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진짜 영향력
최근 트위터를 사용하다 보면 외국에서는 거의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종종 본다. 유명인사도 아니다. 올리는 트윗에 읽을 거리도 별로 없다. 그런데 팔로어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우리나라 트위터 사용자의 수는 최대 260만이다. 그러데 팔로어 2만이 넘는 사람이 차고 넘친다. 또 10만을 넘는 사람도 많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트위터의 영향력을 팔로어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팔로어가 많으면 정말 영향력이 클까? 또 팔로어를 늘리려고 하면 쉽게 팔로어를 늘릴 수 있을까?
탱자가 된 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속담이 있다. "맛있는 귤이라고 해도 환경에 따라 먹지 못하는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즉, "아무리 좋은 과일, 서비스라고 해도 그 맛과 서비스가 토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외국의 좋은 서비스가 국내에 들어오면 이상하게 바뀌는 때가 많다. 트위터도 비슷하고 소셜 커머스로 유명한 그루폰 서비스[1]도 비슷하다. 트위터(Twitter)에서 변질된 것 중 하나는 바로 '맞팔'이다. 트위터는 서로 팔로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서로 팔로하기를 원하면 싸이월드나 페이스북(Facebook)을 사용[2]하면 된다.
그런데 국내 트위터에서는 서로 팔로(맞팔)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또 맞팔을 해야 소통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도 많다. 트위터에서 불거지는 논쟁 중 김주하 앵커에 대한 논쟁의 이면에는 맞팔을 소통으로 아는 국내 트위터 사용자의 그릇된 인식에 있다[3]. 그런데 트위터는 맞팔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먼저 팔로하지 않아도 멘션(@아이디)을 통해 말을 걸 수 있다. 또 RT에 RT를 통해 팔로하지 않아도 글을 읽을 수 있다.
즉, 서로 팔로하지 않아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팔로한다는 것은 DM을 받기를 원하거나 상대가 쓴 트윗이 내 타임라인에 자동으로 나타나길 원할 때 하는 행위일 뿐이다. 따라서 트위터 강의하며 수강생들에게 트위터를 '문자 라디오'로 이해하라고 가르친다. 각각의 사용자는 문자방송국, 팔로잉은 채널 선택, 언팔로잉을 채널 전환으로 생각하면 트위터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이해하면 서로 팔로하는 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것인지도 쉽게 이해된다. KBS 직원이 MBC를 청취하면서 "내가 MBC를 청취하고 있으니 KBS를 청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형태의 맞팔 강요가 차고 넘친다. 맞팔이 필요하면 트위터가 아니라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을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트위터를 사용하며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의 시스템을 강요한다.
맞팔율 계산기
사용자들의 이런 성향 때문에 등장한 서비스가 바로 '맞팔율 계산기'이다. 특정 ID에 등록된 팔로잉과 팔로어를 분석해서 맞팔율이 얼마인지 계산해 주는 서비스이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잘(?) 사용하면 팔로어의 수를 급격하게 증가시킬 수 있다. 맞팔율 계산기를 이용해서 맞팔율이 90% 이상인 사람을 모두 팔로잉하면 어떻게 될까? 쉬운 이야기지만 맞팔율 100%인 사람은 팔로잉이 있으면 바로 맞팔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90% 이상인 사람은 스팸이 아니면 맞팔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4].
즉, 맞팔율 계산기를 이용하면 단 며칠만에 수천명의 팔로어를 만들 수 있다. 또 내가 알고 있기로 국내 트위터 사용자 중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법으로 팔로어를 늘리고 있다. 팔로어가 영향력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팔로어를 이런 방법으로 늘이면 팔로어 숫자 만큼의 영향력이 있을까? 트위터의 전파력은 팔로어 보다는 'RT에 의존'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RT는 팔로어의 수 보다는 글에 영향을 받는다. 즉, '좋은 글이 많은 RT를 받는다'.
