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풀 똥이 옵니다.

풀풀 똥이 옵니다. 하늘에서 똥이 옵니다. 하늘 나라 마구지기가 자꾸 자꾸 퍼던집니다.

지난 주 주말에는 오랜만에 주말 여행을 다녀왔다. 눈덮힌 설악산까지 보고 오고 싶었지만 일정상 오죽헌만 들렸다. 겨울에 강원도를 가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독 눈이 눈에 띄었다. 강릉 시내 곳곳에도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었다. 해변도 박물관도 가는 곳마다 눈이 쌓여있었다. 제설차가 밀어둔 뒤 녹지 않아 쌓여있는 1m가 넘는 눈벽, 지나다니는 차들이 튕긴 흙탕물로 검은 벽이 되어 버렸지만 역시 충주나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눈벽이었다.

오랜 만에 아이들과 눈싸움도 하고 "하얀 눈위에 구두발자국"과 같은 노래를 부르며 눈을 밟고 다녔다. 눈에 누워 사진도 찍고. 어른은 비를 좋아하고 아이들은 눈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눈이 가지고 있는 밝음이 아이들과 어울리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튼 오랜 만에 보는 많은 눈덕에 몸도 마음도 하얗게 변한 것 같았다.

그런데 집으로 오려고 길을 나서자 눈발이 비쳤다. 처음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채 한 시간이 되지 않아 온 세상이 하얗게 바뀌었다. 산도 들도 도로도. 그리고 내려진 폭설 주의보. 이어진 정체. 꽉막힌 터널에서 차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눈발은 점점 더 거세졌고 앞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강릉에서 그 많은 눈을 보며 재미있게 지냈지만 내린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또 내리는 것을 보며, 강원도에 사는 사람들은 눈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 졌다. 나는 눈을 보면 꼭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바로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똥덩어리이다.

눈을 똥과 연관을 짓는 이유는 예전에 읽은 눈 이야기 때문이다. 후배 홈페이지에 올라온 우스개를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홈페이지에 올린적도 있다.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분리하면서 이 글 역시 블로그로 옮겨 두었다.

후배는 유니텔에서 가져왔다고 하고 인디^^님은 뉴스 그룹에서 봤다고 하니 출처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를 시간의 지남에 따라 코믹하게 묘사한 글로 읽어 보면 정말 재미있는 글이다. "풀풀 똥이 옵니다"도 이 때문에 아이들에게 장난 스럽게 들려 주기 위해 만든 노래다.

8월 12일
강원도의 새 집으로 이사왔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태백산맥의 줄기는 위풍당당하다.
빌어먹을 광주에서는 눈이 없었지만, 이곳은 눈이 많이 온다는데.. 정말 기다려진다..
눈이 어서 왔으면~

10월 14일
이 곳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다.
나뭇잎들이 전부 울긋불긋하게 바뀌고 있다.
산에 올라가서 우아한 자태로 노니는 아름다운 사슴을 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칭찬을 아낄수가 없었다..
나에게 이곳은 천국이다. 난 이곳을 사랑한다..

11월 11일
사슴사냥을 허가하는 기간이 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물을 잡으려는 사람들은 이해 할 수가 없다..(야만인들!!)
이제 곧 눈이 온다는데.. 빨리 왔으면..
온 세상을 하얗게 덮는 신의 선물..
아! 정말 기다려진다..

12월 2일
야호~* 간밤에 눈이 왔다!!
아침에 눈을 뜨자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있었다..
마치 한폭의 풍경화 같았다.. 저렇게 아름다운 눈을 쓸어내는 사람들을 이해할수 없다.
제설차가 와서 길을 치우다가 우리 집 앞으로 눈이 몰렸다..
그 눈으로 난 눈싸움을 했다.. 눈을 몰아준 제설차 아저씨는 정말 고마운 분이시다..
아~ 얼마나 낭만적인 곳인가.. 이곳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다.

12월 12일
간밤에 눈이 더 왔다.
아름다운 눈이다..
제설차가 또 집앞으로 눈을 몰았다..
집앞의 눈을 쓸어내느라 좀 피곤하다..
그래도, 아름다운 곳이다..

12월 19일
눈이 더 왔다.
출근을 할 수가 없었다.
오전 내내 삽질하기에 지쳐버렸다..
그 놈의 제설차는 오전 내내 오지 않았다..

12월 22일
하얀 똥덩어리(-_- )가 간밤에 더 쌓였다.
삽질하다가 손에 물집이 생겼다.
이 놈의 제설차는 내가 집 앞을 다 치우니까 나타났다..
아무래두 지들끼리 짠것같다..
화가난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라구?? 빌어먹을!!
간밤에 눈이 더 왔다.
빌어먹을 놈의 제설차는 내가 눈을 다 치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앞으로 잔뜩 밀어놓고 가버린다.
개눔쉬키~!!(이런.. 욕이 아니에요~* 애교로 넘어가세요..)
소금을 잔뜩 뿌려서 녹이면 될텐데.. 좀체 머리를 쓰질 않는다..

