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26. 진주햄 소시지

진주햄 소시지

어렸을 때 가장 맛있는 음식은? 아마 자신의 추억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연배의 사람들에게 진주햄 소시지처럼 맛있고 먹고 싶었던 음식은 많지 않다. 핫도그를 사면 10원짜리 동전 만큼 들어있는 소시지. 또 소풍가서 김밥에 소시지가 있으면 온 아이의 부러움을 사곤했다. 요즘은 햄이 소시지의 영광을 이어 받았고 진주햄 소시지는 기억 속에 사라져간 많은 다른 것들처럼 이젠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목차

신동우 화백이 그린 진주햄 소시지 광고

소시지는 당시 아이들에게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이다. 고기국을 먹는 것이 명절 때나 가능했던 당시에는 고기맛을 평상시에 볼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 바로 소시지였다.

내가 어렸을 때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은 모두 가공 식품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소시지로 도시락 반찬으로 싸오면 한 조각을 얻어 먹기 위해 장사진을 쳤던 기억이 있다. 60년대에 태어나 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진주햄 소시지는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였다. 지금은 김밥을 싸면서 햄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당시에는 김밥에도 소시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 기억으로는 노란무, 계란, 시금치, 당근이 주재료였던 것 같다. 그만큼 소시지는 귀한 음식이었다. 요즘은 핫도그를 먹으면 핫도그 가운데에 커다란 햄이 들어간다. 당시 핫도그도 비슷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커다란 햄이 아니라 동전 크기만한 소시지가 들어간다.

진주햄 소시지 변천사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커다란 핫도그(아마 2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에서 가장 맛있는 부분은 바로 이 동전 크기만한 소시지였다. 그래서 핫도그의 다른 부분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워도 이 소시지는 아껴 먹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김밥에 소시지가 들어갔다. 김밥을 싸면서 짜투리로 남은 소시지는 반찬으로 먹어도 되기 때문에 소풍을 가는 날이면 김밥을 싸시는 어머님 옆에 붙어 앉아 소시지를 주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진주햄 소시지 변천사

재미있지만 조선 중기 요리서인 '증보산림경제'에 "납육이라는 소시지 비슷한 조리법이 나온다"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첫 소시지는 진주햄에서 생선과 전분으로 만든 '분홍 소시지'이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소시지는 제조법이 바뀌었는지 아니면 내 입맛이 바뀌었는지 맛이 예전같지는 않다. [출처]: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찌개에 퐁당 김밥에 쏙쏙 불판에 지글…맛있는 널 사랑햄~

가장 인기있었던 소시지

당시 진주햄 소시지[1]는 아이들 먹거리 중 가장 인기있는 상품이었고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소시지를 원없이 먹어 보는 꿈을 꾸기도 했다. 내가 자란 70년대, 80년대는 우리나라가 급격히 경제 발전을 이루던 시기다. 그래서 먹거리도 이런 경제 성장에 따라 바뀐다.

이러면서 흔해진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소시지이다. 이제는 어느 음식점을 가도 소시지가 나온다. 김밥에도 당연히 들어가는 것이 소시지다. 여기에 소시지 보다 더 맛있는 햄이 나온다. 햄이 등장하면서 소시지의 소비는 급격히 줄어든다. 한때 진주햄 소시지로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진주햄 소시지도 자취를 감춘다.

나도 비슷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가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실 때는 소시지 대신에 햄을 사다가 구워 먹었다. 식당에서 소시지가 나오면 맛이 없다고 아예 먹지 않는다. 그러던 중 진주햄에서 다시 소시지를 내놓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향수 마케팅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때 진주햄 소시지를 구입해서 먹어본적이 있다.

예전에는 그토록 맛있었던 소시지 였는데 다시 먹어본 소시지는 정말 맛이 없었다. 진주햄이 원조라 진주햄 소시지는 다를 것으로 생각했지만 역시 바뀐 입맛을 잡기에 세월의 격차가 너무 큰 것 같았다.

한 한국 여성이 친구의 초대를 받아 을 방문했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핫도그를 사먹었다.

여성A: 정말 맛있지?
여성B: 응. 그런데 하필 개의 그거지.

관련 글타래


  1. 지금처럼 돼지고기가 기본인 소시지가 아나디. 패전 뒤 궁핍기에 등장한 소시지 대용품으로 어육을 기본으로 쓴다. 요즘 나오는 분홍빛 진주햄 소시지는 어육 보다는 돼지고기 양이 많아 예전의 맛이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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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의 모든 것을 운영하고 있는 IT 블로거. IT 블로거라는 이름은 현재 시국때문에 시사 블로거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시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IT 블로거일 뿐이다. 컴퓨터, 운영체제, 시사, 가족, 여행, 맛집, 리뷰등과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블로그의 주제이다. 왼쪽의 아이콘은 둘째 딸 다예가 그린 내 모습이다.
2008/08/25 18:54 2008/08/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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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이진성 2008/08/25 19:09

    배고픈 상태라 그런지 갑자기 먹고 싶어지네요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8/25 19:38

      배고픈 상태에서 먹어도 맛은 별로입니다.

  2. Alphonse 2008/08/25 20:33

    어릴때 가장 잘사는 친구 집 김밥에만...
    커다란 진주햄 소시지가 들어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ㅜㅜ;;; 아내는 김밥에 햄이나 단무지가 들어가 있으면 뺍니다. 몸에 안좋다나요? --;;;

    perm. |  mod/del. reply.
    • 도아 2008/08/26 09:22

      예. 몸에 안좋기는 하는데 그래서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기분이라서요...

  3. 푸른하늘 2008/08/25 20:49

    저도 예전 소시지를 먹었다가 거의 뱉을 뻔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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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8/26 09:23

      저도 비슷합니다. 사서 먹고는 도대체 왜 이런 것을 예전에는 맛있다고 먹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입맛이 변한 것인지 맛이 변한 것인지 모르겠지만요.

  4. 햄스터92 2008/08/25 22:38

    전 70년대생이라 소시지는 원없이 먹은 것 같습니다. 제가 비슷하게 기억하고 있는 음식은 돈까스입니다. 동네형이 먹으러 가는 것을 따라가서 빤히 보고있다가 하나 얻어먹은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그이후 집에서 돈까스 노래를 불렀다죠. 역시 지금 먹는 돈까스보다 그때 얻어먹은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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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8/26 09:24

      돈까스면 정말 한참 뒤군요... 우리 때는 소시지, 짜장면이 최고였습니다.

  5. 공상플러스 2008/08/25 22:47

    아.. 요새는 널린게 소시지잖아요.. 껍데기에다가 돼지 비계를 망치로 쑤셔넣는거..-ㅂ-
    요즘은 소시지보단 햄이... 소시지라 해봤자 저는 천하장사밖에 기억이 안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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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8/26 09:24

      햄은 널렸지만 소시지는 상대적으로 별로 없습니다. 먹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6. rince 2008/08/26 13:07

    요즘도 간혹 밀가루(?) 쏘세지 사다가 반찬으로 먹거나 하는데...
    학창시절 반찬으로 싸가던 그 기억 때문인지 그래도 맛나게 먹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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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아 2008/08/26 15:20

      저는 무척 맛이 없더군요. 가끔 소시지에 계란으로 부친 것이 나오는데 보통은 거의 다 남깁니다. 뜨거울 때는 몇조각 먹지만.

(옵션: 없으면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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