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란?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종교나 그 관련 내용에 대한 풍자적인 명언이 많이 등장한다. 그 중 하나가 ‘기도하다’는 동사에 대한 엠브로즈 비어스(Ambrose Bierce)의 풍자적 정의, 그러나 너무 명쾌한 정의가 나온다.
지극히 부당하게 한 명의 청원자를 위해 우주의 법칙들을 무효화 하라고 요구하는 것
기도란?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종교나 그 관련 내용에 대한 풍자적인 명언이 많이 등장한다. 그 중 하나가 '기도하다'는 동사에 대한 엠브로즈 비어스(Ambrose Bierce)의 풍자적 정의, 그러나 너무 명쾌한 정의가 나온다.
기도란?
지극히 부당하게 한 명의 청원자를 위해 우주의 법칙들을 무효화 하라고 요구하는 것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도라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특히 기도를 통해 치료를 한다는 종교단체를 보면 종교단체가 아닌 사기단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일도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다. 친할아버지께서는 90세까지 천수를 누리셨지만 작은 할아버지께서는 채 60이 안되는 나이에 암에 걸리셨다. 병원에서는 3개월 시한이 내려졌다.
지금의 의료 기술이라면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고 또 항암치료로 어느 정도 생명을 더 연장하시는 것이 가능하시겠지만 당시 의학 기술로는 방법이 없었다. 또 3개월 시한이라면 말기이기 때문에 받아주는 병원도 없었다. 그런데 작은 할아버지께서 3개월 시한을 넘기고 살아 나셨다.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세검정에 있는 H 기도원에서 치료를 받으셨다. 처음에는 '하나님의 힘으로 치료가 됐다'는 자체가 의아했다. 작은 할아버지이시고 또 서울에 계셨기 때문에 병문안차 나도 세검정 H 기도원을 방문했다. 기도원에 써있는 첫 문구는 "정신병자는 입원할 수 없습니다"였다.
H기도원의 정신치료
처음에는 이 문구가 의아했다. 기도에 의한, 하나님에 의한 치료라면 당연히 차별이 없어야 하는데 이 조항은 분명한 차별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기도원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목사의 안수를 통한 치료라면 정신병자도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병자는 기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치료할 수 없다'고 한다면 하나님이 인간을 차별하는 방증이다.
기도원에서 어떤 절차로 치료하는지 자세히 확인해 봤다. 확인해본 결과 치료 방법은 기도에 의한 치료도, 하나님에 의한 치료도 아닌 민간에서 행해지고 있던 자기 정신에 의한 치료였다. 당시 나와 있던 항암 치료 중 가장 많이 사용되던 치료법이 자신의 정신력에 의존하는 치료법이었고 이런 치료법으로 암치료에 성공한 사람도 꽤 있었다.
다만 이 기도원에서는 이런 치료법을 조금 더 조직화해서 환자에게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신념을 불어넣었기 때문에 혼자서 치료를 하는 것 보다 더 효과적인 것 같았다. 일단 입원을 하면 암 말기 환자가 처음에 기도원에 입원할 때 상태를 보여 준다. 그리고 이 환자가 얼마나 열심히 기도했는 지, 목사의 안수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 완치해서 퇴원하는 자료를 보여준다. 여기에 기도나 안수가 포함된 것은 이런 치료를 기도의 힘, 하나님의 힘, 세칭 기적으로 보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극 소수만 치료되서 나간다. 그러나 삶에 대한 애착이 많은 사람들, 또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은 본인의 정신력으로 병을 치료한다. 이렇게 치료 받으신 할아버지께서는 그 뒤 3년 정도를 더 사셨다. 3년 뒤 다시 H 기도원에 입원을 하셨고 이때는 암을 이기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기적은 없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목사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이 신심의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 편리한 해석이다. 살면 기도 덕이고 죽으면 신심 부족이라니. 다만 3개월을 생각하셨는데 3년을 더 사셨기 때문에 작은 할아버지 댁에서는 그것으로 만족하신 듯 했다. 아무튼 이 일이 있은 뒤 작은 할아버지댁 모든 가족은 기독교 신자가 됐다[1]. 내가 사는 고향에는 작은 교회가 하나있다. 담도없는 이 작은 교회는 매주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으로 넘처났다.
기도는 지극히 부당하게 한 명의 청원자를 위해 우주의 법칙들을 무효화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는 엠브로즈 비어스(Ambrose Bierce)의 정의를 읽으니 불현 듯 이 생각이 떠 올랐다.
세상에 기적은 없다. 기적처럼 꾸민 일만 있을 뿐.
- 이 것이 기적 또는 눈속임 효과다. 기적처럼 보이지만 파고들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의 연속일 때가 많다. ↩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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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heal 2007/09/21 08:51
사람의 정신력은 몸을 변화시킵니다.
kbs에서 했던 마음 시리즈 다큐를 다큐 좋아하시는 도아님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1편 마음, 몸을 지배한다
이 시리즈를 보고 느낀 바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도 한계가 있는 듯 합니다.
