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며느리
인터넷에 떠 도는 우스개 중 못된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생선을 사면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다고 시아버지에게는 생선 대가리만 주고, 오징어를 사면 오징어는 다리가 맛있다고 다리만 준다. 시아버지가 밥을 달라고 하면 라면을 끓여 주면서 고춧가루 '처드세요'라고 한다고 한다. 우스개이지만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다"는 말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다. 정말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을까?
전설의 며느리
인터넷에 떠 도는 우스개 중 못된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생선을 사면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다고 시아버지에게는 생선 대가리만 주고, 오징어를 사면 오징어는 다리가 맛있다고 다리만 준다. 시아버지가 밥을 달라고 하면 라면을 끓여 주면서 고춧가루 '처드세요'라고 한다고 한다. 우스개이지만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다"는 말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다. 정말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을까?
갈치 대가리는 사람이 먹기 보다는 개밥으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아울러 대가리가 상당히 큰 동태도 먹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어두일미(魚頭一味)라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겠지만 우리집에서 동태국을 끓이면 동태 중 살이 가장 많은 부위는 아버님과 우리들 차지였다. 어머님께는 맛있는 동태살 보다는 항상 동태 대가리를 발라 드셨다. 처음에는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우리를 배려한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이런 부분도 있지만 어머님께 여쭈어 보면 동태는 대가리가 더 맛있다고 하신다.
전염되는 어두일미
우리 삼남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먹을 것이라고는 눈으로 찾아 봐도 없는 동태 대가리가 뭐가 맛있을까 싶었다. 그러다 누나가 시집을 갔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밥을 먹는데 이제는 동태 대가리를 어머님과 함께 먹는 것이었다.
도아: 누나. 대가리가 맛있어?
누나: 응. 먹어 보면 맛있어.도아: 전에는 저런 걸 어떻게 먹냐고 했잖아?
누나: 그랬지. 먹어 보지 않았으니까.
시집 간 누나도 동태 대가리가 더 맛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와 여동생은 역시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봐도 먹을 것이 없는 것이 생선 대가리였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은 편견 보다는 먹어보는 습관이 있는데 아무리 먹어 보려고 해도 생선 대가리는 입에 맞지 않았다. 그러다 여동생이 시집을 갔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밥을 먹는데 이번에는 어머님과 누나, 여동생이 모두 동태 대가리를 먹는 것이었다.
도아: 맛있어?
동생: 응. 오빠도 먹어봐.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생선 대가리가 맛있다는 것이었다. 가족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생선 대가리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생선은 대가리부터 썩는다고 한다. 썩는 맛과 비린 맛을 특히 싫어하기 때문에 생선 대가리를 보면 혹시 썩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생선은 상하기 직전이 더 맛있다). 더우기 대가리에 먹을 것이 뭐가 있다고 맛있게 먹지하는 의문이 더 강했다.
나도 중독된 맛
회를 좋아 하다 보니 회를 먹고 매운탕을 먹는 때가 많다. 회에 나오는 매운탕은 보통 회를 뜨다 남은 뼈와 대가리로 끓인다. 아울러 매운탕을 끓일 때에 대가리가 빠지면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회를 시킬 때 광어와 우럭을 함께 시킨다. 광어는 회때문에 시키고 우럭은 매운탕 때문에 시킨다. 우럭을 매운탕 때문에 시키는 이유는 우럭의 대가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 매운탕을 먹다보면 흰살은 별로 없다. 뼈에 붙은 흰살이 전부다. 그러나 이렇게 뼈에 붙은 흰살은 나름대로 맛있기 때문에 보통 이 뼈에 붙은 흰살은 술을 마시면서 모두 발라 먹는다.
뼈의 흰살을 모두 발라 먹으면 이번에는 생선 대가리에 붙은 흰살을 찾는다. 생선 대가리를 썰다보면 어쩔 수 없이 대가리 주변에 흰살이 붙이었다. 술을 먹다가 술이 남으면 이 대가리에 붙어있는 살도 먹는다. 그래도 술이 남으면 대가리에 다른 흰살이 붙어있지 않나 찾아 보게된다. 그런데 의외로 대가리에도 흰살이 있으며 몸통의 흰살과는 다른 흰살이 조금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다만 이 흰살은 몸통의 흰살과는 맛이 다르다. 양이 적기는 하지만 씹히는 맛은 훨씬 좋다는 것을 알게된다.
생선 대가리에 흰살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결국 대가리에서 다른 먹을 만한 살을 찾게된다. 대가리 살까지 먹으면 남는 것은 생선 아가미 살이나 생선 골 등이다. 아가미 살이나 생선 골등은 모두 맛과 육질이 다르다. 처음에는 조금 비릿한 감도 있지만 맛에 익수해 지면 생선 부위 중 가장 맛있는 부위가 생선의 대가리라는 것을 알게된다.
어제는 주말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우엉맘이 끓여 준 매운탕. 그 매운탕에서 흰살을 발라 먹고, 대가리를 차례로 분해서 대가리를 발라먹는 것을 본 우엉맘이 한마디 한다.
오빠는 참 깔끔하게 발라 먹어.
이렇게 깔끔하게 발라 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먹어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 수 있겠지만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다. 어두일미.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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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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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딩이 2008/01/21 17:53
지당하신 말씀~!! 사실 전 삼각지에 대구탕을 먹으러가도 내장과 머리만을 주문해서 먹습니다.. 살은 퍽퍽하고 별 맛을 모르겠다는...^^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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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조 2008/01/21 19:37
볼살이 참 쫄깃쫄깃하니 맛이있습니다.
씹을수록 감탄을 하지만 양이 너무 적고 볼살외에는 눈에 뛰는 살점이 그리 많지 않기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볼살외에 군데 군데 조금 달라붙어 있는 살점도 확실히 몸통살보다 감칠맛이 납니다..^^ -
Prime's 2008/01/21 20:48
중요한 사실을 아셨다니 다행이네요..^^
저는 새우머리도 아작아작 먹는답니다...
어릴때부터 배워온 것이죠...(.....?)
그런데 회먹고 나서 나오는 매운탕은 국물이 더 맛있던데..
특히 소주먹고 요동치는 속을 잘 달래주지요...
아.. 생선의 눈도.. 맛있답니다 + + -
Rinforzando! 2008/01/22 00:58
생선눈… 저 어릴때 즐겨먹었답니다 ^^ 저희 집에서 저만 먹었다죠 ^^;;
지금은 자취방 냉장고에 생선이 너무 많아서, 눈 먹는 즐거움을 잊고 있지만 가끔씩은 먹는답니다.
아.... 내일은 옥돔이나 고등어를 좀 먹어볼까나? ㅎㅎㅎ -
rogon3 2008/01/22 02:49
생선대가리, 생선 눈알, 배추 꼬다리..
저도 어릴 때 빼먹던 생선 눈알 맛이 기억납니다, 지금도 가끔 남들 눈치볼 일이 없을 때는 혼자 입안에 넣고 오물거려 보곤합니다
배추꼬다리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꼬마 사돈 처녀가 꼭 그것만 먹는다는 소릴 듣고, 무슨 맛일까 궁금해 먹어 봤는데, 생선대가리나 생선눈알에서 느껴지는 "일미" 라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
배추꼬다리를 잘 먹는 꼬마 사돈 처녀에게는 늘 "시집가면 살림 잘 하겠네" 라는 어르신들의 칭찬 아닌 칭찬이 따라 붙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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