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된장찌개
대만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이 새댁은 시집에 오자 마자 문화적인 충격을 받아야 했다.
"시어머니가 어디서 역한 냄새가 풍기는 똥을 퍼오셨다. 그리고 그 똥을 물에 섞고 야채를 넣고 떠 먹어 보신다. 그뒤 그 똥물을 먹으라고 하신다. 시어머니가 차려주신 음식이라 한 수저 떠서 먹었지만 이내 모두 토하고 말았다."
이 새댁에게 몇년 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된장국이라고 한다.
외국인의 된장찌개
친구 중 86년도에 배낭여행을 한 녀석이 있다. 요즘이야 배낭여행이 한 시류가 됐지만 당시 배낭여행은 정말 드문 경우였다. 이렇게 배낭여행을 나선 녀석은 이탈리아에서 대만 아가씨를 만났다. 배낭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인연이지만 배낭여행덕에 녀석은 대만 아가씨와 혼인을 했다. 당시에는 배낭여행도 흔치않은 일이고 또 국제결혼도 흔치않은 일이었다. 대만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이 새댁은 시집에 오자 마자 문화적인 충격을 받아야 했다.
시어머니가 어디서 역한 냄새가 풍기는 똥을 퍼오셨다. 그리고 그 똥을 물에 섞고 야채를 넣고 떠 먹어 보신다. 그뒤 그 똥물을 먹으라고 하신다. 시어머니가 차려주신 음식이라 한 수저 떠서 먹었지만 이내 모두 토하고 말았다.
이 새댁에게 몇년 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된장국이라고 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같지 않으리라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문장은 임어당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모이나니', 그때에 모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를 유홍준씨가 잘못 기억해서 적은 문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임어당의 문장 보다는 잘못 기억한 유홍준씨의 문장을 더 좋아한다.
정말 사랑하면 알게된다. 한국 문화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게 '똥이 아니라 된장'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알게되면 보인다. '된장이라는 음식은 똥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 발효음식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 이 된장에는 한국민 고유의 발효과학이 숨어 있는 것을. 그래서 이 새댁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된장국이 된 것이다. 문화를 바라 볼 때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알아야 보이기 때문이다.
된장과 홍어
된장국을 못먹는 한국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홍어를 먹지 못하는 한국사람들은 참 많다. 홍어 역시 발효된 음식이기 때문이다. 냄새로 치면 된장은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지독하다. 여기에 먹을 때 코를 비틀어 버리는 톡 쏘는 맛은 회를 먹을 때 먹는 고추냉이 보다 더 심하다. 따라서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다는 사람도 이 홍어에는 쉽게 손을 대지 못한다.
[사진출처: 홍어 삼합]
잘 익은 김치, 돼지고기 수육, 홍어회를 합처서 삼합이라고 한다. 또 삼합과 궁합이 맞는 음식으로 막걸리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막걸리까지 곁들이면 홍탁이라고 한다. 또 전라도에서는 홍어가 나오지 않으면 잔치로 치지 않는다. 따라서 혼인을 비롯한 거의 모든 행사에 홍어가 나온다.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아는 형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이 형이 전라도 출신이라서 장례는 전라도 광주에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라도에서 잔치에는 홍어가 꼭 나오기 때문에 이 장례에도 홍어가 나왔다. 전라도 사람들은 홍어를 아주 잘 먹는다. 역한 냄새를 맡으면 오히려 군침이 돈다.
그러나 형의 직장이 서울에 있고 오는 분 중 상당수는 서울에서 오기 때문에 홍어를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고민을 한 듯했다. 보통 홍어는 7일 정도 삭혀야 제맛이 난다. 냄새도 아주 독하고 먹으면 눈물이 핑돌고 코가 삐뚤어 진다. 그러나 이런 홍어는 서울 사람들이 먹기 힘들다. 그래서 이틀 정도 삭힌 홍어를 내왔다.
결과는?
아무도 먹지 않았다. 어차피 홍어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하루를 삭혀도 먹지 못한다. 냄새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한다. 그러나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푹 삭혀야 먹는다. 그래야 제맛이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삭다만 홍어에는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나름대로 홍어를 좋아하면서 한접시만 먹고만 이유도 홍어가 제맛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수육에 잘익은 김치를 얹고 다시 푹삭은 홍어를 얹는다. 이것을 삼합이라고 한다. 이맛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그런 맛이다. 눈물이 핑 돌고, 누가 코를 쥐어 뜯는 것과 같은 충격이 오지만 이맛에 익숙해 지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맛이 바로 홍어의 맛이다.
