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에서 구입하는 이유

원래 "알리익스프레스 배송, 모든 걸 까발려 주마!"라는 조금 도발적인 제목으로 올리려고 했던 글이다. 그런데 2019년부터 계속 글을 추가하다 보니 달라진 부분도 많고 글도 길어져서 결국 글을 쪼개 올리기로 했다. 첫 글은 "왜 알리에서 구입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풀기위한 글이다. 작은 위험만 부담하면 알리에서 구입하는게 훨씬 쌀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산으로 알고 구입하는 브랜드를 반의 반 값에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10년 넘게 버틴 신일 선풍기

2018년 일이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선풍기가 고장났다. 신일 선풍기로 10년 넘게 여름을 지켜주던 녀석[1]인데 갑자기 모터가 돌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리스(Grease) 문제인가 싶어서 그리스를 보충했다. 그러나 증상은 마찬가지였다. 스타터 캐패시터(Starter Capacitor) 문제인가 싶어서 캐패시터도 교체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보드 문제로 보고 신일 AS 센터[2]에 연락했지만 "부속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부속만 있다면 한 10년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은 선풍기였지만 어쩔 수 없이 버렸다.

구입한 SIF-14RANM

당시 구입한 제품 중 하나다. 이 제품은 목이 부러져서 벽걸이 선풍기 보다 먼저 버렸다. 역시 AS를 위해 고객센터에 연락해 봤지만 부품을 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선풍기를 사기위해 옥션과 같은 열린 시장을 뒤졌다. 뒤지다 보니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이 중국산이었다. 신일처럼 나름 지명도 높은 선풍기도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원생산자) 모델과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원생산자 개발 제조 방식) 모델이 함께 팔리고 있었다. 결국 브랜드는 무시하고 기능이 마음에 드는 선풍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BLDC 모터(Brushless Direct Current Motor)가 전력 소모도 적고 소음도 적기 때문에 BLDC 모델을 구입하기로 하고 열린 시장을 검색해 봤다. 이렇게 해서 찾은 제품이 르젠 LZEF-DC520이다. 조금 더 저렴하게 파는 곳이 있을까 싶어 가격 비교를 해봤다. 르젠 선풍기와 생김새, 기능, 성능은 똑 같지만 브랜드만 다른 선풍기가 있었다. 바로 한경희 생활과학의 HEDF-SW7700였다.

르젠 vs 한경희생활건강

듣보잡 브랜드인 르젠과 스팀 청소기로 나름 이름을 얻은 한경희 선풍기가 똑 같은 게 이상해서 르젠한경희 제품을 더 찾아봤다. 그러다 보게된 상품평. "르젠 선풍기를 구입했는데 제품에 동봉된 리모컨은 한경희 리모컨"[3]이라는 글이었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답변이 붙어있었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다고 해도 생산 라인이 다르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같은 라인에서 상표만 바꿔 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골때리는 상황이다. 가격은 만원 정도 차이나는데 브랜드만 다르고 나머진 완전히 똑 같다. 얼마나 똑 같으면 제조자가 구분하지 못할까? 다만 이 제품에 대한 소문이 났는지 한경희생활건강에서는 이 제품을 단종시켰고 르젠은 외관을 살짝 달리해서 팔고 있다.

가격, 브랜드만 다른, 똑 같은 제품.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국내에서 OEM으로 판매되는 제품 상당수는 ODM이기 때문이다. 르젠한경희 모두 같은 제품에 상표만 다르게 붙여 판매한다. 바로 ODM이다. ODM이면 샤오미 A1처럼 제조사 브랜드와 모델을 붙여 특정 회사에만 남품해야 한다. 그런데 르젠이나 한경희는 구매자가 원하면 원하는 대로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제품도 많다. ODM(또는 OEM)이라고 하지만 라벨 갈이로 읽어야 하는 제품들이다.

