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의 왕이 이웃 나라를 치려고 장수를 뽑았습니다. 이 사람에게 원수의 직을 내리려고 하자 이 사람은 한사코 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왕이 그 이유를 묻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예로부터 공자의 학통을 이어받은 증삼은 어질기로 소문난 사람이었습니다. 하루는 증삼의 어머니가 베를 짜고 있는데, 동네 사람이 와서
"증삼이 살인을 했데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증삼의 어머니는 단호히
"그 아이는 효자인데 살인을 할리 있겠소"
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잠시 후 또 다른 마을 사람이 와서
"정말로 증삼이 살인을 했다고 합니다"
라고 하자, 증삼의 어머니는 짜던 베를 멈추고 마을 사람을 처다보았 다고 합니다. 이때 또 다른 마을 사람이 와서
"제가 직접 관아에가서 알아봤는데, 이번에 살인을 한 사람 이름이 틀림없이 증삼이라고 합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증삼의 어머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관아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관아에 가본 즉, 증삼과 이름만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왕께서 저를 믿는 것이 증삼의 어머니만 못하고, 저의 역시 증삼만 못합니다. 만약 누군가 신이 살인을 했다고 하면 왕께서 당장 베틀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누가 보장하겠읍니까?
라고 그 연유를 설명했습니다. 왕은 크게 깨달은 것이 있어 이 사람에게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사람을 믿겠다는 신표를 주었습니다. 이 사람은 과연 왕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이웃 나라를 정벌는데 성공했습니다.
얼마전 김대중 대통령의 조각이 있었습니다. 총리 인준을 흥정의 수단으로 삼은 한나라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총리 서리 체제로 단행된 조각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과연 이 일에 적합한 사람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뽑은 사람들이 "살인을 했다"는 말 한마디로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 되지 않을 까요?
'사람을 뽑는 일'보다 중요한 일은 그 '사람을 믿고 맏기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 우리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뽑고, 뽑은 사람을 믿고 맡기는 그러한 정치 풍토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의심 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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