홍어는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1]. 처음 먹을 때는 역한 냄새 때문에 토할 것처럼 억지로 먹는다. 씹지도 못하고 그냥 삼킨다. 두번째 먹을 때는 역한 냄새는 조금 줄어 들지만 눈이 핑돌고, 코를 쥐어패는 듯한 충격만 기억에 남는다. 세번째 먹을 때 비로서 홍어의 참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홍어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돈다.
뜬금없이 맛본 홍어
어제의 일이다. 어제는 앙성의 충주 참한우를 방문해서 사진을 찍고 충주 이야기에 올릴려고 했었다. 원래 점심때 쯤 오기로 되어 있던 우엉맘이 오후 두시가 다되서 사무실로 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오빠 홍어 먹을 수 있어"라는 것이었다. 나는 못먹는 음식이 두가지 있다. '없어서 못먹는 음식'과 '안줘서 못먹는 음식'. 참한우로 가면서 계속 홍어 생각이 났다. 그리고 결국 아는 형님댁에서 홍어를 먹었다.
목포에서 택배로 온 것이라고 하는데 의외로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한 사흘정도 됐다고 하는데 역시 홍어의 푹 삭은 맛은 나지 않았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홍어는 한 7일정도 푹 삭혀서 거의 썩는 듯 해야 제맛이 난다. 그러나 오랜만에 먹어 본 홍어라서 그런지 역시 맛은 있었다. 또 이미 삭힌 음식이기 때문에 홍어는 아무리 먹어도 탈이 생기지 않는 음식이다.
홍어를 먹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꾹 참고 세번만 먹어 볼 것을 권한다. 세번을 먹고도 홍어가 땡기지 않는다면 아마 평생 먹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번을 먹고 군침이 돈다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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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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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철 2009/01/05 11:52
동네 언저리에서 파는 홍어는 잘 먹는데..
" 한 7일정도 푹 삭혀서 거의 썩는 듯 " 이거는 도전해 볼만하네요. ^^ -
나비 2009/01/05 11:56
아우..홍어~~ 저 무지 좋아합니다. 시골이랑 지금 사는 곳도 그렇고 바닷가라 그런지 아주 어렸을때 부터 어르신들 틈에 끼어 먹곤 했는데 홍어랑 막걸리 한사발하면 아주 그냥 술술~~ :)
생각만해도 막 땡기네요..ㅎㅎㅎㅎ -
익금산입 2009/01/05 12:04
제대로 된건 아니지만 전에 한번 먹어봤는데 얼굴 터지는 줄 알았어요.
입천장이 까지는 건 무슨이유인지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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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nlive 2009/01/05 13:18
홍어 역시 배워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죠.
전 홍어를 배워서 먹었습니다.
삼합을 먹고서 쿰쿰한 입안을 막걸리로 정리해줄 때의 그 시원함은... 짱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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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 2009/01/05 17:00
아고~저는 도저히 못먹겠던데요 그 역한(?)냄새가......ㅠㅠ
몸에 좋은거라고 하두 치켜세워서 덜 삭힌거 사흘째 된것 겨우 한점먹고....
저한테는 평생 친해지기 힘든 음식일꺼같애요 -
sleeepy 2009/01/05 17:02
일년에 한번쯤은 홍탁삼합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일이 생기더라구요.
홍어삭힌건 먹을수는 있습니다만(맛은 아직...)
처음 먹어본후로 7~8년이 지난 지금도 홍어코나 홍어애탕은 당최 적응이 안된답니다. OTL~
덧) 올해 첫 댓글이군요.
도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구경이라도 2009/01/05 17:05
경상도 내륙지방에 살다보니, 진미라 불리는 음식들하고는 거리가 머네요.
역시 진미는 넓은 평야와 갯벌이 발달한 서해쪽이 많은것 같습니다.
그 유명한 포항 과메기도 딱 한번 먹어보았는데,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그런지, 비리기만 하고 별 맛은 못 느꼈습니다.
