지였다.

몇권 달라고 얘기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시에는 도색잡지가 보물과 비슷하게 취급되던 때였기 때문이다. 결국 신투술을 발휘해서 한 10여권 빼돌렸지만 녀석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이렇게 빼돌린 책중 허슬러라는 잡지가 있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내용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패러디한 장면이었다. 엘리스와 여왕이 옷을 벗고 동성애를 하는 장면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영어로 쓰여진 내용도 있고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학교에 다니면서 한번도 하지 않은 영어 공부를 했다. 그러나 일천한 영어 실력으로는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허슬러가 무슨 뜻인지만 사전으로 찾아 봤다.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지만 속어로 거칠게 미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왜 이 잡지책의 제목이 허슬러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도 삼촌에게 보여주었다가 뺏겼다. 이 뒤에도 가끔 이런 책을 가지고 오는 녀석도 있었고 청계천에 가면 이런 책을 파는 사람들이 달라 붙었지만 이 뒤로 이런 책은 거의 보지 않았다. 사실 나는 포르노 영화나 잡지를 지금도 보지 않는다. 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는데 굳이 볼필요가 있을까?

남은 이야기

플레이보이와 함께 성인 잡지를 대표하던 펜트하우스는 인터넷 포르노가 범람하면서 폐간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반면에 플레이보이는 포르노 섹션을 줄이고 건강, 레저와 같은 부분을 더 늘렸다고 한다. 불패의 섹스 산업도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하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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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7 10:19 2007/06/17 10:19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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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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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야동의 추억,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Tracked from 편집디자인과 컴퓨터 그리고 이야기 2007/06/17 15:35 del.

    현재 인터넷 검색 1순위가 무엇인지 아는가?그렇다면 꾸준한 1순위는? 바로 "야동"이다.MBC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순재를 일순간에 영웅(?)으로 만든 것도 바로 "야동"덕분이다.도아님..

  2. Subject : 포르노는 왜 불법인가?

    Tracked from 임프레스 매거진 2007/06/18 13:37 del.

    + 이승환님의 "포르노는 왜 불법인가?" 승환님의 글을 보고 나니 갑자기 김본좌가 불쌍해졌다. 그리고 포르노가 불법인 나라가 이슬람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몇 개국이 안된다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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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Alphonse 2007/06/17 11:32

    중학교 1학년때 소위 '빨간책'이라며 많이 돌아 다녔죠.
    물론 그 당시 푹~ 빠져서 지금까지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cpu나 ram은 안 바꾸고 하드디스크만 계속 늘이고 있으니;;;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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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06/18 13:13

      윽. 문제가 있군요. 차라리 아가씨를 사귀심이...

    • Alphonse 2007/06/18 13:37

      헉; 저 집에서 쫒겨나기 싫습니다;;;
      마누라말고 딴 아가씨라뇨;;; ㅜㅜ;;;

    • 도아 2007/06/18 13:39

      헉. 결혼을 하셔군요. 야동을 모으시기에....

    • Alphonse 2007/06/18 15:57

      흑;;; 그렇게 직접적으로 얘기하실 필요는... ㅜㅜ;
      저 딸만 셋입니다. ( -_-);;;

    • 도아 2007/06/18 16:25

      그러고 보니 딸 셋이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기억을 못해서.

  2. neo 2007/06/17 13:12

    매체가 바뀜에 따라 잡지에서... 미디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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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06/18 13:14

      예. 그래서 제 블로그도 야동으로 찾아 오는 사람이 가장 많습니다.

  3. 미르~* 2007/06/17 13:39

    예전에는 정말 귀했었는데.. 요새는 흔하디 흔하죠~
    아이들에게는 위험할지 모르지만... 건장한 남성들에게는 축복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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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06/18 13:15

      예. 요즘은 너무 흔하죠. 그리고 접근하기도 너무 쉬워서.

  4. 고양이의 노래 2007/06/17 15:23

    -_- 햐 저 중학교때 플레이보이 서점에서 많이 훔쳤었죠

    지금은...그런책을 봐도 아무런 감회가 없습니다
    (야동에 찌든 24살이여....)

    "소년이여 야동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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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리오빠 2007/06/17 22:31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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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학주니 2007/06/18 09:05

    도색잡지라. 인터넷이 안되던 80년대, 90년대 초반에는 정말 세운상가가 그런 포르노 잡지, 비디오의 메카였죠. -.-;
    그당시에만 해도 만원이라는 엄청난 거금(!)을 들여서 비디오와 책을 구입했던 기억이 있네요. ^^;
    물론 친구들끼리 돈 모아서였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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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06/18 13:16

      저는 구입해 본적은 없지만 그런 의뢰는 많이 받았습니다. 이상하게 생긴아저씨가 "좋은 책 보여 줄까"하더군요.

  7. 고양이의 노래 2007/06/18 15:33

    제가 살던 곳에서는 서점에서 18금(저 중학교땐 만 18세 였다죠) 빨간책을 팔았습니다
    꽤 큰곳이어서 -_- 없던 책이 없던(?) 것으로 기억나네요

    일단 책을 들고 문으로 튀면서 자전거 타고 도망가는게 전부지만
    서점이 크고 사람이 많다보니 그짓(?)을 몇번 해도 지키는 사람이 계속 바뀌니
    모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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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06/18 16:32

      근쿤요. 제가 지금 서점에서 일하고 있지만 서점에서 빨간책 파는 곳은 저는 한번도 못봤거든요.

  8. Prime's 2007/06/18 17:03

    중 1때쯤.
    PC방이 생기고, 인터넷이 보급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스타를 할때 저를 포함한 똘마니 3명은 레인보우를.
    친구들이 레인보우를 할때 성인사이트 뚫기..

    그때당시에는, 주민번호 생성기에, 카드번호 생성기까지 있어서
    외국사이트는 물론이고 한국사이트도 뚫었지요.ㅋ
    그냥 뚤리더군요.._-;;;;;;

    지금은 온갖 뻘짓 방지장치(?)가 되어 있는지라 그짓을 못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건.
    친구들이나 동창들 사이에서 물주(?)로 통한다는 것입니다.....;;;
    ;;;

    단지.
    남들보다 한발 먼저 나간것 뿐인데 말이죠^^

    아! 군바리들은 그런거 보면 밤에 잠을 못자더군요.
    방금 일경단 후임에게 보여줬더니..
    한 3일 가더군요;

    그리고 제가 한참 어리다는걸 새삼스레 느끼게 되는군요...
    (정상적인 군바리이니까.... 대강20대...?)

    잼나게 봤습니다^^ 외박중이라 그런지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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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06/19 06:20

      예. 저도 비슷합니다. 제 연배에서는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이 없기때문에 거의 신처럼 군림해도 되더군요. 사실 컴퓨터는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종이 한장도 되지 않습니다.

  9. 마루치 2009/06/23 16:02

    아, 기억난다... 그때 그 숨막히던 경험.
    그런데 참 찝찝한 기억이지요.. 그거 기억나나요? 전두환 대통령때 갑자기 많아졌던 포르노. 그게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배워온 게 아닌가 해서요.. 젊은이 잡아서 썩히기엔 참 쉬운 방법이랄까...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9/06/24 08:40

      예. 당시 정치검열은 유지하면서 저런 표현은 검열하지 않았습니다.

댓글로 기쁨을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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