예전에 조사한 오방난로는 무려 12개 모델, 8개사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기능은 같고 색상 또는 모양만 약간 다른 제품이다. AS를 빼면 똑 같다. ODM에는 브랜드 값이 포함된다. 따라서 가격은 순중국산에 비해 비싸다. 유통업체 브랜드에 따라 브랜드 값도 달라진다. 르젠한경희를 비교하면 한경희가 만원 정도 더 비싸다. 이름표만 바꿨는데 인건비를 만원 더 받는 셈이다. 이름표만 바꿔도 인건비를 만원 더 받을 수 있다면 옷까지 바꿔입으면 인건비는 얼마나 더 받을 수 있을까?

중국에서 직접 구매한 제품과 국내 브랜드 제품 차이는 "1년 AS밖에 없는 셈"이다. 그래서 몇년 전부터 필요한 물품 중 일부를 알리를 통해 직구하고 있다. 순중국산은 QC(Quality Control)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10불 이상 제품은 꽤 고민하고 구입하는 편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할인할 때만 구입한다. 그리고 사소한 문제라도 발견되면 그 즉시 환불받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환불에 관한 건 다른 글로 다룰까 한다. 아무튼 2016년부터 지금까지 알리에서 구입한 제품은 건수로는 500여건, 갯수로는 7~800개가 넘는다. 이제 이런 경험을 "알리의 모든 것"이라는 시리즈로 공유해 볼까 한다.

[출처]: 2년간 짝퉁 아이폰 만들어 애플 속인 대륙의 '연금술사'…결국 감옥행 전망
중국인 남성이 2년여에 걸처 가짜 아이폰을 만들어 정품 새폰으로 교환 받았다고 한다. 중국이니까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알리도 비슷하다. 정품으로 알고 사도 짝퉁이 오는 때도 있고 짝퉁으로 알고 샀는데 정품이 오는 때도 있다. 똑 같아 보이는 제품이지만 품질은 천지차며 짝퉁의 짝퉁의 짝퉁의 짝퉁까지 올라오는 사이트가 알리다.

남은 이야기, 오방난로

라벨 갈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면 겨울철 인기 상품인 오방난로를 보면 된다. 안전번호가 SU07844-18003A인 오방난로는 파생 모델이 무려 12개나 된다. 이 12개의 파생모델을 파는 업체도 8개나 된다. 이노크이든의 IH-1854KQ, 홍진테크의 IN-HH5, 제이닉스의 JY-5HQ, 케이페이지의 KP-1853KQ, 사파이어의 SF-5H, SF-H55, 선영코리아의 SY-500, 유니맥스의 UMH-1851KQ, UMH-1857KQ, UMH-1859KQ, UMH-2518KQ, 니코의 WH-2222가 여기에 해당된다. 만약 이 제품들이 OEM이라면 파생모델을 이렇게 많은 회사에서 판매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애플이 OEM으로 생산한 아이폰 파생모델을 삼성과 LG가 아갤폰, 아지폰로 팔 수 있을까?

요즘 판매되는 국산은 대부분 ODMOEM도 아닌 중국산 라벨 갈이다. 따라서 이런 제품을 구입할 땐 하나만 생각하면 된다. AS가 잘 되는지만 점검하면 된다. AS 능력이 있는지, 고객센터가 친절한지, 보증 기간이 지난 제품의 AS 비용이 타당한지와 같은 점만 확인해 보면 된다. 참고로 AS 능력이 없는 회사는 보증 기간 내 수리를 요청하면 교환을 해준다[4].

관련 글타래


  1. 링크의 모델과 같은 모델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구입한 모델로 벽걸이형이다. 
  2. 메일을 보내도 답이 없고 전화를 걸면 지역 업체 번호만 안내한다. 몇번을 시도한 끝에 간신히 지역 업체와 연락이 닿았지만 부품은 구할 수 없었다. 
  3.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HEDF-SW7700를 팔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는 없었다. 내가 확인한 상품평은 옥션현대Hmall이었는데 역시 제품이 사라지고 없었다. 
  4. 최근 두 제품을 AS 받았다. 하나는 선터치의 가스 버너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마르의 전기 밥솥이다. 선터치 버너는 AS된 제품을 받았고 바이마르 밥솥은 교환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