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하고 맛있는 밥상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뜨거운 밥. 더우기 이인분의 밥치고는 너무 많았다. 공기 가득 담아도 세그릇은 충분히 나오는 양이었다. 아울러 금방한 밥이라 정말 맛있었다. 두루 치기는 매콤, 달콤하고 돼지 고기의 비게도 적당했다. 콩나물은 조금 들익은 듯 했지만 우엉맘이 어느 새 다 먹어 치웠다. 국은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약간 얼은 미역 냉국이 나왔다. 미역 냉국 역시 시원하고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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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에서 맛집을 소개하며 한 집을 세번씩 소개한 집은 없습니다. 이렇게 여러 번 소개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한정식처럼 10여개의 반찬이 나오는 밥상을 5천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제공하고
- 음식을 만드는 할머니의 음식 철학이 마음에 들었으며
- 맛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집을 소개하기 전에 인터넷에 이 집에 관한 글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부터 네이버에 맛집 리뷰가 올라오며 이젠 충주에 가면 꼭 들려야 할 맛집으로 부상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제 블로그의 글로 부터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1]. 그러나 중요한 점은 저는 이제 이 집을 가지 않습니다.
원래 원주 어머니 밥상은 충주 성심학원 건너편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년 전 충주 성심학원 앞 보다는 자리가 좋은 충주 시청 근처로 이전했습니다. 그리고 맛이 변했습니다. 음식이 전반적으로 짭니다. 또 전같은 음식 철학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집을 추천 맛집에서 제외합니다. 이 글은 한때 이집이 이런 음식점이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원주 어머니 밥상
오늘 점심을 어제 소개한 원주 어머니 밥상에서 먹었다. 원래는 단순히 사진만 찍어서 추가하려고 했지만 오랜만에 밥을 너무 맛있게, 배가 터지도록 먹어서 결국 글을 다시 쓰게되었다.
어제 얘기한 것처럼 우엉맘과 오늘 원주 어머니 밥상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다. 우엉맘은 교원 빨간펜에서 교육을 받고 왔다. 원래 오기로 한 12시 40분보다 무려 30분이나 늦게. 어제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신 덕에 배가 조금 일찍부터 고팠는데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튼 우엉맘이 사무실로 와서 우엉맘과 함께 원주 어머니 밥상으로 향했다. 어제는 혼자가서 비빔밥 밖에 먹지 못했지만 오늘 두명이라 아주 자신있게 들어갔다.
할머니: 두명이세요.
도아: (자신만만하게) 예.
기다리기 지루해서 얼마 전 지른 작티로 메뉴판 부터 찍었다.
정식이 금방 나올 것 같지만 그래도 시간은 조금 걸린다. 그 이유는 밥을 돌솥에 해서 직접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찬이 먼저 나오고 조금 뒤 돼지 고기 두루치기가 나왔다.
한화면에 다 잡기 힘들어서 두 화면으로 잡았다. '돼지 고기 두루치기'를 빼고 총 16가지의 반찬이 나왔다. 어제 맛이 없다고 한 오이부터 멸치, 콩나물, 더덕, 오뎅, 두부, 고등어, 버섯, 호박 등 보기에도 먹음직 스러웠다. 그런데 이런 정식이 5000원이다.
처음에는 이 음식들이 전부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뒤 커다란 계란말이가 추가됐다. 반찬 그릇의 배치를 봐서 계란말이는 원래 포함되는 것이 아닌 듯 싶었다. 우리 부부가 온 뒤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이 비빔밥을 시켰는데 그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자 할머니가 계란말이를 하면서 우리 것까지 함께 한 것같았다. 역시 인심이 후하다.
밥이 나와야 밥을 먹을 수 있는데 의외로 밥이 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진을 이미 찍었기 때문에 반찬부터 이것 저것 집어 먹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밥이 나왔다. 손님이 없어서 인지 할머니께서 직접 오셔서 밥을 약간씩 퍼주셨다. 그리고 밥이 식지 않도록 다시 뚜껑을 덮어 두셨다. 그러나 사진을 찍기 위해 솥뚜겅을 열었다.