홍어는 구경도 못해봤습니다. 주변에서 파는 곳도 못 보았구요.
저도 나름대로는 크게 가리는 음식이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기회가 닿으면 먹어보고 싶었는데, 도아님 글을 보니 군침이 돌면서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밀려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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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선 2009/01/05 21:23
먹어본적은 커녕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언제 기회가 된다면 도아님의 추천을 떠올리며
3번까지는 코 틀어막고 눈도 꼭 감고 시도해봐야 겠네요..ㅋㅋ -
ImpactXP 2009/01/05 23:06
전 광주 살고 있습니다만 홍어는 아직 못 먹겠더군요.
어른들은 이 맛있고 귀한고 없어서 못먹는걸 먹지 않느냐?
하는데 역시나 그 냄새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도아님 글보고 3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3번 도전해봐도 맛없다면 제 인생에 홍어는 포기해야겠죠..ㅎㅎ -
바람 2009/01/06 12:05
홍어...가오리...
비슷하지만 가격차이 가 엄청 납니다.
흑산도 홍어 는 미리 값을 지불 하고 기다려야만 합니다.
가격은 홍어 잔치 할만한 크기라면 수백만원 합니다.
수산시장에서 보신 가오리 정도크기중 "크다" 생각되던 그 크기라면 백만원 정도 할겁니다.
특히 워낙에 홍어 가 고가라 전라도 사람들 도
특별한 손님 이 아니면 홍어 보다는 홍어회무침 같은걸로 때웁니다.
홍어 대신 가오리 를 쓰는 경우도 있구요
폭 삭은 홍어...귀합니다. 진짜 귀합니다.
누군가가 "홍어 맛이나 봐..." 하고 내 밀었다면
그사람 입장에선 "당신을 엄청 특별하게 생각하는거야" 라는뜻 입니다.
아무것도 모른체 "당혹스러운 먹지도 못할 음식으로 놀리는것"
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절대 아닙니다.
심마니 가 도라지 를 산삼 이라고 장난질 치는것이 절대 아니니까요
제대로된 삭힌 홍어 는 "영감" 쯤 되는사람 이 "나리" 쯤 되는 사람이 먹는 음식 입니다.
또한 과메기 는 역시나 동해안쪽 음식 이죠...
근레의 과메기 는 거의 꽁치랍니다.
꽁치 특성 이 비리잖아요...
원래는 청어 로 만든것이 맞답니다.
그런데 귀하니까 워낙 없으니까 꽁치 로 만드는거구요
그 동해안 의 황태처럼 얼었다 녹은것을 되풀이한것 이
꽁치로 만든 과메기 라도 맛이 좋다더군요
뭐니 뭐니 해도 정성 이란거 겠죠 본시 얼었다 녹은걸 그냥 방치하면 썩어버릴터인데
안썩게 관리를 한것 이라서 맛 이 있는것 일테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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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2009/01/06 18:41
아이구. 침이 꼴깍 넘어 갑니다.
그러고보니 해마다 한 두번은 홍어를 먹었던 것 같은데 작년엔 건너 뛰었네요.
올 해는 누구 등을 쳐서 먹을까 궁리를 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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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2009/01/08 10:29
이전에 회사에서 돈을 대줘서 삼성역에 고급 부페에 간적이 있습니다..
일반 부페와는 다르게 음식종류도 많고 다들 맛도 일품이더군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한입씩 먹는 걸 목표로 하고 먹었습니다만...
유일하게 못 먹겠는게... 저 홍어 였습니다... -_-;;
고급 부페라 삼합도 내놓긴 했는데... 그 코를 쏘는 듯한 냄새 때문에 도저히 엄두가 안나더군요~ ;; -
쥐박이아님 2009/01/14 23:13
저는 부산이라 홍어 구경도 못해봤었습니다.
근데 얼마전 홍어를 처음으로 먹어봤는데 정말 충격이더군요 평소에 과메기를 좋아하던터라 이것도 비슷할거라 생각하고 먹었는데 아니 무슨 세상에 이런 썩을 맛이 ㅜㅜ
그렇게 생각하고 포기했는데 도아님 말씀을 보고나니 다시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꼭 세번 도전해서 새로운 맛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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