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치 다예의 힙합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이래저래 학교에 방문할 일이 많다. 학교를 자주 방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존심 강한 다예의 부탁이라 방과 후 수업에 참석했다. 예상대로 방과 후 수업은 한산했다. 춤을 추는 걸 보니 날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참 열심히 춘다.
다예의 부탁
얼마 전의 일이다. 자고 있는데 웬일로 다예가 아침 일찍 내가 자는 방으로 왔다. 둘째 다예는 잠이 늦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우영이가 잠들고, 우엉맘이 잠들고, 다예가 잠든다. 또 내가 일찍 잘 때는 다예가 가장 늦게 잘 때도 있다. 따라서 가족끼리 놀러 가면 밤 늦게 까지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다예 때문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늦게 자기 때문에 다예는 아침이 힘들다. 따라서 주말 여행을 가지 않을 때는 대부분 아침 부터 엄마와 다예의 전쟁이 벌어진다.
밥을 하며 "일어나라"고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다예. 간신히 깨워 놓으면 이젠 "학교 늦었다"고 울고 불고 한다. 여기에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열이 받은 우엉맘이 목소리를 높이면 출근 시간은 전쟁터가 될 때도 있다. 그런데 깨우지 않은 녀석이 일찍 일어나 내가 자고 있는 곳까지 왔으니 당연히 이상할 수 밖에 없다. 자고 있는 나를 흔들며 녀석이 하는 말.
다예: 아빠, 오늘 아빠가 학교에 오면 안되?
도아: (잠결에) 응, 안되.
일어나서 밥을 먹고 있는데 또 다예와 우엉맘 사이에 전쟁이 터졌다. 내용을 파악해 보니 오후 2시 30분 정도에 학교에서 행사가 있는데 엄마 보고 오라고 조르고 있는 것. 그런데 최근 우엉맘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우엉맘은 둘째 다예를 낳고 몸무게가 80Kg 이상으로 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몸무게를 55Kg까지 줄였다. 처음에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다 충주에 내려온 뒤 집 앞의 다이어트 센터를 다니며 살을 더 뺀 것[1]이다. 워낙 열심히 하다 보니 이젠 그 다이어트 센터에 아예 취직을 해서 운동을 가르치고 있다.
운동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 30분, 오후 7~10까지다. 이렇다 보니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 며칠 전부터 엄마를 조른 듯했다. 그리고 아무리 엄마를 졸라도 '안된다'고 하자 오늘은 아침부터 내게와서 조른 것. 아빠는 쉽게 들어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안된다'고 하니 다시 엄마를 조르기 시작한 것이다. 아빠에게 계속 조를 수도 있지만 대상을 엄마로 바꾼 이유는 한번 '안된다'고 하면 안되는 것으로 다예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한테 조를 엄두는 나지 않고 엄마를 계속 졸라도 '안된다'고 하니 다예는 이때부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원래 다예는 울어도 아주 불쌍하게 또는 아주 서럽게 운다. 결국 애 엄마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 보고 내가 대신 가기로 했다. "내가 가겠다"고 하니 울던 다예의 얼굴에는 바로 웃음 꽃이 피며, "아빠, 꼭 체육관으로 와야되"라고 외친다. 물론 이때까지도 난 무슨 행사를 하는지 몰랐다. 다만 체육관으로 오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 다른 무슨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방과 후 수업
아무튼 오후 2시 30분 쯤 다예의 초등학교로 향했다. 오후 2시 30분이니 학교는 한산했다. 예전에 다예 입학식 때와 우영이 때문에 몇번 학교에 갔었기 때문에 체육관을 찾아 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체육관에 도착해 보니 한쪽에서는 농구를 하는 아이들이 있고 가운데 단상 근처에서는 아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물론 다예도 여기서 춤을 추고 있었다. 추는 춤을 보니 최근 다예가 집에서 잘 추는 힙합댄스같았다. 춤을 추다 옆을 힐끗 보고 다예는 반가운 듯 손을 흔들었다.