한 예로 김연아와 이외수를 보자. 한때 김연아의 팔로어는 이외수의 두배에 가까웠다. 그라나 지금은 이외수씨가 57만명, 김연아가 30만명으로 이외수씨의 팔로어가 김연아의 두배에 이른다. 이런 역전이 가능한 것은 바로 글이다. 이외수씨의 트윗을 보면 알 수 있지만 140자 트윗 하나 하나가 생각거리를 준다. 트위터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생각의 깊이가 묻어난 트윗이 많다. 이렇다 보니 이외수씨의 트윗은 굳이 팔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RT가 많다.
반면에 김연아의 트윗은 신변잡기가 주된 내용이다. 김연아의 근황에 관심있는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RT할 내용(돌려 볼 내용)은 아니다. 이렇다 보니 한때 유명세 때문에 이외수씨에 비해 배 가까운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던 김연아는 최근 코리안 트위터에서 7위로 순위가 밀렸다. 팔로어는 많지만 글의 영향력이 없기 대문에 파급력 또한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즉, 트위터의 영향력은 기본적으로 팔로어의 수에 좋은 글이 더해져 만들어진다.
진짜 영향력은 리스트
다음 표는 코리안트위터에서 팔로어 수 2만 이상인 사람들의 팔로잉, 팔로어, 리스트의 수를 뽑은 것이다[5].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이 '팔로잉 보다는 팔로어가 더 많다'. 노회찬 의원님은 원래 먼저 팔로하는 분이라 노회찬 의원님만 팔로어 보다 팔로잉이 많다. 두번째 특징은 바로 '리스트의 수'이다. 이외수씨는 리스트만 3만명 가까이 된다. 또 열거된 사람 중 팔로어 수가 가장 적은 내 리스트의 수도 2천4백이 넘는다.
세번째는 '팔로어 수가 줄어들 수록 리스트의 비율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이외수씨는 리스트 비율이 5%정도이지만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원장은 7%, 정동영 의원은 10.5%로 11명 중 리스트의 비율이 가장 높다. 리스트율을 조사해 보면 알 수 있지만 30만명 이상의 팔로어가 있으면 리스트율은 5% 내외, 2만명 이상이면 리스트율은 거의 10% 내외에서 움직인다[6]. 9.1%의 리스트율은 열거된 사람 중에는 높은 비율이지만 2만명 이상의 사람 중에서는 낮은 비율인 셈이다.
순위 | 이름 | 계정 | 팔로잉 | 팔로어 | 리스트 | 비율 |
---|---|---|---|---|---|---|
1 | 이외수 | @oisoo | 6,698 | 575,721 | 29,071 | 5.1% |
2 | 김제동 | @keumkangkyung | 807 | 373,251 | 20,290 | 5.4% |
7 | 김연아 | @Yunaaaa | 6 | 309,484 | 13,924 | 5.5% |
19 | 김주하 | @kimjuha | 6 | 188,377 | 12,036 | 6.5% |
25 | 유시민 | @u_simin | 180 | 164,868 | 10,716 | 6.5% |
29 | 박경철 | @chondoc | 104,764 | 156,701 | 11,027 | 7.0% |
47 | 이찬진 | @chanjin | 395 | 118,703 | 10,694 | 9.0% |
63 | 노회찬 | @hcroh | 106,225 | 101,619 | 8,233 | 8.1% |
178 | 심상정 | @sangjungsim | 42,775 | 56,797 | 4,352 | 7.7% |
539 | 정동영 | @coreacdy | 27,164 | 27,249 | 2,852 | 10.5% |
560 | 도아 | @doax | 26,066 | 26,341 | 2,405 | 9.1% |
다음 표는 맞팔율 계산기에서 맞팔율이 높은 사람, 같은 맞팔율이면 팔로어 수가 많은 사람 중 10명을 뽑은 것이다. 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팔로어 보다는 팔로잉이 더 많다. 두번째 특징은 리스트의 수이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팔로어 10만명 정도면 리스트율은 6.5%에서 9%가 나온다. 그런데 맞팔율이 높은 사람들은 리스트율이 1.2%에서 2.0% 정도가 고작이다.
