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2. 소독차

추억의 소독차

장마철이 가까워져인지 아파트에 소독차가 왔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도 우리의 어린 시절처럼 소독차를 쫓아 다닌다. 시대는 달라져도 아이들은 마음은 똑 같은 것 같다.

요즘 서울에서도 이런 소독차가 다니는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이 소독차의 뒤를 쫓아 이동네에서 저동네로 뛰어다닌 기억이 있다. 소독차 한대가 지나가면 온 동네의 아이들이 소독차의 뒤를 쫓는다.

이 동네에서 저동네로 가면 그 동네 아이들까지 가세해서 소독차의 뒤는 온통 아이들로 북새통이된다.

자동차 보기도 힘들었던 시절.

온 동네는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유치원도 없고, 학원도 없다. 공부는 학교에서만 한다.

방과 후 골목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한다. 딱지치기 열중인 녀석도 있고, 다방구를 하는 녀석. 여자 아이들의 고무줄 놀이를 함께 하는 녀석도 있다. 날카로운 칼로 고무줄을 끊고 다니는 녀석도 가끔 있다.

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저물면 여기 저기서 아이들을 찾는 소리가 골목 골목 퍼진다. 잠시 후 한산함에 지친 거리에 또 다시 한녀석 두녀석 나타난다.

공부하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네 책을 편 녀석의 눈동자도 온통 동네 거리를 향하고, 쫑긋세운 귀로 나갈만한 핑계거리를 찾는다. 친구가 부르는 소리에 얼른 일어나보지만 무서운 부모님의 눈초리에 이내 희망은 사라진다.

호야...

암호다. 그냥 부르면 부모님께 걸리니까 나름대로 생각해낸 암호.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기어가는 목로리로 호야... 해본다.

그렇게 동네 골목길의 하루가 저문다.

여느 날처럼 동네 골목길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술래가 유리한 경우는 바로 이때다. 동네 어귀에서 향기 그윽한 소독약 냄새가 풍기며, 요란한 발통기 소리가 들린다.

소독차다!!!

누군가 외치면 너나 할 것없이 하던 것을 멈추고 소독차의 뒤를 쫓는다. 쫓다가 넘어진 녀석도 너무 빨리 뛰다 소독차에 부딪히는 녀석도 소독차가 이동네서 저동네로 또 다시 그 뒷동네로 갈 때까지 소독차를 따라 뛰어 간다.

소독차는 우리에게 가끔 오는 최고의 놀이였다.

가끔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공부보다는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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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2005/07/05 18:33 2005/07/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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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anato 2005/07/05 19:40

    저도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소독차를 뒤따라 다닌적이 있었죠. 그때는 10~20명씩 떼로 몰려다녔는데 요즘 보면 10명도 안되는거 같더군요. 아쉽습니다.
    요즘 아이들 모습을 보면 참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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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5/07/06 08:06

      예. 컴퓨터, 게임을 빼면 길에서 할 수 있는 놀이가 없습니다. 특히 인간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길을 도로로 만드는 정책과 양심없는 운전자들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2. 이모티콘 2005/07/05 22:41

    저도 동네친구들, 제 동생과 뛰놀던 기억이 있네요..^^
    동생이 따라가면서 좋아하던 그 표정 아직도 잊혀지질 않아요;;
    저번에 한 번은 할머니댁(전주) 마당에 서있는데 소독차가 아니고 소독..기(?)를 들고 대문안에 마구 뿌리고 가시더라.. 이겁니다..
    저는 그걸 고대로 다 맞고..ㅠ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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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5/07/06 08:07

      아마 소독차에대한 기억은 모두 가지고 계실 겁니다. 정말 추억이죠. 우연히 담배를 피러갔다가 소독차를 보고 추억이 새록 새록 나더군요.

  3. chaoskcuf 2005/07/05 23:23

    군대에서 여름때면 맨날 맡아었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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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5/07/06 08:08

      냄새보다는 쫓아 다니는 추억을 얘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맨날 맏았으면 지겨웠겠네요.

  4. 카류 2005/07/05 23:40

    추억...이네요
    그러고보니 저희동네도 최근엔 저 소독차를 볼수 없게 되었군요...
    소독차만 나타나면 우르르르 몰려다녔었는데.
    그때가 그립네요@_@;;[나이도 얼마 안먹은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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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5/07/06 08:08

      어디에 사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서울에 살때에도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5. 바로 2005/07/06 03:13

    정말 그립네요. 지금이라도 있으면 뛰어가고 싶은데, 중국이라서 소독차는 구경...딱! 한번밖에 못 해봤고.ㅠㅠ 다시 사스가 오기를 바랄수도 없으니 그냥 추억을 되새김질하면서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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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5/07/06 08:10

      중국에는 소독차가 더 많이 다닐 것 같은데 아닌가 보군요. 사스가 와도 김치를 먹는 사람을 별 상관이 없다고 하니 한번 ...

