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지지]IT 블로거가 쓰지 말아야하는 것 - 1. 정치

2009/01/06 17:53

나는 뼈솟까지 공돌이이다. 12살때 인두를 처음 잡았다. 500원짜리 전기인두를 처음 잡았을 때의 희열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버님에 내게 준 첫 선물이었고 내가 공학을 전공하게 끔 만든 내 인생의 이정표 같은 선물이 바로 전기인두다. 12살 이후로 나는 다른 것은 생각해 본적이 없다. 오로지 공학 하나만 생각했고 그래서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침묵을 노래하는 새는 천년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모 유명 만화작가의 도굴꾼에 대한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평생 공학만을 알던 나는 이 단 한문장을 통해 역사에 관심을 갖게된다. 학창시절 나의 관심은 그래서 공학과 역사였다. 나중에 다른 글로 올리겠지만 엔지니어는 기술자와 다르다. 똑 같은 현상에 대해 똑 같은 처방을 내리지만 기술자는 "이렇게 하면 그렇게 된다"는 것만 알 뿐 "왜 그렇게 되는지"는 모른다. 반면에 엔지니어라면 당연히 "이렇게 하면 그렇게 된다"는 것과 "왜 그렇게 되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공학이라는 학문은 기본적으로 기술에 과학이 접목된 학문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또 다른 모습은 바로 철학이다. 라는 물음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철학과 과학이 나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공학을 하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진 것이 바로 철학이었다. 원래 책이라고 하면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1년에 300권에 달하는 독서량은 독서광이라고 해도 부족했었다. 이렇다 보니 공학을 전공하지만 공학 이외의 것에도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내 주변의 공학도와 이야기해보면 대부분의 공학도는 공학 이외의 것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남자라면 서너번은 읽어 봤을 거라는 삼국지도 한번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이 많다. 공학도의 이런 특성 때문에 공학도라는 이름 보다는 공돌이라는 말을 더 흔하게 한다. IT도 비슷하다. 또 이런 IT 블로거를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성향이다. 따라서 IT 블로거는 글이 조금만 좋으면(사실 좋을 필요도 없다. 빠르기만 해도 된다) 수많은 구독자가 모인다.

그러나 이런 IT 블로거가 정치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그 이유는 독자층의 취향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세상의 작은 소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 또 복잡한 정치 이야기도 원하지 않는다. 얼리어댑터블로그면 얼리어댑터 다운 제품 리뷰만 원한다. 따라서 IT 블로거가 정치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독자를 내쫒는 것과 같은 행위가 된다.

클릭: 그림 확대

두개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정치색을 드러낸 글에는 꼭 험담이 달린다. 아울러 다른 사이트에 가서 차단해 줄것을 요구한다. 다음 Lens 에 내 블로그가 어떻게 등록된 것인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최근에 올린 글 때문인지 필터링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또 "정치색을 내 보였을 뿐 너무 강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받아드리는 사람들은 너무 강한 정치색으로 받아드린다. 물론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세상사에는 관심이 없고 나만 중요하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그래서 나는 공돌이인 내가 싫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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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공상플러스 2009/01/06 18:04

    이공계가 인문계에 느끼는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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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방문자 2009/01/06 18:18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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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004ant 2009/01/06 18:20

    그 사람들은 괜한 꼬투리 잡는 거 같아요. 신경 안 쓰셨으면 좋겠습니다만, 그게 쉽지 않겠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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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나무 2009/01/06 19:03

    저도 대학에 가서 철학이 모든 학문의 근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그전까지 학교에서 접할 수 없었고, 혹 접했다고 해도
    그것이 철학이 아니라 그저 철학자 이름 몇 명을 아는 정도였으니까요.
    음악으로 치면 운명 교향곡을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지만
    그걸 베에토벤이 맹글었다고 자동으로 답을 고르는 수준과 비슷한 상태 같은.

    '공돌이인 내가 싫을 때가 있다'는 도아님을 보니
    철학이 바탕에 흐르는 자아성찰 같습니다.
    철학을 해야 철이 든 사람이 되겠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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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덱스터 2009/01/06 19:04

    전 그래서 공돌이 이미지 벗어나려고 닥치는 대로 읽습니다 ^^;;

    '공길동전'이라는 만화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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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종요 2009/01/06 19:09

    객들이 참 주제넘는 강요를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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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Er 2009/01/06 19:44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가 SNU인줄 아는 중딩이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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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Zasfe 2009/01/06 19:52

    그분들은 보고싶은 것을 강요하는 것으로 밖에는 안보이네요.
    저도 이과를 나왔지만 "공돌이"라고해서 하나의 주제만 생각하고 글로 적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을 소신것 표현하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마디의 불평으로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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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멍텅구리 2009/01/06 20:42

    그분말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하네요.
    남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것을 신경쓰면서 블로그를 하는것은
    진정한 블로그가 아닌거 같네요.
    저는 자신의 생각이나 정보를 마음껏 드러내는것이
    "블로그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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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chuky1 2009/01/06 21:06

    본문에 인용된 답글과 유사한 의견에 대해서는....
    그냥 쥐박이모드로 나가셨으면 합니다. 네, 그래요. 좀 과격모드?로 나가자면 소통하지 마세요. 소통한다는것이 답글러들의 의견에 따라 도아님의 포스팅의 향방을 좌지우지해야 한다는 말과 동격은 아닐 뿐더러, 그렇게 나가는것이 옳다고 보이지 않는군요. 블로그란 어찌되었든 1인 미디어라고 생각하는 저는, 부분적으로 비평에는 긍정적이되, 관심은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는 전자공학과 출신은 아닙니다만 타 공과를 전공했습니다. 공돌이란 말보단 공순이란 말이 간혹 더 슬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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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Boss 2009/01/06 22:16

    나는 잘난넘 이다 나는 잘난넘 이다 나는 잘난넘 이다

    "정치 는 싫다..."

    지넘 이 어디에 속해있건 그 단체 는 조직이다.
    그 조직의 운영의 법칙 이 존재한다...(그것이 정치 다)

    밥 한그릇 을 먹어도 정치 요
    전화 한통을 한다해도 그도한 정치다.

    "정치" 를 빼 면 이 세상은 올스톱 되는것 이 정답인데...
    그 "정치" 를 말하는것 자체 가 싫단다.

    "생각 은 뇌 가 하는거니까 심장은 뗗어놓고 다녀라 그럼"
    이런말 을 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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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DalKy 2009/01/06 22:49

    어느정도 공감합니다.

    저는 아예 블로그에서 전공분야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실력도 미천하고 취미와 직업은 분리하고 산다는 신조도 있구요.
    나름 국내에서 알아주는 검색엔진 회사에서 검색엔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죠 ㅎㅎ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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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JNine 2009/01/06 23:14

    전국 20등에 든다는 중학생이 '미래를 여러가는'
    이거..그냥 오타겠지...전국 20등 안에 드는 영재 중학생이 설마...

    여러 가지 의미로 땁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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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구차니 2009/01/07 00:00

    공돌이의 비애라는 건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본인의 입장에서는 토익도 해야 하고 교양도 해야하고 힘든 전공도 해야 하지만, 돌아보면 왜 그리 널널하게 살아 왔는지 후회만 되니 말이죠.

    왜?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철학을 많은 공대생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어느샌가 부터 철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상당히 무거운 느낌을 주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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