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반장된 우영이
오늘 전화가 왔다. 평상시 아빠를 조금 무서워하기 때문에 나에게 전화를 하는 때는 많지 않다. 오히려 다예가 집에 아무도 없으면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전화하는 편이다. 전화 역시 집에서 온 것이라 우엉맘이 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우영이였다.
"우영: 아빠. 나 부반장 됐다."
"도아: 그래, 우리 우영이가 부반장이 됐구나! 아빠가 뭐 사줄까?"
"우영: 응. 있다가 태권도 갔다 왔다가 이야기할께요."
착한 우영이
우영이는 성격이 조금 급하다. 또 마음이 상당히 여리다. 다예와 잘 싸우기는 하지만 결국 양보는 우영이가 한다. 이렇다 보니 좋게 말로하면 될 일을 울면서 이야기하다 혼나는 때가 많다. 그렇지만 사교성이 상당히 좋다. 가끔 소리치고 친구랑 싸우기는 하지만 어떤 아이들이든 잘 어울린다. 장난이 아주 심하고 동생을 아주 잘 놀린다. 우엉맘이 나랑 사귄지 15년이 다되가지만 지금도 열받아 하는 것은 우영이가 다예를 놀리는 식으로 놀릴 때이다.
맘보 맘보 잠맘보~ 잠맘보~ 잠맘보~
맘보 맘보 잠맘보~ ㅁㄱ잠만보~
우엉맘이 잠을 많이 잔다고 즉흥적으로 만든 노가바[1]이다. 사람을 보면 바로 별명을 짓고, 약올릴 때는 아무 노래나 가사를 바꿔 불러 놀리곤 한다. 그런데 별명을 잘 짓는 것은 다예가 잘하고 즉흥적으로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르는 것은 우영이가 잘한다. 같은 또래에서 보면 이런 녀석은 정말 얇밉다. 뭐든 말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영이도 반장이나 부반장을 해보고 싶어 했다. 예전에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성적이 좋은 사람이 반장/부반장을 했지만 요즘은 성격이 좋은 사람이 반장이나 부반장을 한다. 나를 닮아 "무엇인가 파고 드는 것"을 좋아하지만 우엉맘을 닮아 "모난데가 별로 없는 녀석"이다.
반장으로 나서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작년 반장 선거에서는 떨어졌다. 이유를 물어 봤다. 내막을 들어 보니 별것 아니었다. 아이들 선거지만 어른들 선거처럼 "없어도 있는 척", "몰라도 아는 척", "열심히 하겠다"는 공약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공약을 말 하는 것이 쑥스러워 간단히 "열심히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오늘 전화가 왔다. 평상시 아빠를 조금 무서워하기 때문에 나에게 전화를 하는 때는 많지 않다. 오히려 다예가 집에 아무도 없으면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전화하는 편이다. 전화 역시 집에서 온 것이라 우엉맘이 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우영이였다.
우영: 아빠. 나 부반장 됐다.
도아: 그래, 우리 우영이가 부반장이 됐구나! 아빠가 뭐 사줄까?
우영: 응. 있다가 태권도 갔다 왔다가 이야기할께요.
요즘은 녀석의 습관을 잡기 위해 조금 엄하게 대하고 있는데 부반장[2]이 된 반가운 소식은 무서운 아빠에게라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불현듯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를 무척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하나 밖에 없는 종가집 종손에 대한 기대였는데 내게 이보다 더 큰 부담은 없었다.
우영이를 나무라는 내 모습을 보며 항상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우영이도 "나처럼 아버지를 지나치게 무서워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항상 노력하고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길 기대하지만 인간인 이상 이것 또한 쉽지 않다. 渡我라는 내 호[3]처럼 순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부반장이 되고 녀석이 얼마나 기뻤을 지는 짐작이 간다. 또 반장이나 부반장을 하면 나름대로 어른스러워 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기대도 조금 된다. 오랜 만에 녀석이 좋아하는 것을 사주고 녀석이 반장이 된 무용담을 들어 볼 생각이다.
- 여기서 ㅁㄱ은 우엉맘의 이름이다. ↩
- 서울에서는 반장/부반장외에 회장/부회장도 있는 것 같았다. ↩
- 도아, DoA, 渡我 모두 사용한다. DoA는 IRC에서 사용하는 별명이고, 도아는 글을 쓸 때 사용하는 필명, 渡我는 호이다. 더 자세한 뜻은 DoA의 뜻이라는 글이나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 소개를 보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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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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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적 2009/03/05 20:37
관계맺기를 잘 하시기 바랍니다.
들린지는 오래됬는데 호의 뜻은 처음 봤습니다.
전형적인 엄부자모인가요? 좋은 일 가정에 많으셨으면 합니다. -
NOGA 2009/03/05 21:26
전 학급 실장인데..
회장.부회장은 전교를 말하는 것 인가요??
우영! 부반장 축하합니다.
학급 관리 못 하면 욕 먹는거.