  6. pslion 2005/07/06 07:35

    즐거워 좋긴한데요... 넘 위험한 행동 아닌가요? ㅎ 소독약도 마시면 안좋은거고.. 차사고가 날수도 있고...저는 어렸을때도... 위험하단생각에 뛰어 쫓아가지는 않았던 기억이 남니다. ㅎ.. 하지만.. 왠지 흥분됐던 기억이..ㅎㅎ 소독차를 보면 왜그리 흥분이 될까요? 소독약에 약탔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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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5/07/06 08:11

      위험하죠. 지금은 그래도 안전의식이 조금 나아져서 차에 접근하면 아저씨들이 못오게 하지만 당시에는 소독차에 매달려 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놀이는 대부분 위험한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7. inter 2005/07/07 08:47

    어제 성남에 갔다가 소독차 봤습니다. 재래시장은 아니고,술집등 상가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인데,제게 이미 어린시절 추억은 떠났고,이젠 냄새가 싫더군요. 저역시 애들이 하길래 덩달아 따라다녔는데,지금 돌이켜보면 나이를 먹었다기 보다.. 앞이 잘보이지 않은상태에서 어딘가 부딪혀 다칠수도 있는데,어릴때 너무 유치,무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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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5/07/07 10:23

      앞이 잘보이지 않은상태에서 어딘가 부딪혀 다칠수도 있는데,어릴때 너무 유치,무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ㅎ. 그러니 애들이죠. 위험을 고려하고 심사 숙고하는 어른도 많지 않은데 애들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지금은 소독차를 쫓아다니지는 않지만 소독약 냄새는 지금도 괜찮더군요.

  8. 아크몬드 2005/07/08 13:12

    ㅎㅎ.. 소독차에 대한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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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5/07/08 14:06

      아크몬드님도 소독차에대한 좋은 기억이 있으신가 보네요...

  9. 모기차 2005/07/09 16:34

    여기서는 소독차라 부르는군요. 저희 동네에서는 모기차라 불렀습니다. 어릴 때 모기차가 동네에 나타나면 누가 모이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모두 나타나 모기차 뒤따라 가면서 여름밤을 즐겁게 보낸 것이 기억 나네요. 요즘은 모기차가 보이지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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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5/07/11 11:47

      동네에 모기가 많았나 보내요. 저희는 특별히 모기를 목적으로하는게 아니고 일반 해충(모기도 포함됩니다)이나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했기때문에 소독차라고 했었습니다.

      저 역시 뒤따라 다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10. 마이커피 2005/07/21 19:56

    저희는 지금도 모기차라고 부릅니다. ^^
    근데 현재 면사무소에서 공익으로 근무하다 보니 모기차에 실리는 분무 장치를 옮기거나 하는 일이 (자주는 아니지만) 있는데, 저게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무겁더군요.
    위 사진의 분무 장치는 그거랑은 종류가 다르고 크기도 상당히 작은 거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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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5/07/21 21:04

      그렇군요. 제 어릴적 기억으로는 차에 달고 다닌 경우도 있지만 사람이 어깨에 매고 다닌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경우 훨씬 작겠죠?

  11. 최동민 2005/07/22 17:39

    아~~~~~ 7~8살때 소독차 따라다니면서 몸에 있는 병균죽는다고

    무지 좋아했던...

    ㅎㅎㅎ 그때당시 유치원에서 컴퓨터를 배웠는데 그때 스패이스바를 알았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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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5/08/17 12:34

      답글을 너무 늦게 달게되는 군요. 오늘 답글이 달린 것을 알았습니다.

      다만 유치원에서 스페이스바를 알았으면 참일찍 컴퓨터를 배운신 것이네요. 저는 대학교때 알았습니다.

  12. 백만불눈썹 2010/04/20 00:06

    예전 어느 영화를 보니 (친구였나?) 어린시절 특유의 추억을 회상하며 그리는 장면에서

    양팔을 벌리며 소독차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미어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과거가 그립지만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마음이 아프고 그렇더군요..

    4~5살때인가 부엌에 둥그런 대야에 물받아놓고 어머니가 저를 씻겨주고 계셨는데

    어떤 아저씨께서 화염방사기같은 것 으로 저희 집에 당연하단듯이 문을 열고 살포하고 가셨던 기억이 납니다.

    소독차 따라다니기도 많이 했고요.. 소독차 글을 보니 회상이 마구마구되네요.ㅋ

    에휴..탁한 세상 소독차같은 걸로 왕창뿌리고 깨끗해졌으면 좋겠네요..

    아! 저희 동네에서는 '소독차 냄새랑 자동차 머플러에 나오는 매연냄새 좋아하면 회충이 많은 아이다'로

    인식 되었습니다.ㅋ 지금도 저희동네 어린애들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여긴 경남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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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10/04/27 10:54

      저도 그런 기억이 많습니다. 또 충주는 지방이라 충주에서는 자주 보는 광경입니다. 다만 그 소독차로 혼탁한 세상을 소독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일이죠.

(옵션: 없으면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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