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회의 제왕, 쏘가리
나도 쏘기리 회는 처음 먹어봤다.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시중에 쉽게 볼 수 있는 물고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잡은 쏘가리는 동네 형님이 직접 회를 떴다. 크기는 꽤 커보였지만 막상 회로 뜨자 작은 접시로 한접시 에 불과했다. 그러나 회맛은 일품이었다. 쫀득 쫀득한 살과 씹다 보면 단맛이 돌았다.
도미노 피자 이벤트
지난 일요일의 일이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글을 올리고 나니 집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들이 피자를 먹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요즘 도미노 피자에서는 여러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도미노 피자 5종을 20년전 가격(만6천원~만8천원)을 받는 이벤트이고 또 다른 하나는 트위터 팔로어 수 만큼 할인 받는 이벤트[1]이다. 두 가지 이벤트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때문에 팔로어가 많은 사람은 도미노 피자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
노미노 피자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전화를 받고 바로 피자를 주문했다. 트위터 팔로어로 '2만원'을 할인받고 '포장으로 다시 할인'을 받아 2만6천원 짜리 피자를 4천 몇백원에 주문했다. 피자를 주문하고 실제 피자가 나오기 까지 20분 정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20분 뒤 피자를 찾아 집에서 아이들과 피자를 먹었다. 물론 혼자만 먹으면 아쉬울 것 같아 도미노 피자 이벤트 소식과 피자 사진을 올리는 센스도 발휘했다.
맥주와 피자를 먹는 중 우엉맘에게 전화가 왔다. 잠깐 전화 통화를 하던 우엉맘은 "오빠, 언니가 그러는데 투망 던져 물고기 잡아 '도리뱅뱅이'를 해먹자는데."라고 하는 것이었다. 일단 '도리뱅뱅'이라는 말이 낯설었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투망을 던져 고기를 잡자는 뜻으로만 이해했다. 그러나 이미 맥주에 피자를 먹어 배가 부른 상태라 투망질을 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충주에 강이 많기는 하지만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투망을 던질만한 곳도 잘 알지 못했다.
아무튼 가지 않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우영이는 무척 고기를 잡으로 가고 싶은 듯했다. 도시에만 살았던 우엉맘은 당연히 또랑에서 고기를 잡는 맛을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다. 다예는 관심이 있을 듯하지만 무엇이든 현실적인 다예는 굳이 고기 잡으러 가는 것 보다는 집에서 엄마랑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따라서 고기를 잡는 것 보다는 일요일 오후를 집에서 편안히 쉬는 것으로 결정났다.
단월강 쏘가리
그러나 우영이는 고기를 잡으러 가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또 '도리뱅뱅'이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기를 잡은 뒤 술마신다'는 것으로 일단 이해했다. 그러자 술을 좋아하는 나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는 듯했다. 결국 술 생각이 들고 우영이 소원도 들어줄 겸 아이들과 함께 동네 형님댁으로 향했다. 처음에 우엉맘은 나와 우영이만 동네 형님댁에 내려 줄 요량이었지만 차가 부족해서 결국 함께 고기를 잡으러 갔다.
충주는 상수원 보호 구역이다. 따라서 올갱이가 많이 날만한 곳이나 쏘가리와 같은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을 만한 곳은 들어가면 대부분 벌금이다. 이렇다 보니 외지에서 이사 온 나로서는 투망을 던질만한 마땅한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예전에 가던 덕동계곡은 투망을 던져도 되지만 오후 6시가 다된 시간에 덕동계곡까지 가기도 마땅치 않았다. 다만 카센터를 하시는 형님이 워낙 잘 아시기 때문에 형님차만 따라갔다.
