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주권 찾기 - 셋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나~알리네

학명은 'Robinia pseudoacacia LINNE'이다. 5월 6월경에 백색의 꽃이 피며, 꽃의 향기가 아주 좋은 나무이다. 아카시아가 아니라 정확히는 아카시 나무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 된다.

자연은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것만 생산한다. 그래서 인지 이 땅에서 나는 나무 하나 풀 한포기 마다 그 쓰임새가 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나는 것중 유일하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있다. 바로 아카시 나무이다. 번식력은 아주 강해 어떠한 땅에서든 잘 자라고, 일단 씨가 퍼지기 시작하면 주변의 나무를 모조리 고사시켜 버린다.

그러나 이렇게 생명력은 강한 아카시 나무이지만 기둥에 쓸만큼 크고 단단하지도 않고 가구와 같은 목공예에 쓸 수 있을 만큼 무늬가 화려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해서 나무 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카시 나무 향은 역겨운 편이다. 굳이 그 쓰임새를 찾자면 잘 썪지 않으므로 아무데나 두었다가 불을 지필 때 잠시 잠깐 쓸 수 있는 장작 정도라고나 할까.

이 아카시 나무는 과거 일제 강점기 때 일제가 우리나라 참나무, 소나무를 베어 가면서 심기 시작한 수종이다. 우리나라에서 큰 인물이 나지 못하도록 백두대간 곳곳에 긴 쇠말뚝을 박은 것과 마찬가지로 강인하면 향이 그윽한 참나무나 소나무 대신 전혀 쓸모가 없는 나무를 민족정기를 말살할 목적으로 심기 시작한 것이고 한다.

민족정기와 우리문화에 관심이 없기는 이 땅에 세원진 정권도 마찬가지여서 해방된지 5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이 아카시 나무가 서울에서 자생하는 수종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의 고유 수종인 참나무, 소나무 대신 이제는 아카시 나무가 가장 흔한 수종이 된셈이다.

해방이되고 정권이 몇번 바꼈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것을 주장하며 찾고자 하지만 우리의 강산이 외국의 그것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같다.

한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표현이며, 그 나라의 토양을 그 뿌리로 하고 자란다. 진정 우리문화, 우리의 삶을 찾고 싶다면 우리 산하에서 나는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부터 먼저 찾아 가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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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1998/04/03 16:07 1998/04/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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