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손만 잡아도 임신하는 걸로 아는 여자
얼빵한 두 과장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여사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 김부장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남자다. 김부장은 남자 손만 잡아도 임신하는 것으로 아는 그런 노처녀이다. 세상에 손만 잡아도 임신하는 것으로 아는 여자가 어디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살던 시대에는 그런 여자가 많았다.
김부장
크크섬의 비밀이 워낙 오랜 기간동안 방영하지 않다 보니 크크섬의 비밀을 처음 부터 13회까지 세번이나 봤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각각의 등장인물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번, 크크섬의 비밀 - 신성우와 채시라, 그리고 복귀라는 글도 신성우라는 인물 한 사람에 촛점을 맞추었으므로 이번에도 김선경(김부장)이라는 인물 한사람에 촛점을 맞추어 보겠다.
크크섬의 비밀은 로스트의 패러디라고 한다. 문제는 나는 로스트를 보지 않았다는 점. 재미있다는 사람이 많아 보려고 했지만 어설픈 한국말과 한국에 대한 근거없는 비하, 그리고 재미있다고 느낄만한 요소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보다가 말았다. 크크섬의 비밀이 로스트의 패러디라면 아마 "재미있다고 느낄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이 패러디일지 모르겠다.
크크섬의 비밀에 등장하는 인물은 김부장과 두 과장(신과장, 김과장), 윤대리와 세 사원(심형탁, 이다히, 채민영), 그리고 알바(김시후)이다. 이외에 주변인물로 심형탁과 혼인할 김정민, 이들을 무인도에 떨군 이선장(이외수), 딸 이신하, 사장의 밀명을 수행하는 이대리와 사장, 사장부인, 이형사, 여순경등이 나온다.
등장인물의 관계도 상당히 복잡하다. 두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과장과 심형탁, 이다희. 서로 대립관계에 있는 이다희, 김정민, 사장과 사장부인. 가장 큰 음모는 사장과 사장부인의 관계이다. 다만 김과장과 신과장은 회사에서는 대립관계지만 무인도에서는 아주 절친한 관계로 바뀐다. 물론 뒤에 대립관계로 갈 수는 있다.
주변인물들도 개성이 상당히 강하지만 무인도 살아남기 도전하는 인물들의 개성도 상당히 강하다. 이들 중 김부장은 일밖에 모르는 노처녀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본인도 실수를 많이 한다. 걷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텐트 근처에서 소변을 보다 들킬 것 같자 만만한 김과장에게 죄를 뒤집어 쒸우기도 한다.
얼빵한 두 과장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여사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 김부장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남자다. 김부장은 남자 손만 잡아도 임신하는 것으로 아는 그런 노처녀이다. 세상에 손만 잡아도 임신하는 것으로 아는 여자가 어디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살던 시대에는 그런 여자가 많았다.
김과장 몸매에 심취한 김부장
김부장도 비슷하다. 신과장의 놀라운 무인도 적응력 보다는 처음보는 남자의 늘씬한 몸매에 심취한다. 그러나 김부장은 신과장과의 신체접촉은 접촉만 하면 임신하는 것으로 아는 것처럼 심하게 피한다.
"내가 니 나이땐 말야. 어떤 일이 있었는 줄 알아?"라고 한껏 자신을 자랑하던 김부장. 돌을 밟아 그대로 넘어진다. 그리고 양발을 겹질린다.
"저잡고 일어나세요"라는 신과장의 말을 무시하고 이다희의 손을 잡고 일어서다 팽팽한 바지가 찢어진다.
"쫙찢어진 바지를 신과장이 봤다"는 말에 똥 씹은 표정이 되는 김부장. 과장들 위에 군림하는 사내 제2인자. 사장보다 파워가 큰 김부장이 때 아닌 망신을 당하는 대목이다.
손 잡으면 임신하는 것으로 아는 김부장. 그래서 남자의 손도 잡지 않는다.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볼펜을 신과장에게 잡도록 하고 이 상태로 걸어간다.
접촉만 해도 임신하는 것으로 아는 김부장. 쏟아지는 폭우. 볼펜을 잡고 가기에는 너무 멀어 신과장은 업힐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손 잡으면 임신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김부장은 나무로 엉덩이를 받치고 몸을 꼿꼿이 한채 업혀간다.
김부장 역의 김선겸은 태왕사신기의 연부인으로 등장한다. 워낙 비중이 없는 역이라 김부장을 보면서도 어디서 봤다 싶기는 했지만 어디봤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인터넷을 찾아 보니 연가려(박상원)의 부인, '연부인'으로 출연했다고 한다. 또 크크섬의 비밀은 MBC 시트콤의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거침없이 하이킥' 팀이 만들었다고 한다. '거침없이 하이킥에 박해미'가 있었다면 '크크섬의 비밀에는 김선경'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거침없이 하이킥'을 재미있는 시트콤으로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시트콤은 상황이 웃음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은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보다는 대부분 배우의 과장된 연기가 억지 웃음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침없이 하이킥 보다'는 김치 치즈 스마일을 훨씬 더 재미있게 봤다. 또 같은 팀에서 만들었지만 상황이 만들어 내는 소소한 웃음을 주는 크크섬의 비밀이 더 재미있다. 물론 이부분은 개인차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남은 이야기
손잡으면 임신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을 내 주변에서 많이 만났다. 아는 여동생도 비슷하다. 사귀던 남자 친구를 자기 친구에게 빼았기고 후회하면서 하는 말이 당시에는 "손잡으면 임신하는 줄 알고 손도 못잡아 봤다"는 것이다. 성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성이란 음습한 곳에 감춰두고 어른만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던 세대의 잔유물이다.
오늘도 관심사는 크크섬의 비밀이다. 오늘은 방영할까 결방할까? MBC 크크섬의 비밀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아직까지는 '방영 예정'으로 나온다. 그러나 지난 18일도 그랬다. 크크섬의 비밀을 할 시간이 다되도 여자 평행봉만 중계했다. 그리고 여자 평행봉이 끝났다. 그리고 내 뱉은 해설 위원의 한마디.
1위가 된 아무개의 경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1, 2, 3위의 경기를 다시 보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무슨 쇼도 아니다. 애시 당초 편성표에도 없던 여자 평행봉을 처음부터 방영한 것도 아니다. 전 경기가 일찍 끝나니 여자 평행봉을 중계하고, 여자 평행봉을 중계하느라 정규방송을 할 시간이 모자라자 앞부분을 다시 재방한 것이다. 이런 MBC의 방영 태도를 보면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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