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잠은 매형 집에서 자곤 한다. 처음 매형이 충주에 내려왔을 때 얼마 동안은 매형도 충주 시내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서점 운영 자금 때문에 살던 아파트를 전세로 돌리고 지금 살고 있는 충주시 수안보면 중산리로 이사 왔다.
매형이 이사온 집은 조립식 주택이었는데 이 내구성이 없는 집에서 근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셈이다. 가끔 매형 집에 오면 가장 큰 불편은 화장실이었다. 수세식 화장실이지만 만들 때부터 문제가 있었는데 거의 퍼세식처럼 동작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이 가끔 발생하는 일이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4월 14일부터 오늘까지 한 달 반 동안 생활을 하다 보니 의외의 버릇이 생겼다. 아침에 급한 일을 보고 변기의 물을 내릴 때 그 물이 한 번에 내려가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이었다. 매형네 변기는 특별한 고장이 없음에도 물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고, 물이 있어도 물을 내려면 그 물이 역류하는 경우도 있다. 설사 역류하지는 않아도 물이 빠지지 않아 그대로 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십중팔구는 따로 물을 받아 부어야 한다(퍼세식). 그래서 일을 보고 일어날 때마다 이놈의 물이 잘 내려갈까 궁금해하면서 물을 내리곤 한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일을 보고 물을 내리니 미세한 소용돌이가 일면서 한 번에 내려가는 것이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세수를 하고 나오다 보니 요즘은 별걸 다 즐거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 듯 예전에 읽을 책 중 성공한 일본인에 대한 얘기가 생각났다. 그의 성공 비결을 묻자 아침마다 일어나서 크게 웃고 큰 소리로
나는 운 좋은 놈이다, 세상의 모든 복은 내게로 온다
라고 외쳤다고 한다. 결국, 그의 "성공 비결은 긍정적인 사고와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할 수 있는 마음 자세였다"는 얘기인 셈이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이 다른 환경에서 그렇지 않게 되면 그제야 그 당연함을 고마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속성일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별걸 다 즐거워하는 것 같다.
배부른 돼지나 통속의 철학자는 아니라고 해도 이러한 삶의 즐거움은 다른 무엇보다 자신 처한 처지를 고마워할 줄 하는 삶의 여백이 있어야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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