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파는 아쉬람
처음 인천으로 이사와서 느낀 것이 참 많다. 좋은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좋은 것이라면 "주변에 좋은 약국이나 병원이 많다"는 점이다. 아파트 상가에 있다가 지금은 옆건물로 이사간 윤이빈후과도 그렇고, 마찬가지로 아파트 상가에 있다가 윤이빈후과를 따라간 '아쉬람'이라는 약국도 그렇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바로 집 주변에 있는 아쉬람이라는 약국이다. 아니 보다 정확히 애기하면 아쉬람이라는 약국 약사분에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인천으로 이사와서 느낀 것이 참 많다. 좋은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좋은 것이라면 주변에 좋은 약국이나 병원이 많다는 점이다. 아파트 상가에 있다가 지금은 옆건물로 이사간 윤이빈후과도 그렇고, 마찬가지로 아파트 상가에 있다가 윤이빈후과를 따라간 아쉬람이라는 약국도 그렇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바로 집 주변에 있는 아쉬람이라는 약국이다. 아니 보다 정확히 애기하면 아쉬람이라는 약국 약사분에대한 이야기이다.
이제 불혹의 나이이다. 40 평생을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많이 보고 살았다. 약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손님 얘기는 듣지도 않고 자기 주관에 따라 약을 조제하는 약사부터 약국에 이문이 많이 남는 상품을 팔기위해 강매하는 약사까지. 따라서 나 역시 약국에대한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그러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보지않기위해 약사가 되어야 했다.
애 엄마가 둘째를 가졌을 때 일이다. 처음 동네 앞 아쉬람이라는 약국을 방문했다.
도아: 철분 약좀 사러왔는데요.
약사: 그전에 드시던 철분약이 있으신가요?
이 대목에서 무척 놀랐다. 보통 철분약을 달라고 하면 아무말없이 약을 가져온다. 자신들에게 보다많은 이익이 남는 철분약을 가지고 오는 것 같다(단순한 추측이다). 가끔 제품명을 얘기하고 그 제품을 달라고 하면 자신이 권하는 약이 더 좋은 약이라며 그 약을 강요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그래서 드시던 철분약을 묻는 아쉬람 약사분 첫마디가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아쉬람 약사분의 안경은 도수가 조금 높다. 따라서 이런 도수높은 안경에따라 다니는 통념은 쉽게 버릴 수 없다. 그러나 전에 먹던 철분약을 묻는 첫 마디에 안경과 같은 외모 보다는 약사분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아: 없는데요. 약사: 보통 철분약 약효는 거의 같거든요. 다만 철분약은 산모분들이 드시기 힘들어 하시기 때문에 드시기 좋은 철분약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은 철분약 하나만을 던져주고 마는 약국과는 다른 약국이라는 것을 여기서 깨달았다. 아울러 나이는 먹어도 지적 호기심은 줄어들지 않는 난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철분약 사용법을 열심히 설명하던 아쉬람 약사분은 아무래도 내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지 포스팃을 한장 뜯어서 정성 스럽게 복용방법을 적어 주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많다. 인천시민으로 산다는 것에서 언급한 것은 일부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약사라고 한다. 지금은 의약 분업 때문에 이런 현상이 없어졌지만 의약 분업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손님이 필요한 약을 알아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다못해 파스 한장을 사도 '상아 제약 제놀 주세요'라고 제조사와 제품명을 얘기했었다.
이런 현상 근간에는 약사에대한 불신, 사회에 대한 불신, 그리고 알게 모르게 입게되는 피해의식이 그대로 내재되어 있었다. 의약 분업으로 이러한 부분이 조금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정적인 요소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런면에서 나는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아쉬람이라는 약국과 웃으면 인사하는 소탈한 그 약사분 덕에 난 약사와 약국에대한 이러한 편견을 없앨 수 있었다. 지금은 약사분이 주시는 약 - 대부분은 처방전을 가지고 조제하는 것이라 따로 물어볼 것도 없지만 - 아무런 의심없이 사온다. 아울러 약에대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아쉬람을 찾는다.