제 짧은 생각에는 기도란 것은
진인사를 다 하고 내 손을 떠났을 때 이뤄진다는 바람을 가짐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자기기만의 일종으로 생각합니다. 어떤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할 때 이러한 자기기만, 좋게 말하면 자기위한은 필요한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의 특성을 종교적으로 이용하여 명예를 갈취하는 이들은 이 사회에 암적 존재입니다. -
민트 2007/09/21 08:55
신자분들이 보시면 뭐라 할지 모르지만 저도 성당,교회,절에 다 가봤지만 기독교쪽은 다닐수록 계속 의문이 생기고 기도해도 마음이 안편해지고..그렇더군요. 제가 모태신앙이 아니어서 그런지 머리커지고 믿으려지까 거부반응이 생겨서...그래서 지금은 그냥 제 자신을 믿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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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2007/09/21 13:17
먼저 기독교 신자라는 것을 밝힙니다.
물론 성경에서 하나님에 의한 기적이라고 표현되는 많은 일들은 실제로는 기적으로 보이기만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나님은 이 자연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들을 하나님의 원리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지요. 저는 기도는 세상의 원리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3개월 선고받은 사람이 3년 사는 경우는 '의지가 있으면 오래 살 수 있다'는 원리에 의한 것이지, 죽는다는 원리 자체를 거스른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다만 세상 원리가 아닌 인간의 마음이나 영적인 이치는 기도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깊은 뜻을 알고 보면 생각하시는 부조리가 많은 부분 풀어 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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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daydream 2007/09/22 00:43
안녕하세요.... 요새 바뻐서 글만 읽고 도망가는 (?) 중입니다.....
기독교 신자인 제가 봐도 저 풍자는 이치가 맞는 말이군요.... 하지만, 사람이라면 자기 몸이 아프다면 살고 싶은 욕구가 있을꺼고, 그게 기도로써 표현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것보다도 이 한마디를 꼭 남기고 싶어서 그럽니다....
기적은 있습니다...... 어쩌면 기적같이 보이는 일들이 있는 것일지도요.... 하지만, 과학을 배워나가면서, 특히 사람몸에 직결되는 생화학 (현재 cancer biology 소속) 이라는 것을 배워 나가면서, 딱 한가지 느끼는 것은 사람의 지식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고, 우리는 현재 솔직히 말해서 사람몸을 1%도 모른다고 확신합니다. 즉 현대 과학으로 이해는 못하지만, 무언가에 의해 이렇게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졌고, 어쩌면 진화론이 아니라, 누군가에 창조에 의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지요.... 어쩌면 그래서 신이라는 존재를 찾아 나선것일 수 있구요...
그냥 할 일 없이 주절거려 봤습니다.... ^.^-
도아 2007/09/22 05:08
나중에 시간이 되면 따로 글로 올리겠지만 제가 다닌 학교에서 전산과 애들이 영하나 축제를 합니다. 저는 이 것을 굉장하게 받아드렸습니다. 전자과에 비해 철학적 사고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전산과 애들이 영(무), 하나(유) 축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었습니다.
결국 후배의 말(형, 그게 아니라 제들이 다루는게 영과 하나 밖에 없잖아)에 깨달았지만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더 많이 느끼고 아닐 것 같지만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이해도 더 높습니다.
저는 현재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출발합니다. 다만 "우리는 그 방법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없다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다고 시작하는 것의 차이는 천지 차이며 없다고 생각하면 찾을 생각도 하지 않지만 모른다고 생각하면 찾으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입니다.
기도나 기적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기적이 일어난다면 교회에서 얘기하는 하나님의 힘이 아니라 그 자신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차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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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heal 2007/09/22 08:45
대학 교양 생물 조금 너머까지 생물을 배우면서 과연 진화론으로 이렇게 이뤄질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런데 놓치기 쉬운 부분은 우리는 시간의 벽 안에 같혀있다는 점입니다. 한 개인이 오래 살아야 100년, 또 기록이 이뤄진 역사래봤자 10000년이 되지 않습니다. 그에 비하면 지구 나이는 45억 정도로 보고 있는데 그 장구한 시간을 짧은 시간적 한계를 가진 인간이 쉽게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듯 합니다.
아는 것의 '여집합'을 신으로 상정한다면, 그리고 그저 인정해버린다면 인류진보가 좀 늦어지지 않을까요. 물론 기독교의 인간을 너무나 닮은 신이 아니라 우주의 통일된 질서 자체를 신으로 본다면야 신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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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e's 2007/09/22 12:33
요즘에 모르면 간첩이라는 그 책이군요..;;
이책을 보기 전에 우선 이기적 유전자를 먼저 끝내놓고 봐야할것 같습니다..;;;
그런데 종교에 관한 책은 선뜻 손이 가질 않는군요;;
종교를 가진 입장으로써.. 타 종교에 대한 그 어떠한 입장과, 논리를 펴지 않기 위해서.
타 종교도 그냥 종교로써 받아들이고 싶어서 그러는데..
..얼마전부터는 많이 흔들리게 됩니다..^^
종교는 그냥 종교로써 남았을때가 가장 좋은것 같습니다..^^
마음의 안식을 얻을 정도로만.. -
이치동 2007/09/22 19:05
기적이란 하느님이 당초 가졌던 계획을 수정하는 일입니다.
굳이 수정할 일이라면 애초부터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되죠..
수정이란 하느님도 알지 못한 일이 있다는 소리고요
결국 하느님이 전지전능하지 못하단 소리지요..
하느님이 베푸시는 기적 == 전지전능하지 못한 하느님 ??
조금 오래된 책이긴 한데 "현대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란
책이 있읍니다. 도아님! 한번 보시면 감명받을 부분이 꽤 많을 것입니다
저자는 폴 데이비슨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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