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다른 지역도 비슷할 수 있지만 충주는 눈 구경하기가 힘들다. 오죽헌에 다녀올 때 강릉은 폭설 주의보가 내렸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은 눈이 내렸다. 그러나 충주에는 눈발이 비친 정도였다. 충주에서 아이들과 눈싸움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눈이 오는 것은 일년에 두세번 정도인 것 같다.
어제는 집으로 가는 중 눈발이 비쳤다. 충주는 눈이 내려도 많이 내리지 않는다. 설사 눈이 조금 내린다고 해도 이내 녹아버린다. 따라서 눈이와도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출근하다 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쌓여있는 눈을 보니 적설량은 10cm는 넘는 듯했다. 눈이 와도 나무의 눈꽃을 보기 힘든데 오늘은 모든 나무가 하얀 눈꽃을 피우고 있었다.
사람마다 느끼는 점은 다르지만 눈이 오면 일단 푸근하다. 그리고 그 색깔만큼이나 세상이 깨끗해진다. 그리고 그 깨끗함 만큼이나 기분도 좋아진다. 눈이 가진 매력은 바로 내린 직후인 것 같다. 하얀 눈위의 구두 발자국.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릴적 불렀던 노래를 흥얼 거리며 여기 저기 사진을 찍었다. 아마 올겨울 보게될 마지막 눈인 듯 싶다.
눈이 오면 기분이 상쾌해 지지만 눈이 녹으면 거리는 지저분해진다. 그리고 마음도 그렇게 된다. 아마 세상의 섭리가 다 그런 것 같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그런 섭리.
오랜 만에 보는 눈덮인 아파트이다. 우영이를 불러 눈싸움이라도 한판 하고 싶지만 출근 길이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왔다.
아파트 입구에는 꽤 큰 나무가 한그루 서있다. 평상시에는 아무런 감흥도 없고 관심도 없는 나무다. 관리가 잘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느낌이지만 눈을 한껏 담고있는 나무는 역시 운치가 있다.
노래가 절로 나온다. 길 가운데는 이미 여러 사람이 밟고 지나갔지만 길 양쪽은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듯하다. 이런 길을 걸어 본 것이 얼마인지...
충주시의 규모를 생각하면 조금 의외지만 이런 작은 공원이 상당히 많다. 현재 사무실은 일종의 주상 복합건물이다. 그런데 화장실은 퍼세식이다. 또 주인 아주머니가 화장실을 비우지 않아 엉덩이 바로 밑까지 변이 올라와 있다. 따라서 튈 염려가 많아서 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미리 종이를 던지고 일을 본다. 그러나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은 여기서 일을 볼 마음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공원 화장실을 이용한다. 눈 덮힌 공원에는 이미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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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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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게이지 2008/02/26 12:25
작은공원이 많은 이유는 말이죠 그쪽이 택지 개발로 계획하에 조성된 곳이라서 그럽니다.
제가 국민학교 다닐때만 해도 그쪽은 벌판이었답니다.^^
대충 실내체육관 옆에서 나가는 도로를 기준으로 해서 연수동 쪽은 새로 계획하에 개발된 곳들입니다.
그 길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시면 양쪽시가지 구조가 차이가 확난다는걸 아실수 있을겁니다. -
주딩이 2008/02/26 13:02
충주에 눈이 사진처럼 많이 온적은 제가 살던 동안에도 별로 없는거 같네요..
정말 많이 왔군요.. 서울에도 어제는 함박눈이 밤새 내렸습니다. 거리가 온통 하얀세상이었는데.. 오후가 되니 점점 녹아내리는 군요.. 큰길은 이미 눈이 하나도 없네요.. 가끔은 이렇게 내리는 눈이 불편하긴 해도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
태양의아들 2008/02/26 14:11
오오. 다음에 들어갔다가 알약에 대해서 써놓으신것 보고 글남기러 왔어요.
상당히 침착하시고 멋진 분이시더군요.. ^^
또한 말씀하시는것도 멋지시고.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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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daydream 2008/02/26 15:18
눈을 안보다 보면 너무 반가운데요... 1년중에 거의 5개월 이상을 눈만 보다 보면, 눈이 내리면 앞이 캄캄해집니다... 출근할때 빙판길을 스케이트 타듯 차를 타고 가야 되서요...
그래도 첫눈은 설렙니다.... 단지 그 다음날이 두려울뿐이죠... ㅎㅎㅎㅎ -
댕글댕글파파 2008/02/26 17:53
진주엔 더 눈 보기가 힘듭니다 ^^
그래서 저는 진주가 좋아요~ :-)
가끔 눈이 내리면 기분이 정말 좋거든요. 녹기 시작하면 싫지만 ㅡ,.ㅡ -
selic 2008/02/26 18:54
저희 아파트 앞에도 20년 가까이 된 벚나무들이 수십 그루가 있습니다. 그 가지에 하얀 눈꽃들이 덮여 있더라구요. 좋더군요. 2년전에 지리산 종주에 갔다가 " 장터목 산장 " 가기전에 연하봉에서 봤던 11월의 눈꽃도 멋있었구요. 사진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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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2008/02/26 21:53
좋으시겠습니다. 가끔씩 오면... 정말 반가운 법이죠.
근데... 서울도 제 생각엔 자주 오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와봤자 하루 이틀이면 녹아버리고.. 근데 왜 감흥이 없을까요? -
주희아빠 2008/02/26 23:04
도아님이 강릉 폭설 이야기하실때
아버지의 제일 긴 의식불명이 있더니
이번 눈 오기 전에는
하늘나라로 가셨네요
아버지 보내고나서 내리는 많은 눈 보며
예쁘다는 생각보다
아버지가 평생을 짊어지고 가신
의무와 과업이 떠올랐습니다
눈에대한 새로운 생각이랄까요
마치 처음 눈을 본 거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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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원 2008/02/28 23:17
^,^. 오랫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글쓴이 사진에서 실물모습이 조금...보여요.
실물이 훨씬 ㅋ..공주님이랑 왕자님 외모가 넘 아빠 닮아서 예쁜가봐용..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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