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재학시절의 일이다. 당시 연구실에 HP 칼라 프린터가 있었는데, 조금 혹사 시켰는지 채 1년이 안되서 헤더가 고장났다. 지도 교수님께서 HP 한국 지사로 전화을 걸으셔서 AS를 요청하자, 프린터를 AS 센터로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다. 당시 프로젝트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을때라 눈코 뜰새없이 바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교수님께서는 사정을 얘기하고 특별히 AS를 나와 줄 수 없냐고 정중히 요청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나라에서 정중한 요청은 항상 거절당한다. 교수님께서 사정을 설명하고 다시 정중히 요청했지만(참고로 지도 교수님은 설사 전화를 받는 사람이 십여살의 어린아이라고 해도 모르는 사람인 경우에는 항상 정중히 말씀하시는 그런 탑입이다) HP에서는 원칙론만 내세우며 여전히 안된다는 것이었다. 화가 나신 교수님이 "사장 바꿔"라고 외치셨고, 그 쪽의 응답이 뭐였는지 모르지만
한국놈이던 코쟁이던 책임질 수 있는 놈이 있을거아냐
라고 또 외치셨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반년넘게 사용하던 헌 HP 칼라 프린터는 새 프린터로 교체할 수 있었다. 그것도 무료로...
역시 대학원 재학시절의 일이다. 지도 교수님께서 정보통신 공학과 학과장으로 계실때의 일이다. 전파공학과에 정보통신부에서 2억원씩 지원한다는 얘길 들으시고, 정통부에 전화를 하셨다(지도 교수님의 첫 직장이 체신부였고, 그 곳에서 약 13년간 근무하셨다고 한다). 전화의 주된 요지는 전파공학과나 정보통신과나 성격상 큰 차이가 없으니 정보통신과도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당연히 거절당했다. 몇일뒤 교수님께서는 정보통신부를 다녀오셨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그해 우리 학교 정보통신과는 정보통신부로부터 2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참, 이상한 나라다. 정중한 요청은 거절되지만, 언성을 높이면 된다. 전화로는 안되는 일도 찾아가면 무사통과다.
이렇게 이상한 나라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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