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도둑질

저 역시 똑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을 학창시절에 겪었습니다. 당시 대학교 친구, 선배들과 강촌에 놀러갔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텐트를 가지고 있는 집이 별로 없었습니다. 요즘처럼 노는 문화가 정착되기 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집에는 텐트가 두개나 있었습니다. 5~6인용 텐트와 2~3인용 텐트.

목차

우엉맘과 일당들

다른 주부들과 마찬가지로 아이 엄마도 동네 아주머니들과 숯가마찜질방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주부이다 보니 당연히 가기전에 음식을 서로 준비해서 싸가지고 갑니다. 오늘도 "동네 아주머니와 숯가마에 갔다"고 합니다. 뜨거운 것을 싫어하는 저는 이런 곳은 질색이지만 아주머니들 중에는 살이 벌겋게 익을 때까지 계시는 분도 있습니다.

아무튼 찜질방이든 숯가마든 재미있는 시간은 웃고 떠들고 먹는 시간인가 봅니다. 다들 자신이 싸온 음식을 펴고 모두 즐겁게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웬 남자분이 나타나서 먹던 음식을 달라고 했습니다. 거지도 아닌 것이 숯가마에 까지 와서 구걸을 하나 싶었겠죠.

그래서 같이간 아주머니가 "우리 음식을 왜 당신한테 주냐"고 아주 당당하게 따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음식이 우엉맘과 그 일당들이 싸간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즉, 이 아저씨가 싸온 음식을 아주머니들이 모르고 먹은 것입니다. 그때야 "음식 보따리를 풀면서 누구 것인지 몰라 물었던 보따리가 있었다"는 것을 다들 기억해 냈다고 합니다.

쏘아버린 화살, 엎어진 물
난감한 상황이지만 역시 아주머니들은 당당합니다. 그 아주머니 중 한분이 나서서, 모르고 음식을 먹은 것을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그 음식 대신에 돈으로 드려도 되는지를 물었다고 합니다. 음식에 담긴 정성이야 돈으로 따질 수 없지만 이 상황에서는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싸온 음식을 생판 모르는 아주머니들 - 아마 속으로 쥐때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 에게 빼았긴 아저씨는 화를 무척냈다[1]고 합니다. 아저씨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얼마나 얄미웠을까요? 음식을 먹으며 누가 싸온 것인지 확인도 안하고 먹었다니 당연히 분통이 터졌을 것입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결국 우엉맘과 함께 간 아주머니 중 한분이 식당에 가서 "이 아저씨가 싸온 음식을 그대로 만들어 왔다"고 합니다. 우연찮게 벌어진 일이지만 이런 일은 살다 보면 의외로 자주 발생합니다.

우연한 도둑질

저 역시 똑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을 학창시절에 겪었습니다. 당시 대학교 친구, 선배들과 강촌에 놀러갔습니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텐트를 가지고 있는 집이 별로 없었습니다. 요즘처럼 노는 문화가 정착되기 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집에는 텐트가 두개나 있었습니다[2]. 5~6인용 텐트와 2~3인용 텐트.

그래서 텐트를 모두 제가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아마 성북역이었던 것같습니다. 지금은 강원도로 가는 기차가 청량리까지 오지만 당시는 성북역까지만 왔던 것 같습니다. 성북역에 모여 짐을 쌓아두고 기차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상당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댔습니다.

그리고 기차가 와서 모두 짐을 들고 기차를 탔습니다. 목적지가 강촌에 있는 삼악산[3]이지만 점심때라 강촌에서 일단 밥을 먹고 삼악산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다들 강변에 짐을 부리고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 였습니다.

도아: 이거 누구 거야?
친구: 니꺼 아냐, 니껀 줄 알고 가져왔는데.

제가 텐트를 두개를 가져와 짐이 많아서 친구가 제 짐의 일부를 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짐이 쌓여있던 곳에서 제 짐인 줄 알고 다른 사람의 작은 배낭을 들고 온 것[4]입니다. 역시 이미 "쏟아진 물이고 쏘아 버린 화살이었습니다". 짐을 잃어버린 사람은 열받았겠지만 의도적으로 가져온 것도 아니고 돌려 줄 방법도 없었습니다.

