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다람쥐술
학교에서는 보안상 건물문을 오후 11시(23시)에 닫는다. 따라서 일이 있어 조금 늦게 들어오는 경우에는 2공학관 3층 구름 다리 옆의 난간을 타고 창문을 넘어 들어와야 한다. 대학원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날다람쥐" 술이라는 얘기는 단순한 우스개가 아니다.
제2공학관
지금은 문화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71년 준공된 건물로 입구는 1층과 3층(사진 오른쪽 아래)에 있다. 3층은 작은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예전에 내가 있던 건물은 제2공학관이라 불리는 건물이었다. 정확히 이 건물이 언제 세워졌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도 20년 이상된 건물이었다. 학교에서 발행하는 신문(교지)에 이 건물이 붕괴되었다는 가상 기사가 나오곤 하지만 이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 건물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건물은 지은지 아주 오래된 건물이고, 따라서 요즘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유행인 부실공사라는 패션을 모르고 지은 건물이기 때문이다.
건물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건물은 세칭 공돌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전자공학과, 전기공학과, 산업공학과, 건축공학과 이렇게 4과가 주로 사용하는 셈이다. 공돌이들이 원래 야행성인지, 아니면 사회가 공돌이를 야행성으로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건물을 이용하는 학생(아주 가끔 선생)들은 주로 밤에 작업을 많이한다.
날 다람쥐술
학교에서는 보안상[1] 건물문을 오후 11시(23시)에 닫는다. 따라서 일이 있어 조금 늦게 들어오는 경우에는 2공학관 3층 구름 다리 옆의 난간을 타고 창문을 넘어 들어와야 한다. 대학원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날다람쥐" 술이라는 얘기는 단순한 우스개가 아니다.
구름 다리 바로 옆의 창문은 넘어다니지 못하게 철책으로 막아놓았기 때문에 난간을 타고 이동한 다음 건물 칸막이[2]를 아슬 아슬하게 지나 창문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칸막이에 다시 철책을 설치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학생의 편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학교 관리인의 편이를위해 설치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철책을 설치해도 넘어 다니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전보다는 조금 힘들며, 훨씬 위험하다[3]. 이 철책은 건물 칸막이에 3개, 바닥에 5개 정도의 나사로 지탱하고 있다. 넘어 다닐 수 없다면 넘는것 자체를 포기하겠지만, 넘어 다닐 수 있다면 누군가 또 넘어 다닐테고, 그때는 튼튼한 칸막이가 아니라 나사 1개에 목숨을 거는 곡예를 해야 한다[4].
학교 행정, 아니 이 나라에 행정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것들이 그렇겠지만 탁상행정의 범주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경기도 고교 평준화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학교 추첨이 전산 오류로 수만명의 학생이 재배정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들중 수천명은 강의실이 없어서 이웃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야한다고 한다. 학생, 학부모의 불편이 이들에게서 끝이 난다면 그 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밤샘 농성에 동의하기 힘들겠지만 이 들에게 동조하게되는 것은 이러한 일들이 단순히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의 부모가 수없이 겪은 우리의 불행한 과거이며, 우리가 수없이 겪고있는 현재이며, 또 앞으로 우리의 자녀들이 수없이 겪게될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와 복지부동, 이 나라 공직자의 이름으로 이 보다 더 적당한 말이 있을까? 적어도 내 부모에게 물려받은 사회를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않은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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