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일이다. 처음 입학한 초등학교는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었던 이문 초등학교였다. 당시 이문동은 시골에서 막 상경한 사람들이 붐비며, 판자촌이 밀집한 그런 동네였다. 못사는 동네라서 그런지 몰라도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에는 신입생이 너무 많았다. 1학년만 18반인데, 이 것도 아침반, 점심반, 저녁반으로 삼부제 수업을 했다. 물론 삼부제는 2학년 때는 아침반, 저녁반 2부제로 바뀌었고 4학년 때는 전일제 수업으로 바뀌었다.
지금이야 초등학교는 모두 합반을 하고, 중, 고등학교도 남녀 공학이 늘고 있지만 내가 다녔던 이문 초등학교는 3학년까지만 합반을 하고 4학년 부터는 남녀 분반을 하는 학교였다.
남녀 칠세 부동석
이 것이 당시 가치였고 따라서 고등학 때 첫 미팅을 하기 전까지 대화를 나눈 여자는 일가 친척이나 누나나 동생 친구가 전부였다.
중학교 때 일이다. 당시 태권도부였었다. 신입부원이라 운동을 마치면 커다란 대걸래를 가지고 강당 청소를 해야 했다. 그런데 2학년 선배들이 집엘 가지않고 한쪽 구석에서 희희낙낙하며 떠들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일인가 싶어 곁눈으로 힐끗 보니 조잡한 만화책이었다. 그때 한 선배가 "야 제들도 고생하니까 보여주자"고 했다. 그 선배덕에 처음 섹스책(만화)를 접했다. 처음 접한 섹스책이지만 나는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사진이라면 쉽게 알아챘겠지만 그 조잡한 만화 장면이 여자가 다리를 벌리고 있는 장면이라는 것을 상상을 할 수 없었기때문이다.
중, 고등학교 때 읽은 무협지, 어디선가 주운 허슬러, 교보문고 뒷편에서 구입한 선도 방중술, 이런 것들이 성에 대한 모든 정보였다. 선도 방중술에는 소녀경과 황제내(방)경에대한 얘기가 잠깐 나온다. 당시 학생들에게는 소녀경과 황제내경은 섹스에 대한 절대 비급 정도로 인식되었었는데 막상 황제 내경을 플래시로 보니 별 것 아니었다.
지금은 성개방 사회다.
어느 분 블로그인지 모르지만 그분 블로그에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옆기적인 모습이 올라온 것을 본적이 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초등학생이 키스와 애무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성은 이렇게 개방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막상 이런 아이들에대한 성교육은 섹스책과 선도 방중술에 의존했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1].
이제와서 남녀 칠세 부동석을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얘기를 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급속하게 서구화되었다. 그렇다면 단순한 외형적인 부분만 아니라 그 내실면에서도 보다 충실해져야 하지 않을까?
신문이나 언론에 낙태에대한 얘기가 종종 나온다. 화장실에 애를 유기한 미혼모에대한 얘기도 나온다. 외형적인 부피늘리기에 여념이 없었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외형이 아니라 내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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