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기질

사실 나도 둘째다. 따라서 잔머리라고 하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한때 별명이 잔머리제왕이니. 물어 무삼하리요.

이와 를 키우다 보니 역시 잔머리가 항상 한 수위다. 선천적으로 갸날픈척 하면서 사람들 보호 본능을 유발하지만 동네 아주머니의 공통적 의견이 '이는 착한데, 는 한 성격한다'는 얘기에서 알 수 있듯이 화가 나면 거의 통제가 힘든 것이 이다.

생긴 것을 따지면 보다는 이가 훨씬 예쁘게 생겼다. 이 만큼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은 아이도 따지고 보면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가 태어나자 마자 대부분의 관심이 에게로 가버렸다. 장모님, 장인 어른은 라고 하면 일단 웃고 보신다. 가 하는 말, 가 하는 행동 모두 자지러 지신다. 돌아 가신 아버님은 장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셔서 동생네 큰 애(은수)와 장손()을 끔찍히 아끼셨지만.

누나네 조카들도 라고 하면 자다가도 일어난다. 그 말썽꾸르기 은수도 가 왔다고 하면 자다가도 일어난다. 오빠 셋, 언니 둘이서 이블과 베개로 성을 만들고 그 안에 공주(새침떼기)처럼 앉아서 책보는 게 이다. 이런 이고 보니 오빠에게는 양보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물건을 가지고도 보통 오빠와 싸우기 일쑤다.

: 내꺼야.
: 아냐. 내꺼야~~~(더 크게 소리치며).

: 이게 왜 니꺼야. 니꺼는 저거잖아.
: 아냐. 내꺼야.

: 봐바. 니꺼는 니가 아까 망가트렸잖아.
: 아냐. 내꺼야.

이러는 를 잘알고 있기 때문에 장난 삼아 가 오빠한테 뺏아온 장난감을 뺏고는

도아: 이거 아빠꺼야.
: 아냐. 내꺼야.

도아: 니꺼는 빨간색이잖아. 이건 파란색이고. 그러니까 아빠거야.
: 아냐. 오빠꺼야.

도아: 아빠꺼라니까.
: 아냐. 오빠꺼야.
: (이 한테 가서) 오빠꺼지?

지꺼라고 우겨 뺏아오고는 다른 사람이 뺏으려고 하면 꼭 원주인 이름을 들먹인다. 한번은 서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가 서점 아가씨 서랍 열쇠를 가지고 가려고하자 누나가

누나: 그건 다른 사람꺼야. 그러니까 두고가야지.
: 고모꺼 아니잖아요?

누나: 고모꺼는 아니지만 꺼도 아니잖아.
: 그래도 고모꺼는 아니잖아요?

"조그만 것이 어쩜 저럴 수 있냐?"며 웃는 누나. 그런데 여기에 잔머리가 더해진다. 며칠 전 처가집에서 차례를 지낼 때 일이다. 여전히 오빠 것을 자기꺼라고 우기는 .

: 오빠꺼야.
: 아니 내꺼야.

: 오빠거라니까?
: 내꺼라니까?

결국 보다 못해서 를 나무라기로 했다.

도아: (무서운 표정으로) 김다예. 너 오빠 걸 자꾸 니꺼라고 우기면 혼난다고 했지?
: 응.

도아: 누가 응이라고 그래. 예, 그래야지.
: 예.

도아: 그런데 자꾸 오빠꺼를 니꺼라고 우길꺼야?
: 아니.

도아: 자꾸 그러면 혼난다. 알았서? 몰랐서?
: 알았어요.

: (그러면서 이에게 고개를 돌린 뒤 작은 목소리로) 내꼬야

결국 열받은 . 그렇지만 꼼수에 웃고 말았다.

관련 글타래

2007/01/02 19:47 2007/01/02 19:47
글쓴이
author image
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오늘의 글
인기있는 글
조회수 많은 글 | 베오베
댓글 많은 글 | 베오베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s://offree.net/trackback/601

Facebook

Comments

  1. TP 2007/01/03 02:54

    첫째와 둘째의 싸움은 약간 심한편이 있네요...(경험자)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7/01/03 08:58

      첫째 둘째보다는 바로 윗 형제와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첫째와 둘째는 사이가 좋지 않고, 둘째와 셋째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첫째와 셋째는 사이가 좋습니다.

      아마도 서로 경쟁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2. 누피 2007/01/04 09:24

    글 읽고 가만 생각해 보니 둘째이자 막내인 저도 형보다 눈치가 조금 더 빨랐던 것 같군요.
    성격도 형보다 좀 더 모나고 말이죠.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7/01/04 10:18

      보통 둘째들이 먹고 살기 더 힘듭니다. 첫애는 아이를 처음 키우는 초보 엄마, 아빠라 애가 원하는 것은 거의 다 들어줍니다. 따라서 보통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둘째는 이미 하나를 키워봤기 때문에 울어도 신경을 별로 안쓰고 그러다 보니 본능적으로 귀여움을 받는 방법, 먹고 사는 방법을 익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눈치가 더 빠르고 성격도 큰 애보다 좋은 경우가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대신 고집이 세고, 된다 싶으면 끝까지 때를 쓰는 것 같습니다.

댓글로 기쁨을 나눠요!

(옵션: 없으면 생략)

글을 올릴 때 [b], [i], [url], [img]와 같은 BBCode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