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등급 한우
구운 상태에서 찍었기 때문에 색감은 조금 떨어진다. 그러나 정말 맛있다. 살짝 구워 먹으면 살살 녹는다. 그런데 이 쇠고기의 등급은 1등급이 아니라 1++등급이다. 1등급은 최고급 등급이 아니다. 전체 쇠고기 등급 중 3등급에 해당된다. 왜 이런 등급이 사용되며, 맛있는 쇠고기는 어떻게 고를까? 또 등급이 떨어지는 쇠고기는 맛있게 먹을 수 없을까? 바로 이런 비밀을 밝히기 위해 쓴 글이다.
들어가는 말
작년에 인터넷에서 알게된 미리내님의 전원 주택을 방문했다. 공주에 있기 때문에 충주에서 가려면 한 세시간 정도 걸린다. 일단 네비를 이용해서 간신히 미리내님 댁을 방문하자 우리 가족 외에도 이미 여러 사람이 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미리내님 댁에서 식사 하는 것이 힘들어 일단 읍내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읍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미리내님이 안내한 곳은 한우집이었다.
한우.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비싼 고기다. 많은 사람들에게 한우를 먹이려고 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일행 중 한분이 한우 대신에 "삼겹살을 먹자"고 했다. 그러자 '미리내'님는 "한우가 삽겹살 보다 싼데 왜 삼겹살을 먹냐"는 것이었다. 실제 '미리내'님이 안내한 고기집의 한우는 정말 쌌다. '600g에 3만원'. 당시 서울의 삽겹살 집이나 프렌차이즈의 삼겹살이 일인분에 8~9000원 정도 했기 때문에 삼겹살 보다 싸지는 않아도 거의 비슷한 가격이었다.
어떤 고기를 사용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 가게도 다른 집과 똑 같이 최상급 1등급 한우라고 표시하고 있다.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니 '1등급 한우'였다. 당시도 농림수산부가 만든 안심장보기와 같은 어플을 설치하고 다니던 상태라 이 어플을 이용해서 진짜 1등급인지 바로 확인해 봤다. '1등급'이다. 그럼 1등급 한우를 어떻게 이렇게 싸게 판매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우 등급 부터 바로 알아야 한다.
쇠고기 1등급의 비밀
일반적으로 우리는 '한우 1등급'이라고 하면 아주 좋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 역시 며칠 전 올린 글처럼 사람의 의식을 조작한 대표적인 예일뿐이다. 한우의 등급은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눈다. 육질등급과 육량등급이다. 육량등급은 보통 한우 한마리를 잡았을 때 나오는 고기양에 따라 A, B, C로 나눈다. 중요한 점은 고기가 많이 나온다고 맛이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육량등급은 신경쓰지 않고 육질등급만 확인하면 된다. 다만 일부 업소에서는 A++등급처럼 육량등급을 육질등급으로 사기치는 업소[1]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구분 | 육질등급 | ||||||
---|---|---|---|---|---|---|---|
1++등급 | 1+등급 | 1등급 | 2등급 | 3등급 | |||
육량등급 | A등급 | 1++A | 1+A | 1A | 2A | 3A | |
B등급 | 1++B | 1+B | 1B | 2B | 3B | ||
C등급 | 1++C | 1+C | 1C | 2C | 3C |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이런 등급체계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비자가 1등급만 찾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기준이 되어야할 국가기관에서 사용자의 이런 속성을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출처: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좋은 고기 고르는 요령]
육질등급은 '1++등급', '1+등급', '1등급', '2등급', 등급 외로 구분된다. 따라서 '1등급'이라고 하면 맛이 상당히 좋을 것 같지만 전체 쇠고기 등급 중 '중간'에 해당하는 등급이다. 1등을 너무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때문에 이런 표기 방법을 택한 것이다. 물론 이런 표기 방법은 분명히 사용자 의식을 조작한 사기다. 그래서 이런 표기 방법을 선택한 축산물품질관리원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이것은 소비자의 의식이 달라지지 않는한 계속될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1++등급이 가장 맛있는 쇠고기로 전체 한우 중 10% 미만이 1++등급을 받는다. 또 1++등급은 22%, 1등급은 31%에 이른다고 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한우 중 3분의 2 이상이 1등급 이상인 셈이다. 따라서 '1등급 최고급 한우만을 사용한다'는 집에 가서 비싼 돈을 주고 쇠고기를 먹을 필요는 없다. 또 먹어보면 의외로 질기며 맛이 별로다[2]. 그 이유는 1등급 한우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최고 등급의 한우가 아니라 3등급 한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등급 한우가 정말 맛있는 한우로 착각하고 먹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실제 1++등급과 1등급의 맛차이는 아주 크다. 1++등급은 '고기가 입에서 녹는다'. 쇠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1++등급의 쇠고기를 먹어 보면 쇠고기 맛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1++등급의 한우를 판매하는 업소는 많지 않다. 내가 가본 곳 중에는 횡성에 있는 동가래농장[3]이 유일했다. 태백 한우도 상당히 맛있다. 개인적으로 횡성 동가래 보다 맛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태백 한우는 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만 고기의 색과 마블링을 보면 최소한 1+ 이상의 등급은 되보였다.