얼마전 농우님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농우님이 약국을 닫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이며, 블로깅을 통해 만난 인연이지만 아쉽다. 아울러 혹 내 주변의 좋은 약국이 자본의 논리에 밀려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사필귀정이라고 한다. 아직 순진해서인지 몰라도 난 아직도 이말을 믿는다. "인간의 법은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하늘에 법은 어긋남이 없다"는 철부지 시절 읽었다 무협지 내용을 신봉한다.
그래서 지금도 이웃을 만나면 아쉬람을 이야기한다. 집에서 조금 먼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도 아쉬람으로 간다. 아쉬람 바로 옆에, 병원에서 내려오자 마자 보이는 약국이 있지만 아쉬람을 찾는다.
좋은 약국, 좋은 병원,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경구가 아니라 실천이며, 따라서 우리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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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아쉬람 약국의 그녀석...
Tracked from 농우령고개 2005/09/09 02:03 del.도아님의 블로그를 보니 내가 좋아하는 후배를 극찬해 놓으셨다. 내가 봐도 정말 부러운 녀석인데, 사람들이 느끼는 건 결국 비슷한 거구나. 제대로 살면 결국은 이렇게 인정하는 사람들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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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줄루
Tracked from 농우령고개 2005/09/09 02:08 del.몇해전이던가 후배 하나가 내 홈페이지에 와서 글을 올렸는데 아프가니스탄 사람인가(이라크였나??)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아파트단지 공원에서 그네에 올라앉아 있다가 만났다는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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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우 2005/09/09 02:05
제가 좋아하는 후배를 두번에 걸쳐서 이렇게 칭찬해 주시니 제가 더욱 고맙습니다. 오래전에 녀석때문에 써놓은 글이 있어서 두어개 그냥 트랙백 걸어놓습니다. 좋은 약국을 만들어가는것, 그게 우리같은 약사들에겐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이겠지요. 늘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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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객 2005/09/09 09:31
상당히 본받을만한 분이시군요. 역시 이런 분들이 있기에 오늘날 불신이 가득한 사회이지만서도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약국 이름이 아쉬람이라... 눈에 익은 것이 십여 년 전에 읽었던 '성자가 된 청소부'란 책을 생각나게 하네요. 대략 줄거리를 생각나는대로 쓰면, 가장 비천한 신분이었던 청소부 출신의 사람이 절도나 마약같은 나쁜 짓을 했었지만, 결국 개과천선하여 신분차별없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치료해주고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의사들보다도 존경받는 수도자적인 삶을 그렸던 책인 걸로 기억합니다만, 오래 전에 본 거라 좀 가물가물하네요.
이 사람이 마지막으로 정착하면서 결국 세상을 뜬 곳이 아쉬람이었는데, 혹시 여기서 이름을 따온 것일지로 모르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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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 2008/04/30 12:02
아쉬람이란 약국이름 부터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아직 이런 곳이 있고나. .
아버지 잇몸이 안좋아지셔서 인사돌사러 갔더니, 인사돌 주시면서 계속 다른 잇몸약 추천만 계속하고, 이 약에 대한 말은 한마디 안하는 곳도 많은데.. 단지 판매만을 목적으로..
참 좋은 약국이네요~ 우리동네에도 좋은 약사님계시면 좋겠습니다. -
걷는 바람 2008/06/24 10:27
택배 보낼일이 있어 종대님을 검색해 보았더니, 제가 알지 못했던 반가운 글이 있네요 ~
아쉬람 약국의 종대님을 가끔 뵐수 있어서, 도아님이 부럽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아침바람 2008/10/27 08:02
안녕하세요^^
제가 인천 삼산동에 살고있는데, 아쉬람약국을 참 좋아합니다.
오늘 약국 문여는 시간을 검색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우리동네에 무수히 많은 약국이 있는데, 저는 좋은약국을 찾는데..
이러한 조건을 걸었습니다.
약사가 친절한가,
약에 대해서 부작용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가,
마진이 많은 제품을 권하거나. 쓸데없이 건강식품을 권하지 않는가...
위 세가지 조건에 부합한 약국을 찾았습니다.
그곳이 바로 아쉬람입니다.
블로거님이 말씀하신 약국이 삼산동에 있는 아쉬람약국이었면 좋겠습니다.
그 건물2층에 윤이비인후과도 있는데. 거기 아이땜에 몇번 가보긴했는데...아직 좋은점은 발견못했습니다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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