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간일까요? 원숭이 일까요? by 도아
한쪽 문은 폐문이고, '당기세요'라고 되어 있는 문에는 손잡이가 없다. 대략 난감한 상황이다.
나는 '당기시오', '미시오'라는 문의 푯말을 보면 항상 짜증이 난다. 일관된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사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이다 보니 원칙도 상식도 없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서이다. 왜 문에 '당기시오', '미시오'라는 푯말을 달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 미국 생활을 꽤 오래한 분께 미국도 당기시오, 미시오라는 푯말이 달려있는지 물어본적이 있다.
도아: 미국에도 저렇게 당기시오, 미시오라고 딱지를 붙여놓나요?
지인: 아니지, 저런 건 없어.
도아: 그럼, 어떻게 당길지, 밀지를 알지요?
지인: 간단해. 공적 영역으로 나갈 때는 당기고, 사적 영역으로 들어올 때는 밀면돼.
이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푯말 하나의 비용이야 얼마되지 않는다. 그러나 흙 한줌이 모여 태산을 이루고, 물 한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것(Power of One)을 생각하면 적인 비용은 아니다. 문을 나올 때마다 원숭이처럼 밀어보고, 당기다 보면 원숭이인지 인간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나갈 때는 당기고, 들어올 때는 민다.
이 얼마나 간단하며 명확한 규칙인가. 미국인들은 머리가 나쁘고 따라서 이런 규칙이 없으면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규칙이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간단한 규칙, 그리고 이러한 간단한 규칙이 통용되는 사회가 내가 바라는 사회이다.
원칙없는 사회 단편을 바로보며, 도아라는 원숭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