그런데 의외로 형님차는 먼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단월강을 향하는 것이었다. 단월강수욕장이라는 글에서 한번 설명했지만 단월강은 수량이 많지 않고 물이 거의 고여있는 상태다. 따라서 물이 조금 더럽다. 투망을 던지면 고기는 잡히겠지만 과연 얼마나 잡힐지,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역시 외지 사람과 차이가 있었다. 정확한 위치는 말하기 힘들지만 형님에 따르면 여기서 새벽 한두시간 투망질로 5~6마리의 쏘가리를 잡으셨다고 한다.
아무튼 형님을 따라 내려와 보니 얼마 전 비가와서 그런지 단월강은 물이 상당히 많았다. 급히 흐르는 물때문에 흙탕물이 되기는 했지만 예전 단월강과는 달리 물은 시원하고 깨끗했다[2]. 평상시 같으면 나도 투망을 던지겠다고 나섰겠지만 물살이 세고 수심을 모르는 상태에서 술까지 마시고 들어가기는 무리였다. 아무튼 카센터 형님은 투망을 익숙한 솜씨로 던졌다.
그리고 건져올린 투망. 멀리서 봐도 무척 큰 물고기가 걸려있었다. 단월강의 수심과 투망을 생각[3]을 생각하면 정말 큰 녀석이었다. 투망을 자주 던져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투망을 던져 잡은 물고기 중에서는 가장 큰 물고기처럼 보였다. 그리고 올라온 투망. 그 비싼 쏘가리였다.
무늬가 상당히 예쁘다. 그러나 입을 보면 흉폭한 성질을 알 수 있듯 이빨이 아주 날카롭다. 또 육식 물고기 답게 입이 상당히 컷다.
일단 첫 투망질에 커다란 쏘가리가 걸리자 물고기를 잡는 것에 시큰둥하던 우엉맘도 신이난 듯했다. 여기에 역시 현실적인 다예는 물을 보자 우영이와 열심히 놀았다. 이런 와중에 카센터 형님이 다시 투망을 던졌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이번에는 더 큰 물고기가 걸렸다. 크기로 보면 쏘가리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다만 노치라는 맛없는 물고기라는 점이 문제였다.
뒤집어져 있지만 죽은 것이 아니다. 잡아 들통에 넣으면 뒤집어 졌지만 물고기가 워낙 크다보니 뒤집기를 못하는 것이다. 이 녀석은 맛이 없다는 이유로 나중에 방생했다.
아무튼 연달아 커다란 물고기 두마리를 잡자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다.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고 하니 시큰둥하던 우엉맘도 다예도 우영이도 모두 즐거운 분위기였다. 카센터 형님과 함께 온 동네 형님들이 '도리뱅뱅'을 하기 위해 물고기를 잡는 족족 배를 땃다. 도시에서 왔기 때문에 그런 것은 전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나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아무튼 한시간 정도 투망을 던지니 쏘가리 한마리, 노치 한마리와 빠가사리, 모래무지등 상당히 많은 물고기가 잡혔다. 물통에 넣어 두어도 조금 오래사는 빠가사리는 형님이 우영이 물통에 담아 주었다. 그리고 형님이 하는 카센터로 향했다. 여름이라 오후 8시에도 날은 그리 어둡지 않았지만 역시 생각대로 날은 아주 급하게 저물었다. 충주 공설운동장 앞에 있는 형님네 카센터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완전히 저문 상태였다.
도리뱅뱅
처음에는 도리뱅뱅이 무엇인지 몰랐다. 어떤 요리인가 인터넷에서 찾아 보니 밑물 고기를 기름에 바짝 튀긴 뒤 양념을 입혀 먹는 요리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밑물 고기는 잡는다고 해도 해먹을 방법이 많지 않다. 고기가 큰 쏘가리는 회로도 먹고 매운탕으로도 먹지만 이런 잡어는 매운탕을 끓이기도 조금 불편하다. 그래서 고향에서는 이런 잡어는 배를 딴 뒤 날로 초장에 찍어 먹는다.