무슨 행사인지도 모르고 온 것이기는 하지만 이왕 온것이라 일단 카메라를 들고 다예가 춤추는 것을 잡았다. 다예를 찍으면서 여기 저기 다니다 보니 일단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다. 또 다예와 같은 초등학교 저학년만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단상을 보니 힙합댄스 선생님으로 보이는 듯한 분이 시범을 보이고 옆에는 아이들 학부모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할머니 서너분이 먼저 와 있었다.
도아: (속으로) 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오라고 울고 불고 난리를 쳤지?
배우는 아이들은 꽤 많은 것 같은데 정작 와있는 학부모는 얼마되지 않았다. 젖먹이 아이를 앉고 있던 할머니까지 포함해도 한 4~5명 정도 였다. 잠깐 쉬는 시간이 되자 다예는 나한테 오지 않고 조르륵 체육관 문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친구들과 물을 마시고 있었다[2]. 아무 것도 아닌 행사에 울고 불고한 녀석이라 다예에게 다가서서 물었다.
옆에 있던 다예 친구들이 '아빠냐'고 묻자 다예는 수줍게 웃으면 '그렇다'고 답한다. 그리고 잠시 뒤 휴식 시간이 끝나자 아빠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힙합댄스를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무슨 행사인지 못내 궁금하고 혹시나 싶어서 학교 현관으로 다시 가봤다. 보통 학교 현관에 행사가 있으면 관련 행사를 적어두기 때문이다. 확인해 보니 오후 2시 30분에는 "방과후 수업 공개수업"이 있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공개수업도 참여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더구나 방과 후 수업이기 때문에 참석하는 부모는 더 적을 수 밖에 없다. 또 한학년만 참여하는 방과 후 수업이 아니라 초등학교 6학년까지 저학년, 고학년이 모두 하는 수업이었다. 저학년이라면 그나마 참석하는 부모가 있겠지만 고학년 방과후 수업까지 참석할 부모는 많지 않다. 따라서 방과 후 수업에 참석한 부모가 별로 없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다만 다예가 울며 불며 엄마, 아빠에게 조른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이전 글에서 있지만 다예는 자존심이 상당히 강하다.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하면 잘한다". 그러나 잘한다고 나서지를 않는다. 혹 실수해서 창피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과 후 수업도 비슷하다. 다른 아이들 부모가 모두 나오지 않거나 이번처럼 참석한 부모가 적으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만약에라도 많은 부모가 참석했는데 다예만 참석하지 않으면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졸라 아빠가 갔는데도 아빠를 크게 반기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혹시나 해서 아빠를 불렀는데 자기 친구들 중에 공개수업을 보러 온 엄마, 아빠가 별로 없자 오히려 쑥스러워 진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다예만한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없는 것도 자존심 상하고 엄마, 아빠가 있는 것도 자존심 상한다. 즉,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만으로 자존심이 상하는 셈이다. 아니 어찌 보면 다른 것을 적대시 하는 우리사회가 서로 똑 같음을 강요한 결과 일지도 모르겠다.
힙합 퀸(?), 다예
아무튼 이렇게 참석한 공개 수업이지만 오랜만에 상당히 긴 시간 다예가 춤추는 것을 구경했다. 집에서도 가끔 노래를 틀고 힙합댄스를 추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1~2분에 불과하고 몇십분 추는 때는 많지 않다. 다예가 춤추는 것을 보니 힙을 흔드는 것은 꽤 잘한다. 그런데 웨이브는 상당히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명 한명에게 동작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따라하는 방식이기 때문[3]인 것 같다.
다예 방과후 공개수업
총 시간은 39분 정도로 된다. 모르긴 해도 이 동영상을 끝까지 볼 사람은 가족 외에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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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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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arker 2011/07/04 11:14
힙합 퀸 다예가 참으로 귀엽네요.^^
동영상 보고 있으니 저희 집 막내딸이 동요 들으며 춤아닌 몸짓하던게 생각납니다. (^__^)
오늘도 활기찬 하루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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