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이야기

눈 이야기

후배가 유니텔에서 가져왔다고 올려놓은 글입니다. 인간의 속성을 간파한 아주 재미있는 글입니다. 작자가 누구인지 알면 작자의 이름을 밝힐 수 있을 텐데 조금 아쉽군요.

주의: 끝까지 읽어야 재미있습니다.

8월 12일
강원도의 새 집으로 이사왔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태백산맥의 줄기는 위풍당당하다.
빌어먹을 광주에서는 눈이 없었지만, 이곳은 눈이 많이 온다는데.. 정말 기다려진다..
눈이 어서 왔으면~

10월 14일
이 곳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다.
나뭇잎들이 전부 울긋불긋하게 바뀌고 있다.
산에 올라가서 우아한 자태로 노니는 아름다운 사슴을 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칭찬을 아낄수가 없었다..
나에게 이곳은 천국이다. 난 이곳을 사랑한다..

11월 11일
사슴사냥을 허가하는 기간이 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물을 잡으려는 사람들은 이해 할 수가 없다..(야만인들!!)
이제 곧 눈이 온다는데.. 빨리 왔으면..
온 세상을 하얗게 덮는 신의 선물..
아! 정말 기다려진다..

12월 2일
야호~* 간밤에 눈이 왔다!!
아침에 눈을 뜨자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있었다..
마치 한폭의 풍경화 같았다.. 저렇게 아름다운 눈을 쓸어내는 사람들을 이해할수 없다.
제설차가 와서 길을 치우다가 우리 집 앞으로 눈이 몰렸다..
그 눈으로 난 눈싸움을 했다.. 눈을 몰아준 제설차 아저씨는 정말 고마운 분이시다..
아~ 얼마나 낭만적인 곳인가.. 이곳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12월 12일
간밤에 눈이 더 왔다.
아름다운 눈이다..
제설차가 또 집앞으로 눈을 몰았다..
집앞의 눈을 쓸어내느라 좀 피곤하다..
그래도, 아름다운 곳이다..

12월 19일
눈이 더 왔다.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오전 내내 삽질하기에 지쳐버렸다..
그 놈의 제설차는 오전 내내 오지 않았다..

12월 22일
하얀 똥덩어리(-_- )가 간밤에 더 쌓였다.
삽질하다가 손에 물집이 생겼다.
이 놈의 제설차는 내가 집 앞을 다 치우니까 나타났다..
아무래두 지들끼리 짠것같다..
화가난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라구?? 빌어먹을!!
간밤에 눈이 더 왔다.
빌어먹을 놈의 제설차는 내가 눈을 다 치울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앞으로 잔뜩 밀어놓고 가버린다.
개눔쉬키~!!(이런.. 욕이 아니에요~* 애교로 넘어가세요..)
소금을 잔뜩 뿌려서 녹이면 될텐데.. 좀체 머리를 쓰질 않는다..

12월 27일
간밤에 더 많은 하얀 똥덩어리들이 쌓였다!!(어무이~!!)
제설차가 지나갈 때마다 나와서 삽질한것 빼고는 한일이없다..
도대체 어디를 갈 수가 없다..
자동차가 하얀 똥덩어리 속에 파묻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기예보는 또 그것들이 30cm가량 몰려온다고 했다..
30cm면 삽질을 얼마나 더 해야하나?? 우째 이런일이~

12월 28일
일기예보가 틀렸다.. 빌어먹을!!
하얀 똥덩어리가 무려 1m나 더 온 것이다.. 이 정도면 내년 여름에나 다 녹을 것 같다.
제설차가 눈에 파묻혀 운전수 놈이 우리집에 와서 삽을 빌려 달랜다..
그 놈이 밀어놓은 눈 치우다 삽을 6개나 부러뜨렸다고 얘기해 주고.. 마지막 삽자루는 그 놈을 패면서 부러뜨렸다!! 이제야 속이 후련타~

1월 4일
오늘 드디어 집에서 나올 수가 있었다.. 얼마만의 외출이던가!!
가게에 가서 비상식량(?) 좀 사고 돌아오는 길에 빌어먹을 사슴놈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차가 망가졌다..
수리비가 200만원이나 나왔다..
저 망할놈의 짐승들은 다 잡아 죽여야 한다..
지난 11월에 사냥꾼들은 뭐 했는지 모르겠다!!

3월 3일
지난 겨울에 그 놈들이 얼마나 소금을 뿌려댔는지 차가 다 녹이 슬어 버렸다..
제설차로 밀어야지 도대체 왜 소금을 사용해서 차를 이모양으로 만들어 놓냔 말이다..
정말 도대체 신도 포기한 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제 정신이 아닌것 같다..

5월 10일
드디어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IMF 시대, 웃고 샆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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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1998/04/09 16:08 1998/04/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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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인디^^ 2008/01/22 17:07


    정말, 마지막이 제일 우습네요.

    "IMF시대, 웃고 샆시다."라...

    대단한 센스입니다......^^


    저는 이 글을 유니텔이 아니라 뉴스그룹에서 처음 봤습니다.
    그때가 아마......96년 아니면 97년 이었던 것 같군요.
    마침 제가 강원도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라, 더 공감이 가는 글이었고, 기억에 남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눈을 아무리 봐도 "하얀 똥덩어리"로는 보이지 않던데...
    제가 있던 곳이 영월이라, 진짜 강원도라기엔 너무 남쪽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1/23 05:10

      본 시기는 저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도 그때쯤인데 제가 직접 본것이 아니라 저는 후배 홈페이지에서 유니텔에서 퍼왔다는 것을 다시 퍼왔기 때문에 출처가 불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이번 강원도에서 정말 많은 눈(1.5M 높이의 눈벽도 봤습니다)을 보고 또 올때 대설 주의보까지 경험하다 보니 강원도에서 살면 정말 눈이 똥덩어리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 넓은바다 2010/02/17 03:34

    전 이글을 얼마전에 다른 커뮤니티에서 봤었죠.
    정말 제밌더군요.
    사람을 정말 잘 표현한거같에요.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10/02/17 07:22

      워낙 오래된 글이지만 당시 정말 많이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의 심리를 정말 잘 읽었죠.

(옵션: 없으면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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