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되기 싫어요.


[사진 출처: 런웨이를 씹어먹은 80대 모델이 리복 광고에 등장했다]

얼마 전의 일이다. 질문많은 이가 또 다시 질문을 퍼붇고 있었다.

: 아빠!
도아: 왜?

: 장안동 할머니가 친할머니야?
도아: 응.

: 그럼. 대치동 할머니는 외할머니야?
도아: 응.

: 그럼. 내가 크면 아빠가 돼?
도아: 응.

: 그럼. 할아버지는?
도아: 아빠가 됐다가 조금 더 지나면 할아버지가 되지.

: 나. 할아버지 되기 싫어.
도아: 왜?

: 할아버지가 되면 아프잖아.

아버님은 암으로 투병하신지 9년, 하반신 마비로 거동을 못하신지 9개월만에 돌아 가셨다. 따라서 녀석이 사물을 어느 정도 인식할 때 할아버지는 항상 누워계셨고, 그래서 할아버지가 되면 아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종가집 종손이라 유난히 녀석을 아끼시던 아버님이 생각난다. 건강 관리도 잘하셨고 또 세상을 거짓없이 열심히 사셨는데 죽음이라는 열차는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는 모양이다.

건강한 할아버지의 모습보다는 아파 누워계신 할아버지를 보며 녀석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할아버지가 싫은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되는 것이 싫다"는 녀석을 보며, 녀석을 끔직히도 생각하던 아버님이 생각난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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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2005/08/08 05:49 2005/08/08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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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其仁 2005/08/08 15:30

    제 아버지는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암 제거 수술을 받으셨지요.(아시겠지만, 암 3기면, 개복해봐야 아는 단계라고 하더군요.)

    이후 예전에 비해 엄청 마른 체구에 시커먼 얼굴 색을 가지게 되셨지만, 아직도 전처럼 큰 소리를 식구들에게 내실 때는, 한 편으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답니다.

    도아님의 '아버님 사랑합니다.'란 문구에 낚여 몇 자 적어봅니다.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5/08/10 20:57

      제 아버님도 대장암 말기(4기)에서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위암이나 대장암이나 잘라내면되는 부위기때문에 전이만 없다면 괜찬다고 하더군요.

      대장암 수술은 경과가 좋아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완치 판정을 받아도 5년내에 재발하지 않아야 안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버님은 3년 정도되는 시점에 재발했고, 방사선 치료등을 통해 치료를 받아 오시다가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를 더 이상 받으실 수 없으셔서 약으로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그러나가 결국 올 초에 돌아가셨습니다.

      其仁님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시려면 아버님을 모시고 자주 병원에 다니시기 바랍니다(재발만 하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2. basia 2005/08/10 07:14

    작년 9월에 아버님이 암판정을 받으셨습니다.
    폐암이였고 전이는 안되었으나 심장 근처여서 수술이 불가능하고 했습니다. 방사선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여 올 1월에 통원치료까지 마쳤습니다. 지금이 8월이죠... 며칠 전... 혈담이 있다고 어머님이 얘기를 들으니 많이 걱정됩니다...

    되돌아보니 불효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네요...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5/08/10 20:58

      요즘 부쩍 장례식에 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사인중 대부분이 암이거나 교통 사고였습니다. 그만큼 암은 이제 일반적인 병이되었다는 애기가됩니다.

      basia님도 아버님을 조금이라도 더 자주 찾아뵙기 바랍니다.

  3. axine 2005/08/10 19:21

    저의 아버님은 뇌졸증으로 투병하신지 올해로 9년이 됐습니다.마침 올해가 환갑이셔서 많은 생각이 교차하더군요. 더운날씨로 요즘은 목욕을 매일 해드려야 하기 때문에 힘은 들지만 아주 당당하셨던 옛날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너무나 비교돼 마음이 편치 못하네요.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움직일수 있고 더이상 악화되지 않는것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참, 도아님 글을 보니 저도 어렸을때 목욕탕에서 어떤 할아버지의 몸에 주름이 많을걸 보고 늙기 싫다고 울었던 기억납니다. 아마도 그때 처음으로 나이가 들면 죽는다는 걸 인식했던것 같습니다.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5/08/10 21:01

      아버님이 돌아 가시자 어머님께서 아버님 회갑찬치를 하지 않으신 것을 후회하시더군요. 당시 아버님이 워낙 건강하셨기때문에 잔치는 칠순때 하기로 하고 회갑은 가족과 외가쪽 친척분들과 함께 여행을 했었습니다.

      사람의 앞일은 알 수 없으므로 앞으로 후회하지않도록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4. newnewton 2005/08/10 20:55

    ...가슴 뭉클합니다...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5/08/10 21:28

      회한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없더군요.

  5. 골든 2005/08/14 09:14

    http://songkuk.ivyro.net/tt/index.php?pl=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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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5/08/14 09:31

      글 잘 읽었습니다. 천수를 누리시다 가셨으니 불행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희 아버님은 올 11월이 칠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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