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배려
"원칙을 지키면서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은 찾아보면 있다. 많지는 않을 수 있고 또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오로지 '원칙'만 이야기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원칙이 항상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치 신소재 고무줄처럼 힘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에게 다르게 적용한다. 이 것이 내가 말하는 우리사회의 가장 후진적인 면모다.
아고라 청원
얼마 전 방명록에 비밀글이 하나 달렸다. 아고라 서명을 청원하는 글이었다. 내막을 알고 싶어서 아고라를 방문해 보니 다음 아고라에 글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린 분이나 내 방명록에 청원을 요청한 분이 같은 분인지는 모르겠다. 또 글을 비밀글로 남긴 것으로 봤을 때 신분공개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아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아울러 위 글의 진위여부는 나 역시 모른다. 다만 아고라에 올라온 글과 방명록에 올라온 글, 방명록에 남긴 블로그의 글을 볼 때 다음과 같은 사실은 추정할 수 있었다.
- 부산교대 학생과 춘천교대 학생이 교환학생이 되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합의가 있었다.
- 두 학생의 합의는 춘천교대와 부산교대로 부터 가능성을 듣고 진행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 부산교대의 총장이 바뀌면서 춘천교대와 부산교대의 교환학생 처리가 학기전까지는 힘들어졌다.
교환학생 제도가 어떤 절차를 통해 진행되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교환학생을 보내기 위한 협정까지 총장이 관여해야할 만큼 중대한 사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보기에 이 문제는 학생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진행하려고 하다가 다른 문제(예: 선례를 만들기 싫어서[1]) 때문에 그만 둔 것으로 보인다.
잠시 옛날 이야기를 하겠다. 대학교[2] 때 일이다. 고등학교 동문선배[3]가 실제 겪은 일이다. 학교 등록금을 내야하는데 등록금을 낼 돈이 없었다. 그래서 학교 교무처를 찾아가 등록금을 할부로 내게 해달라고 졸랐다.
"난 학교를 다니고 싶은데 등록금을 낼 돈이 없으니 학교에서 할부로라도 해주어야 학교를 다닐 것 아닙니까?"
"허다 못해 등록금 보다 훨씬 싼 전자제품도 할부를 해주는데 비싼 등록금은 왜 할부가 안되나요?"
이 말을 들은 교무처장님은 다음과 같이 답하셨다고 한다.
"먼저 전례가 없고 일개 교무처장이 등록금 정책을 바꿀 권한은 없다"
맞다. 이것이 원칙이고 이것이 원칙이라면 바뀌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나 똑 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교무처장님은 다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셨다고 한다.
"따라서 내가 등록금을 대납해 줄테니, 할부로 갚아라"
원칙과 배려
"원칙을 지키면서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은 찾아보면 있다. 많지는 않을 수 있고 또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오로지 원칙만 이야기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원칙이 항상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치 신소재 고무줄처럼 힘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에게 다르게 적용한다. 이 것이 내가 말하는 우리사회의 가장 후진적인 면모다.
다음 아고라에 청원을 한다고 해서 과연 춘천교대와 부산교대의 교환학생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아울러 학생측 의견만 들었기 때문에 학교의 입장은 나 역시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 청원에 선뜻 동의하고 또 다시 글까지 올리는 이유는 우리사회의 원칙과 약자의 입장을 알기 때문이다.
원칙이 통용되고 배려가 있는 사회
이런 사회가 된다면 다음 아고라의 청원 게시판은 무덤이 된다.
청원 서명
(중략)
사정을 말씀드릴게요. 어떤 39세 아주머니가 아들이 있습니다. 이제 9살이 되고요.
초등학생이죠.이 아주머니는 서울에 유수의 대학을 졸업해 좋은 직장에서 취직을 하고 살고 있었으나 37세의 나이로 직장을 그만두고 수능 준비를 해 수능을 다시 보고 전형에 맞는 부산교대에 접수했고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직장은 서울이고 아이도 서울에 있는데 부산과 서울 거리가 가까운것도 아니고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됬고 한참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에 있는 아이를 데리고 부산에서 와서 자신과 둘만 살려고 알아본 결과 지방치곤 비싼 집값에 포기를 해야만 했는데요.
아이를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시댁인 청주에 아이를 맡기고 2주에 한번씩 들여다 보고 서울에 데려다 주고 이런식의 생활이 계속 되자 아이도 , 부모도 모두 지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측이 제주교대와 부산교대 교환학생 1년을 실시하고 있어 서울과 가까운 춘천교대와도 협정을 맺어달라 요청을 했고 교무처장님께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흔쾌히 허락 하셨습니다.
그러나 올해 부산교대는 총장선거를 새로 했고 다음 총장 권한이라며 지금 처리 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다행이 춘천교대에서는 전례는 없지만 교환학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고 그 어떤학교에서든지 먼저 요청만 하면 서류 한장이면 된다고 춘천교대 교무처장님도 얘기 하셨습니다.
(중략)[출처: 다음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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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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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가연맘 2009/02/04 10:37
쥐박이가 아니기때문에 소통합니다..ㅋㅋㅋㅋ
감동적이네요... 좋은글 잘 읽었어요.... 쥐박이 없는 참세상.... 을 향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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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2009/02/04 11:30
전후사정은 쌍방 얘기를 들어봐야 하지만 청원 내용으로 봐서는 이해가 안됩니다.
당사자인 39세 아주머니가 서울교대가 아니라 부산교대에 진학을 한 후
개인적 사정으로 집과 가까운 곳으로 전학을 가려는 것으로 읽혀집니다.
교환학생의 취지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도아 2009/02/04 11:37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부산교대를 간 것은 입시전형 때문으로 보입니다. 다만 글에도 있듯이 춘천교대 학생과 부산교대 학생이 함께 주장하는 것으로 봐서 처음 학교의 태도는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일이 여기까지 온 것이고요.
또 집과 가까운 곳으로 전학을 가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교환학생입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교환학생의 경우 인정해주는 학점이 제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환학생의 취지가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칙을 지켜도 배려는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쓴 것입니다. 저 역시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글을 보면 교환학생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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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ky1 2009/02/04 11:47
교사가 되려면 자녀의 교육을 포기해야 한다?는 제목을 읽고 후다닥;; 클릭했는데 전후상황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늦은나이에 교대에 들어가기까지 뜻한 바가 많았을 것입니다.
초등교사는 안정적인 괜찮은 직장이죠.
그러다보니 그 뜻을 이루기까지 장애도 많을 거고요.
포스팅의 주인공인 분께서 여러 벽을 넘고 본인의 뜻한바를 잘 이뤘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제 사견입니다만 교환학생 신청절차가 어떤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학교간의 협정 혹은 협약을 통해서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담당실무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서류 한장이면 되는데 그 한장이 왜 이리 늦는가) 믿는데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느껴지는게 겉으로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더군요. 그래서 일방의 말만 듣고 생길 수 있는 선입견에 주의하게 됩니다. -
하텔슈리 2009/02/04 19:53
놀이의 달인 호모루덴스라는 책에서 스클오브락을 소개하면서 이야기한 부분 하나가 생각나네요.
이 세계의 모든 규칙은 "짱"이 만들고 그들이 만든 게임의 규칙하에서는 그들에게 이길 수 없다고...
원칙이라는 게 강자들이 만든 것이 되버린 세상인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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