맛있는 쇠고기는?
좋은 쇠고기를 고르려고 하면 '지방 분포', '고기색', '지방색'을 보면 된다. 일단 지방은 세밀하고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야 한다. 또 고기색은 선홍색을 띠며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처음 고기는 암적색을 띤다. 그리고 공기 중에 노출되면 산소와 결합해서 선홍색이 되고 오래되면 적갈색으로 바뀐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것은 미국산 쇠고기에 비해 한우의 색깔이 조금 더 진하며 고기색으로만 판단하면 미국산 쇠고기가 더 선홍빛이다. 마지막으로 볼 것은 지방색이다. 지방색은 우유빛으로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왼쪽이 맛있는 쇠고기이고 오른쪽이 맛없는 쇠고기이다. 설명만 보면 고기 고르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자주 먹어 보면 느낌으로도 맛있는 쇠고기를 구분할 수 있다. [그림출처: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좋은 고기 고르는 요령]
맛있게 먹는 방법은?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쇠고기는 '1++등급'이 가장 맛있다. 그러나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동가래농장같은 업체가 주변에 있다면 직접 사와서 먹을 용의도 있다. 그러나 동가래농장과 같은 업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쇠고기를 먹기 위해 매번 횡성까지 가기도 힘들다. 이럴 때는 1등급이나 2등급 쇠고기를 사와서 먹는 것도 괜찮다. 아니 업자에게 속지 않고 쇠고기를 맛있게 먹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등급이 떨어지면 쇠고기가 질기며 맛이 떨어진다.
그러나 맛이 떨어진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를 바로 먹는 것이 맛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쇠고기도 숙성을 해야 맛있다'. 실제 맛있는 고기를 제공하는 고기집은 모두 자체에서 숙성한 뒤 손님에게 내온다. 등급이 떨어지는 쇠고기도 비슷하다. 고기 자체에 기름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질긴 쇠고기는 숙성을 통해 부드럽고 더 맛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쇠고기를 숙성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사온 '쇠고기를 먹을 분량에 따라 진공포장'한다. 진공포장기가 없다면 랩으로 꽁꽁 싸매도 된다. 그리고 '야채실에서 15~25일 가량 저온 숙성'한다. 이렇게하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나와 그냥 먹는 것 보다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참고로 아래에서 소개하는 동가래농장의 1++등급 한우도 날짜만 보면 10일 정도 저온 숙성한 한우처럼 보인다.
동가래농장
동가래농장[4]에 대한 리뷰는 따로 올리겠다. 사진까지 찍었지만 시간이 바빠 아직 올리지 못하고 있다. 충주에서는 1시간 30분 정도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작년까지 꽤 자주 가던 곳이다.
7번 국도를 타고 횡성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간판이 보인다. 이 간판 바로 옆의 작은 오르막길을 오르면 동가래농장이 나타난다.
'한우 중에서 거세우(1++) 보다 더 비싸고 좋은 한우는 없다'고 쓰고 있다. 또 '전국에서 제일 비싼 한우를 제일 싸게 판다'고 한다. 그런데 등급을 생각하면 정말 싸다. 올해 가격은 모르겠지만 최고급 등심 100g을 1만2천원 정도에 판매했었다.
시골에 가면 정육점과 식당을 함께 하는 곳이 많다. 돼지고기를 이렇게 판매하는 집은 보통 식육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고 쇠고기는 정육식당이라는 간판을 단 곳이 많다. 동가래농장도 비슷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점이 있으며 여기서 고기를 사서 식당 안쪽에서 구워 먹거나 사가지고 가면 된다. 식당을 이용하면 '일인당 3천원의 반찬비'를 받는다.
역시 약간 구운 상태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기름이 아주 잘 박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고기는 먹으면 입에서 녹는다. 또 살짝 구우면 입에서 녹고 바싹 구우면 고소하다. 보통 쇠고기는 바싹 구우면 맛이 없다고 하는데 1++ 등급에서는 이런 말도 통하지 않는다.
개체 식별번호가 있기 때문에 이 식별번호를 이용하면 한우의 등급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개체 식별번호를 확인한 것이다. 2008년 2월 20일에 태어나서 2010년 7월 14일에 도축됐다. 고기를 먹은 날이 7월 25일이니 도축 후 10정도 지난 뒤 먹은 셈이다. 지역은 예산이다. 예산은 인근의 봉화, 영주[5]와 더불어 쇠고기가 맛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남은 이야기
이 글을 쓴 2011년 까지는 1++ 등급 한우를 좋아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등급은 높지 않지만 정말 맛있는 한우를 먹은 적이 있다. 이때 경험으로 쇠고기 등급제에 대한 의문을 품었고 요즘은 1++ 등급을 예전처럼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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