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문은 폐문이고, '당기세요'라고 되어 있는 문에는 손잡이가 없다. 대략 난감한 상황이다.
나는 '당기시오', '미시오'라는 문의 푯말을 보면 항상 짜증이 난다. 일관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사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이다 보니 원칙도 상식도 없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서이다. 왜 문에 '당기시오', '미시오'라는 푯말을 달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 미국 생활을 꽤 오래한 분께 미국도 당기시오, 미시오라는 푯말이 달려있는지 물어본적이 있다.
도아: 미국에도 저렇게 당기시오, 미시오라고 딱지를 붙여놓나요?
지인: 아니지, 저런 건 없어.
도아: 그럼, 어떻게 당길지, 밀지를 알지요?
지인: 간단해. 공적 영역으로 나갈 때는 당기고, 사적 영역으로 들어올 때는 밀면돼.
이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푯말 하나의 비용이야 얼마되지 않는다. 그러나 흙 한줌이 모여 태산을 이루고, 물 한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것(Power of One)을 생각하면 적인 비용은 아니다. 문을 나올 때마다 원숭이처럼 밀어보고, 당기다 보면 원숭이인지 인간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나갈 때는 당기고, 들어올 때는 민다.
이 얼마나 간단하며 명확한 규칙인가. 미국인들은 머리가 나쁘고 따라서 이런 규칙이 없으면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규칙이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간단한 규칙, 그리고 이러한 간단한 규칙이 통용되는 사회가 내가 바라는 사회이다.
원칙없는 사회 단편을 바로보며, 도아라는 원숭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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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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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인장 2006/10/11 21:39
오늘 본 기사중에 한가지는 우리나라 은행의 문이 안쪽으로 밀어 열게 만들어졌다고 비판하던데요. ^^;
안쪽으로 밀어서 열게 만들면 응급한 상황에서 밖으로 나가기가 힘들어 피해가 커질 수 있어서 건물 밖 쪽으로 밀어서 열도록 만든다고 하더군요.
ps. 도아님 추석 잘 지내셨는지요?-
Likesoft 2006/10/12 01:38
제 생각에는 은행문이 건물 내부로 밀어서 열도록 되어있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범죄가 일어났을 경우를 대비하여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은행강도가 들었을 경우에, 성공하던 실패하던 간에 빨리 현장을 벗어나려고 할 때, 건물 외부로 나가려고 문을 미는 것 보다는 당기는 것이 시간을 지체시키기 쉽고, 행위자를 당황하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날치기 등의 범죄가 일어날 경우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날치기를 은행 내에서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ㅡㅡ;)
화재등의 긴급상황에서는 외부로 나가기 위해서 문을 미는 것이 바른 설계이지만, 범죄등의 긴급상황에서는 외부로 나가기 위해서 문을 당기는 것이 바른 설계이기 때문에..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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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글댕글파파 2006/10/12 10:31
모 심리테스트에 문을 열때 당기는 사람은 개인주의적 경향??이 많고
미는 사람은 호방한 성격이라는 글을 본것도 생각나네요..^^
아직까지 밀고 닫는거에 일관성없는 파파 원숭이입니당~_~
각종 출입문마다...다 팻말도 틀려서 더 헷갈리는듯..ㅠㅠ
도아님 추석 잘 쇠셨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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