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김두관이라는 사람을 잘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 중에서 그 나마 조금 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유시민 전장관, 이해찬 전총리 정도인 것이다. 한명숙 전총리도 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받지 않았다면 참여정부의 총리 정도로만 기억에 남았을 것 같다. 정치에 나름 관심이 있었던 나도 노무현 정부시절 정치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만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는 "나와 다른 노선이기는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번 지방선거는 야권연대의 압승으로 끝났다. 어제 이미 두개의 글로 소개했기 때문에 따로 설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여기 저기 지역주의가 사라지는 소식도 들린다. 김해에서 한나라당 출신이 단 한명도 당선되지 못한 것이나 전라도에서 광우병 장관 정운천이 18%가 넘는 지지를 받은 것, 안희정, 이광재 도지사의 탄생 모두 이런 징후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김두관 전장관이 한나라당의 안방에서 당당히 경남도지사로 당선된 일이다.
김두관 전장관이 경남도지사로 당선되기 전까지 내가 아는 김두관에 대한 정보는 '작은 노무현', 고졸, 이장, 군수, 장관이 전부였다. 장관 재임시절 한나라당에서 "고졸 출신", "이장 출신이 감히"와 같은 비아냥을 한 것을 기억하고 있지만 김두관 전장관에 대한 정보는 거의 무지하다고 할 수 있다. 김두관 전장관이 경남도지사에 당선되고 경남도지사로 당선되기 까지의 역정을 보니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적 역정이 상당히 비슷하는 생각이 든다.
김두관 장관은 경남 남해 출신으로 이장, 군수를 거친 뒤 장관으로 재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한 '학벌없는 사회'의 결과다. 그러나 김두관 장관은 한나라당의 해임 건의안으로 7개월만에 장관에서 해임된다. 2004년 17대 총선, 2008년 18대 총선, 2002년과 2006년에 도지사에 출마했지만 역시 낙마했다. 김두관 전장관이 출마한 지역 남해와 경남이다. 이 지역을 고수한 이유도 노무현 대통령과 같다. 바로 지역주의 타파다.
2008년 당내 지역주의 비판하며 탈당해서 무소속의 길을 걸어왔다. 또 경남도지사가 됐지만 여전히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한다. 김두관 장관이 '작은 노무현'으로 불린다면 유시민 전장관은 노무현의 경호원, 노무현의 적자로 불린다. 그러나 유시민 전장관은 열린우리당, 개혁당, 민주당, 참여당으로 당을 바꾸고 출마지를 대구, 경기로 바꿨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의 사람들이지만 김두관 전장관의 정치가 더 선이 굵어 보인다.
어제 트위터에서 경남도민일보를 다니다 현재 100인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김주완 기자님의 글, 김두관 당선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보게되었다. 이 글을 읽다 보니 전혀 모르고 있던 김두관 당선자에 대한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김두관 당선자는 스스로를 일러 "많이 알고 있거나 정책이 풍부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라면서, 대신 "다른 사람들 말을 귀담아 듣고 현장을 눈여겨 보는 편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김두관 당선자는 또 "민선 남해군수 시절에 '아이디어 단체장'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라면서 "그러나 제가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이 얘기해 주는 아이디어를 새겨들었기 때문입니다"라 했습니다.
모든 정치인들은 공약을 내세운다. 따지고 보면 도토리 키재기인 공약, 그것도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한다. 그리고 이런 공약이 더 우수하다는 것으로 홍보하며, 여기에 승부를 건다. 그러나 김두관 장관은 자신을 "잘 알지 못하며, 정책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 대신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고 현장을 눈여겨 보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평하고 있다. 여기서도 일반 정치인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보여진다.
