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원의 가치

2006/12/28 11:41

지금이야 충주로 이사와서 고속버스를 타고 다닐 일이 별로 없지만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인천에서 충주로, 충주에서 인천으로 고속 버스를 타고 출퇴근(일주일에 한번)을 했다. 이렇게 고속 버스로 이동하다보니 자연히 시간이 많아져서 그 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꽤 읽었다.

책을 읽을 때 좋아하는 분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눈에 띄는 책을 꺼내 읽곤한다. 아마 책을 자주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책마다 원 + 원이라는 미명하에 책을 한권 구입하면 다른 책을 한권 더 껴주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점에서 납품하는 책에도 이렇게 껴 들어오는 책이 많다. 필자가 지난 번에 책읽기 계주에 사용한 신경림씨의 시인을 찾아서도 이렇게 읽게된 책이다. 이외에 또 예상치 않게 생기는 책이 있다.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려면 측인을 찍는데 측인을 찍고나서 보니 같은 책이 두 권인 경우이다.

이런 책은 반품도 힘들기 때문에 서점 서가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책중 무심결에 한권 뽑아 읽은 책이 한비야씨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이다. 책 내용이야 오지 탐험가인 한비야씨가 월드비젼 이라는 구호 단체의 팀장으로 들어가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이므로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이만원의 가치였다. 다음은 한비야씨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나에게는 딸이 셋 있습니다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인용 방글라데시에 있는 둘째달. 열한 살 아도리의 사연은 훨씬 극적이다. 아도리의 아버지는 릭샤꾼(바퀴가 셋 달린 자전거로 손님을 싣는 인력거)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뼈빠지게 일하지만 식구들에게 하루 한 끼 먹일 수 있는 날이 드물다. 그 릭샤가 남의 것이기 때문이다. 략샤 임대료는 보통 하루 수입의 절반 정도. 자전거 수리비나 부품 값. 비 올 때 치는 비닐 지붕 값도 릭샤꾼이 내야하니 임대로 주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혹시 극빈자 동네에 반드시 있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고리대금 업자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집에 아픈 사람이 생기거나 결혼, 장례 등 큰일을 쳐르며면 돈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그 돈이 문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조금씩 빌린 돈이 50달러. 우리 돈 5만 원이 넘어가면 고리대금업자는 채무자의 아이 한 명을 데려 간다. 그리고 아이를 새벽부터 밤까지 죽도록 부려먹고 돈은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아이의 임금이 빌려간 50달러의 이자이기 때문이다. 원금을 갚기 전에는 이 담보노동에서 헤어날 방법이 없지만 가난한 부모에게 50달러는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내딸 아도리도 담보노동 어린이였다. 다섯 살 때부터 담배 잎 마는 일, 성냥 알 집어넣는 일을 하느라 학교는 커녕 햇빛 아래서 실컷 놀아본 적도 없는 아이다. 고사리 같은 손은 아이 손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거칠고 상처투성이였다. 담보노동에서 풀려난 지 몇 달 지난 손이 이런데 일할 때에는 어땠을까 상상이 된다. 손바닥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아직도 밤마다 손을 소금물에 담가야 진통이 된단다.

담보노동 아이가 풀려났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구조적으로 돈을 빌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아이가 다시 담보노동을 하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정기 후원은 이래서 중요하다.

내가 5만 원을 들여 아이들 풀려나게 하고, 2만 원을 보낸다고 해서 당장 아도리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극빈자들은 애든 어른이든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총 동원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있는 아이는 학교에 보내지 않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선 아이가 벌어오는 만큼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젖이 나오는 어미 염소를 빌려 주는 것이다. 그 염소 젖을 팔아 아이 수입을 대체하면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게다가 어미 염소가 새끼를 낳으면 그 새끼는 이 집 것이 된다. 점점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다.

다음에는 우리가 릭샤를 사서 아버지에게 통상 임대료의 반값을 받고 빌려준다. 그리고 우리가 받은 임대료를 모았다가 아버지가 릭샤 값의 반을 낼 수 있게 되면 릭샤를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해서 아버지는 꿈도 꾸지 못했던 릭샤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릭샤 한 대, 그리고 아이가 받는 초등교육으로 드디어 이 식구는 질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내 딸의 학비는 물론 전체 프로그램에 필요한 어미 염소, 릭샤 구입 시 대여금 등이 한 달에 2만 원으로 해결된다. 2만 원이 이렇게 큰 돈일 줄 정말 몰랐다.

이외에 두 집에 대한 얘기가 더 나온다. 모두 이런 극빈자의 가정이다. 공납금 20원을 못내 울며 집으로 왔다가 다시 울면서 학교로 뛰어 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그러나 이 아이들에 비하면 학교라도 다닐 수 있었던 내 처지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만원. 우리에게 정말 얼마 안되는 돈이 한 집안을 일으키는데 사용될 수 있다. 다음은 월드비전에 대한 정보이다.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우리가 첫 수혜국이었다. 우리도 얼마전까지 저런 가난의 굴레를 쓰고 살았다.