12월 27일
간밤에 더 많은 하얀 똥덩어리들이 쌓였다!!(어무이~!!)
제설차가 지나갈 때마다 나와서 삽질한것 빼고는 한일이없다..
도대체 어디를 갈 수가 없다..
자동차가 하얀 똥덩어리 속에 파묻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기예보는 또 그것들이 30cm가량 몰려온다고 했다..
30cm면 삽질을 얼마나 더 해야하나?? 우째 이런일이~

12월 28일
일기예보가 틀렸다.. 빌어먹을!!
하얀 똥덩어리가 무려 1m나 더 온 것이다.. 이 정도면 내년 여름에나 다 녹을 것 같다.
제설차가 눈에 파묻혀 운전수 놈이 우리집에 와서 삽을 빌려 달랜다..
그 놈이 밀어놓은 눈 치우다 삽을 6개나 부러뜨렸다고 얘기해 주고..
마지막 삽자루는 그 놈을 패면서 부러뜨렸다!! 이제야 속이 후련타~

1월 4일
오늘 드디어 집에서 나올 수가 있었다.. 얼마만의 외출이던가!!
가게에 가서 비상식량(?) 좀 사고 돌아오는 길에 빌어먹을 사슴놈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차가 망가졌다..
수리비가 200만원이나 나왔다..
저 망할놈의 짐승들은 다 잡아 죽여야 한다..
지난 11월에 사냥꾼들은 뭐 했는지 모르겠다!!

3월 3일
지난 겨울에 그 놈들이 얼마나 소금을 뿌려댔는지 차가 다 녹이 슬어 버렸다..
제설차로 밀어야지 도대체 왜 소금을 사용해서 차를 이모양으로 만들어 놓냔 말이다..
정말 도대체 신도 포기한 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제 정신이 아닌것 같다..

5월 10일
드디어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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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2008/01/23 09:50 2008/01/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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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Alphonse 2008/01/23 11:52

    흐... 부산은 눈이 1mm만 쌓여도 학교 가지 않는답니다. ( '')
    저도 운전을 꽤 하는 편이지만... 눈이 오면 대책이 안섭니다. 그냥 차를 포기합니다. ㅜㅜ;
    눈... 무서워요;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1/23 16:52

      아이들은 눈을 무척 좋아하겠군요. 부산은 남도라 눈쌓일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제 고향이 전남 곡성인데 이 곳도 눈은 와도 쌓이지는 않더군요.

  2. 주딩이 2008/01/23 12:32

    ㅋㅋㅋ.. 이거 정말 오랫만에 읽어보네요.. 꽤 오래전에 봤던 글이었는데.. 정말 배꼽잡고 웃었다는...
    사람은 참 간사한 동물인거 같아요..(저를 포함해서..^^) 어제랑 그제 서울은 눈이 하루종일 펄펄 내렸더랬죠.. 그래도 겨울에는 눈이 좀 내려줘야 겨울맛이 나는거 아니겠어요? ^^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1/23 16:53

      저도 무척 웃었던 글입니다. 우엉맘에게 읽어 주면서도 웃고, 생각만 하면 웃고... 또 읽어도 재미있더군요. 물론 그때처럼 웃음이 멈춰지지 않을 정도는 아니지만.

  3. 나비 2008/01/23 12:37

    남쪽나라 살다보니 제대로된 눈을 본지가 꽤 됬어요.. 그닥 춥지도 않구..
    눈오는 윗쪽지방 살때는 그렇게도 눈이 싫더니, 이제 눈이 보고파 진다는...;;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1/23 16:54

      사람의 심리인 것 같습니다. 남쪽에 살면 눈이 그립고, 북쪽에 살면 따뜻한 겨울이 그립고.

  4. JunnyLee 2008/01/23 15:19

    간만에 또 읽으니 재미있네요.
    어릴적 눈이 오면 좋아서 즐거워 했던 기억이 커가면서 운전이나 생활의 불편이 생겨 별로 반갑지 않은 존재가 되어 버리네요.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1/23 16:55

      아이들은 눈을 좋아하고 어른들은 비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눈은 여러 모로 골치 아프고 녹으면 길이 아주 지저분해 지지만 비는 내릴 때는 싫어도 내린 뒤에는 온 세상이 깨끗해 지니까요.

  5. 레몬에이드 2008/01/24 19:06

    저도 아직까지 눈이 좋긴 하지만

    주변에도 직 간접적으로 피해를 보시거나 당하셨던 분들이 많아서

    대놓고 좋아하긴 그렇더라구요 ㅎ

    그저 소소한 불편만 빼면

    눈이던 비던 환영합니다 ^^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1/25 10:37

      저도 눈이 좋습니다. 마음까지 시원해 지는 느낌이니까요. 그러나 눈은 내린 뒤가 좋지 않아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옵션: 없으면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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