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8일은 처제 혼례가 있는 날이다. 그러다 보니 처가집에서는 청첩장을 보내느라 바쁘다. 물론 처가집에서는 큰 사위이다 보니 해야하는 일도 많다. 혼례식 당일에는 아마 축의금을 걷을 것같다. 그러나 청첩장을 보내기위한 장인, 장모님의 주소록도 내가 만들었다.
주소록을 만들다 보니 이름 뒤에 붙이는 존칭이 조금 애매했다. 귀하는 낮춘말 같아 처음에서 모두 '이름+님' 이나 '이름+직함+님'으로 했다. 그러나 장인 어른은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지 꼭 한자로 귀하와 같은 존칭을 붙이시길 원하셨다.
그래서 처음에 '이름+님'으로 작성한 것을 '이름+님', '이름+귀하', '이름+직함+님'으로 다시 세분화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듯했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을 뒤져 편지를 쓸 때 이름 뒤에 붙는 존칭을 살펴보니 의외로 사용할 수 있는 말이 많았고 또 사용하는 의미가 약간씩 달랐다.
일반적으로 편지를 쓸 때 이름 뒤에 붙이는 존칭은 귀하, 귀중, 존하, 좌하, 좌전등 상당히 많았다. 귀중은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편지를 받을 대상이 단체나 기관인 경우 사용하는 높임말이라고 한다.
사람에게 사용할 때는 귀하, 존하, 좌하, 좌전이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이 말을 모두 사전에서 찾아보면 "편지 글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름 다음에 붙여 쓰는 말(네이버 사전)"로 같은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쓰임새가 다소 달랐다.
귀하는 사람 이름에 바로 붙여 사용할 수도 있고 직함 뒤에 붙여서 사용할 수도 있다. 즉, '김개똥 귀하'나 '김개똥 실장님 귀하'는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김개똥님 귀하'나 '김개똥씨 귀하'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높임의 정도는 존하 > 좌하=좌전 > 귀하이지만 직함없이 사용하는 높임말이 귀하이며, 존하와 좌하는 조금 더 높일 때 사용된다고 한다. 또 존하 보다는 좌하가 더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호칭이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에서 온 호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실제 귀하, 귀중, 존하, 좌하 등 모든 표현의 일본어 표현이 존재했다.
아무튼 귀하와 좌하, 존하의 사용법을 확인해서 '이름+귀하', '이름+직함+님+귀하', '이름+직함+님+좌하'의 세 가지 형태로 주소록을 작성하기로 하고 주소록 라벨을 출력했다. 그런데 장인 어른이 워낙 꼼꼼하신 분이라 또 무슨 지적이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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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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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igle.com 2007/08/31 14:5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비슷한 말로 편지 뒤에 붙이는 '배상'이라는 말의 쓰임새에 대해 혹시 아시는지요.
예전에는 XXX 드림. 혹은 XXX올림. 이렇게 썼었는데
나이가 들며 보니 배상이란 말을 더 흔하게 사용하는 듯 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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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풍 2007/09/01 23:52
한자어는 일본보다는 중국의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님"은 원래 "임"입니다. 그러니까 "임금"에게 붙이던 말인데, 언제부터인가 일반인에게도 쓰게 되었습니다. 마누라와 비슷하죠. 마누라는 임금이 후궁을 부르던 이름입니다. "고맙다."는 말도 비슷하죠. 원래는 천지신명에게 감사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것을 고마운 사람에게까지 확대한 말입니다. "고마"가 "신령"(또는 곰(熊) 또는 검(귀신))을 뜻하니까요. 일본어 "구마"(熊)와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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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2011/02/13 21:55
제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실용언어책엔 직함 뒤에 다시 귀하를 쓸수없다고 나와있습니다. 이중으로 높이는게 된다고 해요.
좌하:높은사람
귀중:단체
대형,인형:친근한사이:
귀하:보통사람
등 입니다... -
Adelaide 2013/08/07 07:32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러한 존칭을 어떻게 사용하여야 하는지 쉽게 배웠습니다.
앞으로 자주 들려서 여러 글을 읽어볼 생각입니다. 저는 국어실력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서, 댓글을 남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댓글 남기는 곳에 쓰여있는 문구가 흥미로워서 남기고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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