인용 월드비전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고아와 미망인을 돕기 위해 미국 선교사 밥피어스 목사가 설립한 국제구호 및 개발기구입니다.

한국에서 첫 구호사업을 시작한 월드비전은 현재 세계 최대의 기독교 구호단체로서 전 세계 100여 개 국에서 9천만 명을 대상으로 긴급구호사업, 지역개발사업, 옹호사업 등을 펼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 한국은 1991년부터 수혜국에서 후원국으로 전환하여 사랑의 빵, 기아체험 24시간 등 다양한 모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 8만 명의 정기후원자를 통해 모금된 후원금으로 국내는 물론 북한, 제 3세계 빈곤국가를 돕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회복지단체로서 국내 사회복지 및 기부문화의 방향을 제시하여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 관련 링크

우리가 받은 것을 주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가 조금만 아끼면 한 가족이 질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덧글: 한번 꼭 소개하고 싶었던 글이다. 마침 QAOS.commyblade님이 특별한 연말 선물라는 글을 올려서 이렇게 소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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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해 주세요.

    Tracked from Jesus is My Blade 2006/12/28 13:10 del.

    염소염소는 가족을 위한 소중한 보물입니다. 염소는 1리터의 신선한 우유를 매일 공급해주며, 염소 퇴비는 채소농장을 위한 좋은 비료가 됩니다. 또한 염소는 열악한 기후와 초원에서도 생존..

Comments

  1. 블레이드 2006/12/28 13:11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셔서...트랙백으로 대신 합니다. ^^;

    perm. |  mod/del. |  reply.
    • 도아 2006/12/28 18:21

      좋은 내용이니 좋게 볼 수 밖에 없습니다.

  2. goohwan 2006/12/28 17:26

    2만원의 가치 정말 놀라운 가치이죠^^
    기아 및 빈민에 대한 소식은 들을 때 마다 저를 놀라게 합니다.
    저도 재정적으로 부요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1년동안 1$가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많이 울었습니다. 돈 없다고 투덜되는건 정말 바보짓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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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6/12/28 18:23

      예.

      조금 더 부유한 사람이 조금만 아끼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충분히 살아 갈 수 있습니다. 더구나 월드비전의 첫 수혜자가 우리였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해줄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감사하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3. TP 2006/12/28 18:20

    이런 이야기들 보면 괜히 가슴이 아프네요...

    perm. |  mod/del. |  reply.
    • 도아 2006/12/28 18:23

      예.

      이런 가슴 아픈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었으면 합니다.

  4. Mr.Dust 2006/12/28 20:15

    언젠가 한번 생각하고 까맣게 잊어버린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그것은 다름아닌 애드센스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제가 애드센스 비평을 쓸 당시)

    애드 센스를 다는 보통의 블로거의 경우 정말 큰 돈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다라는 것은 그것이 "돈" 으로써 어떤 의미를 갖기 힘들다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모아 그것이 큰 의미가 될 수 있는 곳에 보내면 어떨까.. 그런 모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부터 해봐야겠습니다. 고양이 밥값은 그냥 제 월급에서 내고..
    첫 수입이 나는대로 월드비전이든, 국내 극빈자를 위해서든 전액 기부를 해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__)

    perm. |  mod/del. |  reply.
    • 도아 2006/12/28 22:19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수익이 1000$를 넘어가면 어떻게 하죠? ㅋㅋㅋ

      광고 형식을 바꾼 것은 봤습니다. 이왕이면 광고의 배경색과 글자색도 링크 색도 블로그에 맞게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더군요. 아마 광고만 바꿔도 수익은 많이 올랐을 것 같습니다.

    • Mr.Dust 2006/12/29 09:18

      아직 여러가지로 생각중입니다. 실효성이라든가, 마음이 변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든가..
      그나저나 제 걱정은 수익이 $100 를 넘기면? 이 아니라 못 넘으면.. 입니다. ;;;

      애드센스는 이곳저곳을 참고로 만든 것이 저 버전입니다.
      일단 한달 정도 놓아보고 도아님이나 다른 분들께 조언을 구해보려고 합니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버느냐도 중요하고, 그 방법을 어떻게 배우냐도 중요하니까요. 천천히 가죠 뭐. 어차피 월 $1 도 안나왔었는걸요. ^^;

  5. 임혜진 2008/04/20 15:24

    이만원 정말 놀라운 가치에요.
    내생일때 이만원 받아서 제가 쓸려그랬는데
    어머니께서 뺏어가셨어요.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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