김이 모락 모락 나는 뜨거운 밥. 더우기 이인분의 밥치고는 너무 많았다. 공기 가득 담아도 세그릇은 충분히 나오는 양이었다. 아울러 금방한 밥이라 정말 맛있었다. 두루 치기는 매콤, 달콤하고 돼지 고기의 비게도 적당했다. 콩나물은 조금 들익은 듯 했지만 우엉맘이 어느 새 다 먹어 치웠다. 국은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약간 얼은 미역 냉국이 나왔다. 미역 냉국 역시 시원하고 깔끔했다.
도아: 더 않먹어.
우엉맘: 배부른데.도아: 매일 오는 것오 아닌데 먹어둬.
우엉맘: 살찌는데.도아: 운동하면 되지.
먹을 것을 앞에 두고는 가리지 않는 우리 부부는 정말 열심히 먹었다. 반찬이 떨어져서 조금 더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남은 반찬이 있는데 더 달라고 하기는 조금 미안했다. 공기 가득 담지는 않았지만 결국 밥을 세공기나 먹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돌솥을 가져 가시더니 뜨거운 물을 부어 누릉지를 만들어 오셨다. 약간 누른 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씹이는 맛이 빠삭 빠삭한 뜨겁지도 차겁지도 않은 누릉지 였다. 이런 누릉지는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
결국 남긴 것은 어제 맛이 없다고 한 오이, 김치와 아이 때문에 추가된 계란말이 뿐이었다. 한상 가득했던 반찬과 한솥 가득했던 밥은 모두 우엉맘과 내 뱃속으로 워프했다. 그런데 누릉지까지 다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불렀다. 이럴때 보면 참을성이 너무 많아 탈인 것 같았다.
어휴, 배불러라. 그렇지만 참고 조금만 더 먹자.
- 참고로 원주 어머니 밥상은 2008년 경 제가 쓴 글을 인쇄해서 메뉴판에 붙여 두었던 적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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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충주 이야기 XXIV - 맛집 3: 원주 어머니 밥상
Tracked from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 2007/06/12 15:11 del.어디나 마찬가지 겠지만 요즘은 맛있는 집을 찾기 힘들다. TV에 나왔다는 집도 비슷하다. TV 방송 덕에 손님이 몰리면 맛이 없어도 이름때문에 계속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TV에 나온 집..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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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honse 2007/06/12 15:24
꿀꺽;;; 반찬그릇을 저렇게 사각형으로 만들어 놓으니 보기 좋네요. ^^;
이렇게 맛있는 곳은 두고 두고 가고 싶어지더라구요.
예전 군산에 한 보름 출장간 일이 있는데 그 당시 공사중이었던 부두터미날 앞에 있던 컨테이너 두개 붙여서 하는 식당에 밥이 최고였습니다. 메뉴도 없습니다. 그날 그날 한가지 메뉴였는데 보름 동안 있으면서 최고의 식사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전라도 음식 하면 그때 군산에 있던 그 식당이 생각 나더라구요. 몇 년이 흘렀으니 지금은 없어졌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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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2007/06/12 17:42
오천원에 맛깔스러운 정식이라니... 집근처에 있으면 매일 가고 싶을 것 같습니다...
저녁시간이라 안그래도 출출한데...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는군요~ -ㅠ-
이런 포스팅을 전문용어로 '음식염장' 이라고 한다지요...;; -
나무 2007/06/13 05:36
오늘 아침은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고향이름이 간판에 있어서 더 반가웠고요. 할머니 고향이 원주이신가 봐요? 원주가 음식을 잘하는 편은 아닌데. 추어탕과 통닭에 원주 간판이 걸린 것은 본 적이 있습니다만.
직장생활을 전라도 여수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입맛도 전라도 식으로 바뀌어서 한동안은 까탈스럽게 변한 입맛 때문에 웬만한 음식은 맛이 없게 느껴지더라구요. 그것도 세월이 흐르니 그냥 차려놓으면 대충 때우는 걸로 감사히 먹고 있습니다. 가끔은 홍어나 고로쇠를 여수에서 공수받아 먹을 때는 그때 생각이 나곤 합니다.
맛있는 집이 옆에 있는 것도 타고난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
율동공원 2007/06/13 08:48
글 잘 보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께서 하시는 식당인가 보네요...
마지막 남긴 계란말이 아깝습니다.
저라면 다 먹고 왔을텐데...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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