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영업의 기술, 파워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 것 같다. 이러다 보니 요 '며칠 사기에 대한 글'(I, II)을 여럿 올렸다. 살면서 가장 많은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은 곳은 파워콤이다. 한때는 스카이가 일위였지만 이 자리를 이제는 파워콤이 물려받았다. 문제는 파워콤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사기를 아주 잘친다는 점이다. 마치 파워콤 AS 센터에서 전화한 것처럼 사기를 치는 사람, 당연히 주어야 하는 단말기를 무슨 고가의 무선 공유기를 주는 것처럼 사기 치는 사람등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형태의 영업을 하는 곳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나름대로 이런 전화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도 깜빡 속아 넘어 갔다. 얼마 전의 일이다. 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 번호를 보니 서울 전화였다.

텔마: 예. 여기는 파워콤인데요.
텔마: 고객님 시간이 괜찮으시면 설문 조사좀 하려고요.
도아: 예. 가능합니다.

텔마: 고객님 현재 어떤 인터넷을 사용하고 계시죠.
도아: 파워콤입니다.

텔마: 집에서 하루에 몇시간 정도 인터넷을 사용하시죠?
도아: 세시간이요.

텔마: 예. 뭐라고요?
도아: 세시간이요?

텔마: 미안합니다. 잘 안들려서요.
텔마: 그러면 파워콤을 다른 분께 추천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도아: 얼마전 까지는 있었는데 myLG070때문에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텔마: 고객님 전화가 잘 안들리거든요.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도아: 예.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식사를 다 마쳤지만 전화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잘 들리지 않아 끊은 것이라면 바로 전화가 오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리고 기억을 복원해 보니 텔마가 설문 조사를 핑계로 전화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먼저 사용하는 업체를 묻는다. 파워콤이면 전화를 끊고 아니면 파워콤으로 전환을 유도한다. 그런데 파워콤이라고 하자 전화를 끊을 구실로 전화가 잘 안들리는 척한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하고 잘 안들린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어찌 보면 사기라기 보다는 나름대로 텔마로부터 전화를 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을 배려한 영업으로 보인다. 그래서 '당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무튼 먹고 살기가 힘들기는 힘든 모양이다. 이제는 이런 영업 방식까지 등장했으니... 혹시라도 이런 전화를 받으면 텔마를 구박하지 말고 잠깐 시간을 내어 재미있는 스무고개를 해보기 바란다.

텔마: 지금 사용하시는 인터넷 업체는 어디죠?
도아: 영업을 제일 험하게 하는 곳입니다.

텔마: 파워콤이요.
도아: 딩동댕 맞췄습니다.

텔마: 요즘 집에서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인터넷을 하세요.
도아: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입니다.

텔마: (???) 어려워요. 힌트를 더 주세요.
도아: 5보다 작은 수 입니다.

텔마: (???) 그래도 어려워요.
도아: 2보다 큰 수 입니다. 더 이상 힌트는 없습니다.

텔마: 삼이요?
도아: 딩동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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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2008/03/26 14:09 2008/03/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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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공상플러스 2008/03/26 15:12

    언젠가 시내에서 L모텔레콤 휴대폰 파시는 분이
    휴대폰 사라고 300m까지 따라온 기억이..

    요즘 불경기라서 입에 풀칠은 해야한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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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3/27 08:01

      가판에는 그러는 분이 많습니다. 특히 용산에는...

    • 공상플러스 2008/03/27 11:30

      걱정마세요. 교동과 동성로에서도 그 뻘짓들이 있으니까

  2. 아도니스 2008/03/26 15:53

    아아!!
    스무고개에서 대폭소했어요.
    저는 SKT 네네 하는 여성분들이랑 저래본적 있는데요.ㅋ~ 솔직히 이분들보다 위에 사람이 문젠데 전화하게 되면 짜증은 이 분들한테 내다보니, 저도 참 인간이 안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목소리예뻐서(목소리와 외모는 반비례한다고 하는데, 애써 무시함) 계속 전화기 붙들고 늘어져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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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3/27 08:02

      텔마에게 온 전화지만 그래도 애교가 있더군요. 그래서 기분도 괜찮고 해서...

  3. 주성애비 2008/03/26 16:50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하

    딩동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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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3/27 08:04

      감사합니다... 텔마의 영업 방식이 재미있어서요.

  4. 겨리 2008/03/26 18:36

    마지막에... 스무고개를 읽고 도아님을 귀엽다고 생각해버려서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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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3/27 08:05

      직접 보면 그런 생각이 싹 가실 것 같군요. 예전에도 별명만 보고 그런 상상을 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5. rince 2008/03/26 21:19

    제가 아는 사람중에 텔레마케터에서 전화가 오면 '필요없다'고 전화를 끊는것이 아니라, 30분 이상 농담따먹기를 하면서 장난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어도 진상짓을 하는데... ㅎㅎ

    텔레마케터도 못해먹을 짓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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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3/27 08:12

      저도 한때는 그랬습니다. 물건을 사지도 않으면서 꼭 가격을 물어보곤 했습니다.

  6. Prime's 2008/03/26 21:37

    왠만하면 좋게좋게 딴 핑계로 끊어버리는데..
    딱 한번.. 단도진입적으로 [않쓸것이니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KT 메가패스 + 메가TV였지요..//

    고령이신 할머니께서도 기억하고 계시는 그 목소리였습니다..

    그나저나 요즘엔 저런전화는 않오는군요..
    어쩌면, 그쪽(전화하는쪽) 블랙리스트에 들어간건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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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3/27 08:13

      저도 보통은 그럽니다. 그리고 그쪽 리스트에 오르는지 확실하게 얘기하면 그 다음 부터는 이런 전화가 확실히 줄더군요.

  7. myst 2008/03/26 22:01

    마지막 스무고개는 꼭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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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3/27 08:15

      시간이 되시면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8. 지나다가 2008/03/27 01:50

    요즘 사체전화 때문에 텔마를 무지 싫어 합니다.
    그래서 전 거기 회사 위치가 어디냐
    내 전화 번호는 어떻게 알았냐
    등등등...
    이런식으로 제가 질문을 먼저 합니다.

    오늘은 딱 한마디하고 끊더군요.


    몰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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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3/27 08:16

      저도 비슷하게 응대를 하곤합니다. 그런데 요즘 텔마는 약아서 알고 전화한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전화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먼저 이름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요.

  9. ymister 2008/04/03 21:00

    크허허~~~
    일주일간 제대로 컴을 못하다가 어제 전격적인 OS HDD 교체 후 쾌적하게 인터넷을 하고 있습니다.
    밀린 글들이 많아서 열심히 읽는데...웃음이 절로 나오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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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4/03 21:16

      저도 화가 난다기 보다는 우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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