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스페인 노예선의 선상 반란을 그린 아미스타드라는 영화를 보았다. 스필버그식 휴먼 드라마가 언제나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그러한 상식의 범주에 벗어난 영화는 아니었다.
짐승같은 대우에 반발, 선원 전부를 죽이고, 아프리카로 데려다줄 선원 두명만 남겨놓지만, 이 선원들의 속임수로 아프리카가 아니라 아메리카로 가게된다. 이들에대한 호외를 본 노예 해방론자들이 나서고, 여기에 영합해서 돈을 벌어 보려는 그렇고 그런 변호사가 나서고, 극적으로 재판에 이기지만, 이때 쯤이면 의례나타나는 조금은 멍청한 악인 때문에 재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소위 팍스 아메리카나로 불리우는 미국에의한 미국인의 평화를 주장하는 정의의 사도가 다시 등장, 결국 대법원에서마저 승소함으로서 흑인들은 자유를 얻고 영화는 끝이 난다.
권선징악을 틀로한 전형적인 영화, 인도주의적 영화라는 가면을 쓰고도 미국식 패권주의의 구태의연을 벗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미스타드의 몇몇 장면은 꽤 깊은 인상을 주었다. 특히 식량 부족으로, 병들거나 가치가 별로 나가지 않는 노예를 바위에 묶어 수장 시키는 장면은 다른 어떤 장면보다 인상깊었다. 장면의 잔혹성 때문인지, 아니면 고등학생 관람가 등급을 얻어내기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은 흐릿하게 필터처리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었다.
오로지 영장류만이 해왔고, 영장류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동족에 대한 잔혹한 학살이라고 한다. 오로지 "영장류만이 지구상에 딱 한종만 존재한다"고 한다. 자기 종 이외의 모든 종을 말살했기 때문에. 노예제도 이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아미스타드에서 벌어진 학살마져 지구상에서 사라졌을까?
그리 멀리 볼 필요도 없이 1980년 5월 18일, 이 나라에서도 그런 학살이 발생했다. 18년씩이나된 과거사라고 치부 해버리고 싶다면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인에대한 대학살을 기억하기 바란다. 지난 20년간 동티모르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해당하는 23만명가량이 학살됐다고 한다.
1839년 아미스타드의 학살,
1980년 광주의 학살,
1998년 동티모르의 학살.
과연 인류는 발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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