그러나 충북과 경기도 접경 지역에서는 날로 먹기 보다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도리뱅뱅을 해먹거나 어죽을 만들어 먹는다. 물론 도리뱅뱅은 그 특성상 빙어로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인터넷을 찾아보면 충북권에서는 빙어가 아니라고 해도 이런 잡어를 이용해서 도리뱅뱅을 자주 해먹는 듯했다. 문제는 투망을 던져 물고기를 잡은 형님이나 같이 갔던 형님들도 도리뱅뱅을 하실 줄 모른다는 점. 그러나 요리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잡아온 물고기를 도용해서 도리뱅뱅을 해 먹었다.
- 잡아 온 물고기를 잘 손질한 뒤 식초 몇 방울 떨어트린 물에 잠깐 담궈둔다. 식초 물에 잠깐 담구는 것은 밑물고기의 비린 내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 후라이팬에 물고기를 잘 담는다. 사진은 조금 엉망으로 담았지만 후라이팬에 뱅글 뱅글 돌려 서로 겹치지 않게 담으면 된다.
- 여기에 물고기가 잠길 정도로 기름을 붓고 입맛에 따라 튀긴다. 비린 내 없이 아이들도 과자처럼 먹을 수 있도록 하려면 조금 오래 바싹하게 튀기는 것이 좋다.
- 일단 물고기를 튀겼으면 기름을 따라 버린 뒤 양념을 골고루 바르고 다시 굽는다. 양념 맛이 가장 중요하지만 양념을 만들 시간이 없어서 시중에 파는 불고기 양념을 이용했다.
원래 도리뱅뱅은 조금 작은 물고기로 서로 겹치지 않게 놓은 뒤 튀겨야 한다. 그러나 그냥 쌓아놓고 튀기고 불고기 양념을 쏟아 부어서 모양이 조금 좋지 않게 나왔다. 또 불고기 양념이 너무 달아 고추가루를 뿌리다 보니 모양은 그리 이쁘지 않다. 그러나 맛은 괜찮았다. 물론 불고기 양념[4]이 너무 달아 단맛이 강했지만 고기 차체는 상당히 고소한 편이었다.
쏘가리 회
이렇게 이야기하면 쏘가리가 궁금할 사람이 많다. 쏘가리는 형님이 직접 회를 떴다. 쏘가리 회는 쉽게 맛보기 힘들다. 비싼 쏘가리를 회로 먹을 사람도 많지 않지만 회로 떠도 양이 얼마되지 않는다. 잡은 쏘가리도 비슷했다. 크기는 꽤 커보였지만 막상 회로 뜨자 작은 접시로 한접시 정도 나왔다. 회맛은 일품이었다. 쫀득 쫀득한 살과 의외로 씹다 보면 단맛이 돌았다.
쏘가리 회의 사진도 올렸으면 좋겠지만 술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지 않는 습관 때문에 쏘가리 회는 찍지 못했다. 도리뱅뱅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술판이 벌어지기 전, 즉, 술 마시러 들어다 찍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남은 이야기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고, 방학 때면 10여일씩 시골에서 놀았던 나는 또랑에서 둑치고 가제 잡고 물고기 잡는 것이 낯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학 때 시골에 가면 하루 종일 또랑에서 이렇게 놀았다. 그러나 요즘은 아이들이 이렇게 놀 수 있는 또랑도 많지 않다. 개발에 의해 모두 콘크리트가 씌워지고 하천 생태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날 하루는 아이들이 두고 두고 기억할만 했다.
내가 봐도 너무 큰 물고기, 투망을 던지면 올라오는 작은 물고기, 돌을 들추면 여기 저기 기어다니는 올갱이. 물살이 세서 단월강에 몸 담그고 놀지 못한 것만 빼면 아이들게게는 충주로 이사온 뒤 최고의 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에 쫄대를 넣어 가지고 다니며 가끔 덕동계곡과 같은 또랑에서 물고기를 잡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잠깐 사이 이렇게 많은 물고기를 잡은 적은 별로 없었다. 따라서 이날은 충주 사는 정취를 한 껏 만끽한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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