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기술

2007/12/14 17:43

영업 사원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벌써 20여년전의 일이니 지금과 배우는 것은 다를 수 있다. 당시 아르바이트로 영업을 택하고 잠깐 영업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은 말로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당시에는 다른 사람의 얼굴만 보면 얼굴부터 발개지는 그런 타입이었다. 아르바이트로 영업을 택한 이유도 사실 이런 필자의 성격 때문이었다.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기의 기술이었다. 영업 사원에게 사기의 기술을 알려주는 이유는 영업을 하다 보면 여기 저기서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게 되고 당연히 영업 사원만을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사기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교육에는 아주 오래 동안 전통적으로 이루어져왔던 사기술이 나온다.

사기를 치는 방법은 간단하다. 예전에는 물건을 팔기위해서는 5일장에 간다. 장이 가까우면 모르겠지만 장이 멀리서 열리는 경우 고개를 넘어 가는 때도 많다. 한 사람이 송아지를 팔기위해 장에 가는 것을 발견했다고 치자. 그러면 이 사람보다 조금 먼저 고개로 간다. 그리고 송아지를 팔러 오는 사람이 나타나면 새꽃신을 한짝을 길에다 떨구고 간다. 송아지를 끌고 오던 사람은 이 새신을 발견하지만 신이 한짝밖에 없기 때문에 아깝기는 하지만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가던 길을 가게된다.

그러면 고개를 넘은 다음 또 꽃신 한짝을 버리고 숲에 숨어서 기다린다. 송아지를 끌고 오던 사람이 꽃신을 발견하면 이제는 고민을 하게된다. 고개를 넘기전에 봤던 꽃신 한짝과 이 꽃신 한짝을 합치면 새 꽃신 한켤레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송아지를 끌고 고개를 넘어갔다 오면 시간이 너무 걸리고 고개에 다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송아지를 옆 나무에 묶어두고 뛰어 갔다 오게된다. 그러면 사기꾼은 송아지를 끌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꽃신 한켤레를 투자해서 송아지를 가로챌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만약 송아지 주인이 송아지를 끌고 고개를 넘으며, 이 사람보다 먼저 고개를 넘어 고개를 넘기전에 버린 꽃신을 미리 주워버린다. 이렇게 하면 송아지 주인은 꽃신이 한짝 밖에 없기 때문에 꽃신 한짝을 다시 버린다. 따라서 송아지를 팔러 가는 사람이 송아지를 끌고 온다고 해도 손해는 전혀 나지 않는다.

이 사기 기법을 그대로 응용한 사기술이 있다. 신문을 돈 크기로 자른 뒤 이 신문 뭉치의 앞면에 만원짜리를 얹어 가짜 돈뭉치를 만든다. 그리고 이 돈뭉치를 007 가방에 넣어 두고 적당한 먹이감을 기다린다. 적당한 먹이 감을 발견하면 자기가 영영칠 가방을 주웠는데 돈다발이 가득있다고 돈다발을 보여준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고 올테니까 그때까지 가방을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서 돈가방을 맡기고 경찰서에 갔다온 사이 도망갈 우려가 있으므로 지갑을 맡기라고 한다. 말이 안되는 애기인 것 같지만 007 가방에 가득한 돈다발을 본 사람은 그 돈다발을 혼자 차지하기위해 별 다른 의심없이 지갑을 맡긴다. 그러면 이 지갑을 가지고 도망을 간다.

고전적인 사기술이나 현대적인 사기술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람들의 욕심을 이용한 사기라는 점이다. 먼저 꽃신이 사기라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왜 여기에 한번도 신지 안은 신발이 떨어져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된다. 007 가방도 비슷하다. 007 가방을 직접 가지고 가서 경찰에 신고하면 될일을 왜 굳이 경찰을 왜 불러온다고 했을까를생각해보면 된다.

그러나 막상 이런 상황에서 냉정한 판단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욕심이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mepay 님이 올린 쇼핑몰 세상의 "사기의 기술"을 보니 갑자기 영업 교육을 받을 때 들었던 사기의 기술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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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myst 2007/12/14 18:15

    맨밑에 돈으로 사기치는 저 방법 옛날영화 <스팅>의 도입부에 나오는것 같네요. 또 최신 영국드라마 <Hustle>에도 똑같은 장면이 나오더군요. 영화랑은 조금 다르지만 경찰도 사기꾼으로 나오고 그랬던것 같네요.

    그리고 소랑 지푸라기 사건 하니까 또 생각나는게 있는데, 소도둑을 심문하는데, 자기는 억울하다면서 워낙 가난해서 땅위에 지푸라기라도 쓸모가 있을것 같아서 그걸 주워서 갔는데 거기에 소가 묶여있는지 몰랐다라는 황당한 변명을 하죠. 아마 위의 사기꾼이 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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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12/14 22:53

      저는 영화에서 본 기억은 없는 것 갈습니다. 스팅은 한번 봤는데 뭔 내용인지 기억이 가물 가물합니다. 경마장 등에서 사기를 치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허슬은 보지 않은 영화라...

      다만

      땅위에 지푸라기라도 쓸모가 있을것 같아서 그걸 주워서 갔는데 거기에 소가 묶여있는지 몰랐다


      이 얘기는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2. Santiago 2007/12/14 22:19

    와, 정말 도아님 글은 재밌군요.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읽혀지다니..
    아뭏든 잘 기억했다가 꼭 써먹, 아니 당하지 말아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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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epay 2007/12/15 11:40

    사기의 기술은 정말 기상천외 합니다..소를 저렇게 끌고가다니..-_-;;
    참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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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7/12/15 13:57

      저도 처음 들을때에는 아주 참신하더군요. 그리고 참 옛날부터 사기치려고 머리 잘 굴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 석호필 2007/12/17 11:58

    "땅위에 지푸라기라도 쓸모가 있을것 같아서 그걸 주워서 갔는데 거기에 소가 묶여있는지 몰랐다"

    꼭 '이명박 거짓말' 스럽군요.

    '이땅에 선진금융을 도입하기 위해 김경준을 영입해서 회사(BBK, LKe뱅크 등등)를 차리고 투자권유를 하고 다녔지만....난 그회사랑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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