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인심
평상에 앉아 물에 발을 담그고 우영이와 다예는 물에서 놀도록하니 딱이었다. 더우기 바로 앞에 아이들이 있으니 물놀이하다가 사고날 가능성도 없었다. 그런데 잠시 뒤 이 자리에서 개고기 파티가 벌어졌다. 내용을 알아보니 어제 이 계곡으로 놀러 오신 분들이 놀기 편하도록 반나절 동안 돌을 던져서 평상을 만들고 또 개고기를 삶아 내오신 것이었다. 아마 이 자리를 주선한 듯한 분이 넌지시 건네는 말씀.
"주인: 개고기 드실 줄 아시면 조금 드세요."
팔봉교
작년의 일이다[1]. 당시 나는 충주에서 일을 하고 가족은 인천에 있었다. 주말이면 올라갔다가 월요일에 출근을 하곤 했는데 주말에 올라가기 귀찮아 우엉맘과 아이들을 내려오라고 했다. 화창한 일요일. 아이들과 물놀이 한번을 못간 것 같아 매형에게 물어보니 수주팔봉을 조금 못가면 놀만한 곳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일요일 서울로 올라 가면서 아들과 함께 수주팔봉에서 놀기로 했다.
경찰학교 앞에서 신원쪽으로 우회전한 뒤 문강 온천을 지나 사거리에서 직진한 뒤 조그만 소로를 따라 가면 팔봉교가 나온다. 원래 매형이 얘기해준 다리는 이 팔봉교인데 초행길이라 이 팔봉교를 가기전에 나오는 조금만 다리(토계교)에서 놀게되었다.
더 가봐야 놀만한 곳도 없을 것 같아 일단 차를 세우고 아이들과 다리 밑으로 이동했다. 따로 물놀이를 준비해서 온 것이 아니라 나는 그냥 반바지 차림이었고 아이들도 비슷했다. 지금도 느끼는 것이지만 충주의 다리 밑에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개고기를 굽는 사람'이다. 이 다리 역시 여기 저기 LPG 가스통을 이용해서 개고기를 굽고 있었다.
개고기를 좋아하고 배도 고프기 때문에 나름대로 관심이 갔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아이들을 데리고 다리 밑으로 가니 누가 신선 놀음을 하기위해 만든 것인 듯 다리 아래쪽에 흐르는 물의 절반 정도를 잔돌을 쌓아 평상을 만들어 두었다.
푸짐한 인심
평상에 앉아 물에 발을 담그고 우영이와 다예는 물에서 놀도록하니 딱이었다. 더우기 바로 앞에 아이들이 있으니 물놀이하다가 사고날 가능성도 없었다. 그런데 잠시 뒤 이 자리에서 개고기 파티가 벌어졌다. 내용을 알아보니 어제 이 계곡으로 놀러 오신 분들이 놀기 편하도록 반나절 동안 돌을 던져서 평상을 만들고 또 개고기를 삶아 내오신 것이었다.
아마 이 자리를 주선한 듯한 분이 넌지시 건네는 말씀.
주인: 개고기 드실 줄 아시면 조금 드세요.
도아: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지만) 아니. 결례가 되서요.
주인: 무슨 말씀을요. 드실 줄 아시면 어서 드세요.
이래서 생각지도 않게 다리 밑에서 개고기를 얻어 먹게되었다. 개고기는 조금만 잘못하면 냄새가 나기때문에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음식인데 전라도 분인 듯한 아주머니가 한 개고기는 입에 딱 맞았다. 특히 고기를 사와서 한 것이라 식당의 고기처럼 퍼지지 않고 육질이 쫀득 쫀득하면서 아주 좋았다.
결국 이 집에서 개고기를 먹고 아이들은 보신탕에 밥을 먹였다. 그리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아주머니께서 붙잡는 것이었다.
아주머니: 이왕 드신거 여기 커피까지 드시고 가세요.
후한 인심에 몸들봐를 몰랐지만 이 상황에서 그냥 가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아주머니 얘기대로 커피까지 마시고 일어섰다. 너무 고마워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것과 오늘 일은 잊지 못할것 같다는 얘기를 드렸다.
주인: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대접하겠습니다.
이런 인심이 있을까?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술'과 '음식', '커피'까지 정성껏 대접하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대접하겠다는. 세상이 생각보다 살만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알게 모르게 느끼는 이런 인심 때문인 것 같다.
다예 앞의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아주머니가 앉아 있는 곳이 평상이다. 평상의 일분만 잡혔지만 어른 10여명이 동시에 놀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따로 수영복을 준비하지 않아 다예는 팬티를 입고 수영을 하고 있다.
- 원래는 이전에 올린 글, 구옥식당(보신탕) - 충주 이야기 XXXIII의 남은 이야기로 추가한 글이다. 그런데 글이 긴 것 같아 별도의 글로 분리했다. ↩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s://offree.net/trackback/1053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