힘들죠.
하지만 아주 좋은 경험이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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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2009/03/05 22:01
^^ 재미있을 때네요.
졸업하고 나니, 선거라곤 국회의원 대통령 밖에 없어서
텀이 너무 기네요.
아, rss 늦게 추가 하고 갑니다.
rss로 읽지는 않는데, 매번 검색으로 찾아오기 힘들어서
rss리스트로 정리중입니다 ^^
편안한 밤 되세요! -
mepay 2009/03/05 23:08
제가 옆에서 봤을땐..
늘 자상하게 잘 대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도아님만의 특별한 교육 방식이나 카리스마가 있나 보군요.
아무튼 우영이가 부반장 되었다니 참 장합니다.^^ -
minerva 2009/03/06 01:48
쩝... 다예공주 얘기가 아니네 -_- 다예공주 얘기가 아니므로 그냥 PASS...
미안하다 우영아 ㅠ.ㅠ 너에 대한 얘기는 그냥 PASS다 -_-
이 아저씨들은 다예공주만 예뻐한단다 ㅎㅎ
아빠는 딸이든 아들이든 똑같이 사랑하겠지만 아저씨들은 다르단다 ㅎㅎ
미안하지만 다음부터는 너가 대타로 나오지 말고 동생을 내보내 주렴 ㅎㅎ -
김진복 2009/03/06 11:49
^^축하드립니다...아이도 아이지만..아빠맘도 뿌듯했겠네요...
전에도 잠깐 말씀드렸듯이...제 애들하고 성별이나 연령대가 비슷하네요
제 큰놈이 올해 4학년이 되었습니다. 둘째딸은 초등학교 입학했구요
큰놈이나 작은딸 성격도 도아님 애들하고 비슷합니다..ㅋㅋ
이쪽은 반장(실장)/부반장(부실장)/회장/부회장 형태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반장역활은 일반적으로 선생님을 도와서 반을 이끌어 가는듯 싶고...회장은 반의 회의를 주제한다고 하네요...
제 큰놈은 3학년까지는 부반장을 했었는데...그때 먼가 아쉬워서....4학년때 반장을 하던가 올백을 받아오면...핸폰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근데 어제 덜컥 큰놈한테서 전화가 왔더군요....반장 뽑혔다고.....햅틱폰 사달라고...
예전에 약속을 쉽게 하는게 아니었는데.....ㅠㅠ
햅틱폰은 초등학생에게 아직 무리인듯 싶고......이번주말에....꽁짜폰 하나 사러 가야 할듯 합니다..ㅋㅋ -
어강됴리 2009/03/06 16:38
음 저는 큰녀석이 3학년 작은녀석이 내년 취학예정입니다.
작년에 큰녀석이 1학기때 회장을 했었지요
서울 동부쪽인데 여기는 남자회장 1, 여자회장 1, 남자부회장 1, 여자 부회장 1 이렇게 되어있구 남자회장이 대표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큰녀석은 공부엔 관심이 없는지 점수 받아온걸 보면 화나기 보다 신기할 정도 이지요
집사람 말로는 1학년과 2학년은 학급배식과 청소를 학부모들이 한다고 합니다.
남자회장 엄마가 대표로 엄마들 조를 짜서 일사불란하게(?) 선생님을 도와 드린다고 합니다.
특히나 학기초 회장을 하게되면 학급 커튼 빨래, 망실(깨진)된 화분 사 날르기등
신경쓸일이 많아 예기치 못하게 아이들이 회장이나 부회장을 1학기때 하게되면 전혀 좋아하지 않더군요.
하여튼 공부하고 상관없이 회장이든지 반장이든지 한다는걸보면 좋은면으로 보이다가도 선생님을 하늘 모시듯하는 행태(선생님들이 먼저 요구 하신다네요 -.-) 를 보면 거꾸로 가는듯도 싶습니다. -
애마 2009/03/07 08:03
후후....
축하 드려요....^^
언제 봐도 귀여운 우영이.....잘 키우세요
나라의 앞날을 짊어지고 갈 새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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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 2009/03/07 20:42
자식이 잘되는 일에 싫어할 부모가 있을까요??
부반장이 되서 우영이한테도 축하하고 도아님한테도 축하드립니다.
저도 아이들이 뭐 잘됐다하면 맘 속으로는 무조건 좋죠^^
표현으로는 잘 안하지만~~
그리고 요즘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인기가 좋와야한다니까요^^
도아님 블로그도 자주오고 qaos에도 자주 놀러갑니다.ㅎㅎ -
Oo고목나무oO 2009/03/08 21:11
이야... 부반장... 리더쉽이 강한 부반장이 되기를...
전 청소반장 이랑 내무반장 밖에 안해봐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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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 2009/03/12 14:49
블러그 글 신나게 읽으며 여기저기 다니다가 제이름이 있어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저하고 이름이 같네요...우영이 건강하게 자라서,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기원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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