배낭에는 막 담근 김치와 과일이 있었습니다. 첫날 우리가 가져간 김치는 다 먹었습니다. 모두 남자들이라 "3박 4일로 놀러 간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도시락을 싸듯 작은 병에 김치를 담아 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머지는 이 김치로 때웠습니다. 얻는 과정이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김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더군요'. 이 김치가 없었다면 우리의 첫 여행이 어땠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의 실수로 김치를 잃어버린 분들께는 이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관련 글타래


  1. 음식도 단순한 음식이 아니고 환자가 먹을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2. 부모님이 장사를 하셨지만 아는 분들과 캠핑을 다니셨기 때문입니다. 
  3. 산 이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4. 휴가 가는 사람이 많아서 여기 저기 짐이 쌓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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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2009/03/11 21:32 2009/03/1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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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위상 2009/03/11 21:46

    저런 일 있으면 무척이나 난감할거 같네요.
    아니, 그보다 직접 요리해주셨다는 아주머니 멋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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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9/03/11 21:50

      방법이 없으니까요. 환자 음식이니 사드릴 수도 없고요. 다만 가장 나은 해결책을 찾으신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2. 역전의용사 2009/03/11 22:28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하신거군요 ㅎㅎ
    당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좀 황당하겠단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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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9/03/12 08:59

      서로 당황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잘 해결했으니 된 것이죠.

  3. 아후라 2009/03/11 23:15

    알고도 행한 "미필적 고의"가 아니었으니 쌍방이 다 황당했을 것 같습니다.

    근데...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해결하신 것 같네요.

    작은 일이지만 비슷한 일이 있을 때 해결방법으로 참고해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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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9/03/12 08:59

      예. 사실 다른 방법은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같은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인 것 같습니다.

  4. 공상플러스 2009/03/11 23:31

    흐엌ㄷㄷㄷ 저도 가끔씩 그럴 때 있어요..
    학생이니까 샤프심이나 지우개 가지고 ㅎㅎㅎ.. 근데 그런 건 음식이나 텐트같은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냥 무시해버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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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9/03/12 09:00

      샤프심, 지우개는 자주 일어나죠. 참고로 저는 같이 술을 마시고 나면 주머니에 라이터가 가득하더군요.

  5. 의리 2009/03/11 23:45

    역시 놀러갈 땐 자가용을..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9/03/12 09:00

      당시에는 자가용이 아주 드물었습니다.

  6. 자취폐인 2009/03/11 23:49

    갑자기 예전에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알바 할때가 생각나는군요.

    조교누나가 자기 차가 건물앞에 임시주차가 되어있으니. 통행에 방해도 되고 그래서 저보고 근처 주차장에 대신 주차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열쇠을 받고서 갔지요. 누나가 말한 자리에 가니 노란색 아토즈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운전석 문을 열고 키를 꽂고 돌리는데..

    안돌아가는 겁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몇번을 힘을주고 돌리려했는데 절대 안돌아가더군요.

    그래서 다시 조교누나한테가서 상황설명을 하고 같이 차로 가는데.. 조교누나왈.. 야~ 어디가 내차 저쪽에 저건데?

    으잉? 누나가 가르킨곳을 보니 노란색 아토즈가 또 있더군요.

    어라..그럼 아까 그건 뭐냐..... 싶어서 다시 가서 돌려보니..열리고...

    헉..남의차다~~ 아차싶어서 얼른 문다시 잠그고.. 누나차로 가서 해보니잘되더군요. 조교누나도 신기하다면서.. 웃더군요.

    졸지에 차량털이범 될뻔했습니다. ㅎㅎ

    그런데 나중에 뉴스기사를 보니 그런경우가 경차나 가격낮은 차 위주로 종종 있고 가격이 비쌀수록 그런 경우가 드물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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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9/03/12 09:02

      문을 열때 사용하는 장치가 전자파를 사용하는데 서로 다른 주파수 만개정도로 할당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차량은 많고 그 많은 차량에 만개의 주파수를 할당하니 우연히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하더군요. 다만 싼차라 그런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7. oneniner 2009/03/12 09:35

    ㅎㅎ 다들 재미난 일들을 겪으셨군요...
    저도 가족들과 찜질방을 자주 가는 터라 이런일이 간혹 발생하곤 하죠..
    특히 찜질방에서 파는 얼음이 든 아이스커피...
    이거 정말 많이 헷갈려서 남의 것을 먹곤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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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9/03/12 14:06

      재미는 있을 수 있지만 한쪽은 당황하고 한쪽은 황당하지 않았을까요?

  8. mepay 2009/03/12 12:46

    형수님 요리 솜씨가 일품인데.. 실책으로 먹은 그 요리도 일품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모르고 먹었던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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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9/03/12 14:07

      여러 사람이 준비한 것이니 맛하고는 상관이 없었을 것 같더군요.

  9. goohwan 2009/03/12 21:11

    그때 그분이 도아님이셨군요 ㅡㅜ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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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9/03/13 07:54

      20년 전이니... goohwan님 엄마 손잡고 다닐 때군요.

(옵션: 없으면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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