즉, 맞팔율 계산기를 통해 인위적으로 늘린 팔로어는 많지만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이 불가능한 리스트율은 자연적으로 팔로어가 늘은 사람들에 비해 아주 낮은 셈이다. 참고로 위의 리스트율을 적용하면 팔로어의 수가 14만명인 사람이라고 해도 실제 팔로어의 수는 3만명 미만인 셈이다.
순위 | 이름 | 계정 | 팔로잉 | 팔로어 | 리스트 | 비율 |
---|---|---|---|---|---|---|
1 | 도라에몽 | @hbcy79 | 139,392 | 127,353 | 2,578 | 2.0% |
2 | 악동 | @DS4GQL | 128,140 | 120,554 | 1,862 | 1.5% |
3 | 미발견인 | @unfoundedman | 127,116 | 116,024 | 1,887 | 1.6% |
4 | 강준식 | @rkddb | 121,167 | 110,163 | 1,551 | 1.4% |
5 | . | @TheCampingBoy | 114,420 | 104,020 | 1,794 | 1.7% |
6 | . | @moonbok | 110,213 | 100,603 | 1,873 | 1.9% |
7 | 안병건 | @LoneWolf_Ahn | 101,462 | 94,707 | 1,284 | 1.4% |
8 | 한진현 | @newcula | 102,290 | 93,049 | 1,255 | 1.4% |
9 | 자명 | @bodhipia | 96,314 | 92,142 | 1,698 | 1.8% |
10 | 뚱빠 | @nonsanboy | 101,213 | 92,028 | 1,138 | 1.2% |
위 목록에는 빠져있지만 같은 방법으로 일단 팔로어 수를 늘린 뒤 맞팔율을 떨어트려 관리하는 사람들도 종종 본다. 인위적으로 팔로어를 늘렸는지 아닌지는 팔로잉과 팔로어의 숫자만 보면 대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역시 리스트의 수는 속일 수 없다. 따라서 특정 트위터의 영향력을 판단하고 싶다면 단순히 팔로어가 많고 적음 보다는 팔로잉, 팔로어, 리스트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
- 자연스런 할인이 아니라 업체를 쥐어짜고 광고를 하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시도하다 망한 업체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
- 참고로 내 페이스북은 http://fb.com/doaxx이다. ↩
- 또 다른 하나는 김주하 앵커가 트위터에서 취하고 있는 포지셔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
- 먼저 팔로잉하지 않지만 나 역시 스팸이 아니면 대부분 맞팔 해준다. 물론 최근에는 수꼴인지 아닌지도 맞팔 기준이 됐다. ↩
- 다만 뽑은 날자가 조금 됐기 때문에 현재 팔로어와는 차이가 조금 난다. ↩
- 팔로어가 만명 이하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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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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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ppa 2011/02/17 11:25
또 거슬리는 것 중의 하나는 선팔했으니 맞팔바랍니다~라는 멘션들입니다. 제 경우엔 특별한 하자(홍보성,수꼴 등)가 없는 이상은 맞팔에 응하고는 합니다만.. 위에 말씀하신 잘못된 맞팔 문화때문이겠죠..
암튼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
정암 2011/02/17 12:54
저도 트위터에 입문할때 맞팔율 계산기를 활용햇지요..도미노 파장으로 순식간에 수천명이 되기도 햇구요... 저도 시간나는데로 관리를 하려하지만 잘 안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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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V 2011/02/17 14:36
애초에 팔로잉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건 순전히 본인 마음인데 강요하는사람은 대체...(...)
아직까지 맞팔 강요 맨션은 받지 못했지만, 팔로잉 수를 100명 내외로 조절중이라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이상한/성향에 안맞는 사람은 수시로 정리하는 편이라...
그건 그렇고, 저는 그냥 숫자에 신경 안쓰고 제 편한대로 운영해야겠습니다... ㅡㅡ;; -
레인레테 2011/02/17 19:41
결국 트위터의 영향력이란 어떻게 보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크게 퍼져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거군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서로 소통하는 방법에 따라서 그 숫자가 차이나고, 이를 실감나게 김연아와 이외수의 트위터로 비교해주신 글 잘 봤습니다.
한수 배우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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