여기에 오늘 또 김두관 전장관에 대한 소식이 하나 들린다. 바로 축하 화환 대신에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쌀을 보내달라는 공지다. 김두관 당선자의 홈페이지에는 공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이 축하화환을 보내고 계십니다. 축하하는 마음을 꼭 전하고 싶으신 분께서는 쌀로 보내주시면 불우이웃을 돕는 일에 더 유용하게 사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글에도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했다. 나도 역시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했다. 그러나 김주완 기자님의 글이나 김두관 장관의 홈페이지 공지를 보면 적어도 경남도민은 차악이 아닌 최선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아울러 우리 모두 차악이 아닌 최선을 선택할 날을 위해 7.28일 보궐선거도 꼭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s://offree.net/trackback/3189
-
Subject : '친노 부활 아니다'는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
Tracked from 발칙한생각 2010/06/04 16:22 del.이번 6.2 지방선거는 MB정권 심판이라는 큰 대의에 범야권은 단결하며 유권자에게 머리 숙였고, 한나라당은 유권자와 소통을 거부하고 오만과 독선을 부렸다. 유권자는 MB정권의 국정 운영 변화?
-
Subject : 제5의 검사장급 섹검용의자 실명공개
Tracked from NetCIS 2010/06/10 07:52 del.오늘자 오마이뉴스에 제4의 검사장급 섹검용의자로 수사되었던 조성욱 검사장의 실명과, 제3의 검사장급 섹검용의자로 수사되었던 황희철 법무부 차관의 실명이 적힌 편지의 사진이 떴다. 그 ?
Comments
-
-
underoad 2010/06/04 13:48
잘 봤습니다. ^^ 연일 건필하시네요.
근데, 살펴보니 김두관이 공식적으로(?) 고졸은 아니었군요. 당시엔 그런 소리 많이 들었던 거 같은데...
1971 도마초등학교 졸업
1974 남해중학교 졸업
1977 남해종합고등학교(현 남해제일고등학교 졸업)
1979 방통대 행정학과 1년 자퇴
1981 영주경상전문대학 행정학과(현 경북전문대학) 졸업
1983~1985 육군 병장 만기 제대
1987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그렇지만 어려서 부친을 여의고 가난한 탓에 대학은 굉장히 힘들게 다녔던 거 같습니다.
바로 대학을 들어간 것도 아니고, 방통대 다니다가 자퇴하고...
동아대 정외과도 전문대 갔다가 야간으로 편입해서 졸업했다고 하네요. 그니까 딴나라 양아치들같이 고귀한 쓰레기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모욕할 만. -.-;; -
-
-
-
세상여행 2010/06/04 17:40
가장 좋은 정치는 서민, 국민들이 정치 신경을 쓰지 않고 각자 살 길을 가는 환경을 만드는 거라고 봅니다. 이제 묘목을 심었으니 아름드리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당선자들이 믿음을 깨지 않고 나라 살림에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
-
zinagadaga 2010/06/08 04:35
"...당선되기 전까지 내가도아니는 김두관에 대한 정보는.."
...오타인듯 합니다^^;;
어쨌거나 화환대신 쌀을 받아 불우이웃돕기에 쓰겠다고 해서 인기가 더 올라가니 (딴나라당의)선관위에서는 불법이라고 못받게 하고, 죽어라 욕먹고 나서야 슬금슬금 물러나 받아도 된다고 오락가락하고...
문득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 떠올라 씁쓸해집니다... -
이상진 2010/06/08 10:45
참 훌륭한 분이시군요.
도아님 덕에 좋은 분 알고 갑니다.
저도 도아님과 같은 지역에 사는데 저도 최선이 아닌 차악이라 생각되는 선택을 했습니다.
참, 경남 지역분들이 부럽습니다. -
-
HDS-GTR 2010/06/19 11:31
정말 이번 선거때 경상남도는 김두관님 뽑힌게 인상적이었고,
조금 벗어난 이야기지만, 서울쪽은 교육의원중 김형태씨가 뽑힌게 감동적이었습니다 :)
뭐, 인터넷에 관련글들 여러개 있을테니 한번 찾아보시면 되겠습니다 ㅎㅎ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