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2등을 놓친 이유


쏴버린 화살

듣고 보니 그랬다. 녀석은 회사에서 월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도 토요일에는 꼭 만2천원은 준비해 뒀다. 로또 6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돈이 없으면 내게 빌려갔다. 그런데 술을 마시며 술값으로 2천원을 낸덕에 만원밖에 없었고 그래서 5게임만 산 것이었다. 물론 두개씩 나오는 숫자가 6개라 혹시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설마하는 생각, 그리고 집이 외지라 로또를 사러 나오려면 다시 한참을 걸어 나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번에는 5개만 구입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5개의 게임에서 나온 중복된 숫자들이 보너스 숫자까지 합쳐서 정확하게 6개가 맞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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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경품운

에 대한 이전 글들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복권운은 없는 편이다. 그러나 즉석복권은 최고 10만원 짜리가 됐었고 로또 역시 몇번 5등만 하다가 지난 주 대망의 4등에 당첨됐다. 따라서 나보다 복권운이 더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보면 다들 나보다는 운이 좋다. 영등포 사무실에 있을 때 일이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후배 녀석은 토요일이 되면 로또를 꼭 6게임을 산다. 6게임을 사는 이유는 5게임을 구입한 뒤 두개씩 나오는 숫자로 다시 한게임을 더 구입하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이 방법이 별 효과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녀석은 이렇게 로또를 구입해서 '4등에 몇번씩 당첨됐다'고 한다. 물론 전체 구입비를 다 따지면 가끔 4등에 당첨됐다고 해도 본전을 뽑기는 힘들었겠지만. 아무튼 녀석의 이런 방법을 나도 따라해 봤다. 그 이유는 정말 복권운이 없는 편인지 수동으로 뽑든 자동으로 뽑든 5게임을 하면 맞는 숫자가 많을 때 3개, 적을 때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으로 긁고 여기에 나오지 않을 숫자를 섞어 다시 5게임을 구입하는 방법도 사용해 봤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같았다.

그러던 중 토요일에 퇴근을 하면서 같이 술을 한잔 했다. 당시 회사가 어려워서 월급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영등포 뒷골목의 허름한 집에서 김치찌게에 술잔을 기울였다. 김치찌개 한냄비가 7천원 이지만 깍두기를 썰듯 뭉턱 뭉턱썬 돼지고기와 신김치, 그리고 푸짐한 양과 맛 때문에 자주 들리던 곳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시간이 저물었다. 당시 나는 인천에 살고 있었고 녀석도 파주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술자리를 파하기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조금 일찍 술자리를 끝냈다. 그리고 술값을 계산하려고 하자 2천원이 모자랐다. 그래서 후배에게 2천원을 달라고 한 뒤 술값을 치르고 헤어졌다.

놓친 로또 2등

다음 주 월요일 출근을 했다. 그런데 녀석은 궹하니 하늘만 처다 보고 있었다. 도대체 왜그런지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보여주는 녀석의 로또 복권. 5등이 무려 세개나 됐다. 나같으면 좋아서 날 뛸텐데 멍한 녀석을 보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아: 야. 5등 세개면 완전 성공이네. 왜 그래?
녀석: 그게 아니거든요.

도아: 왜?
녀석: 잘 보면 알 수 있지만 두개씩 나오는 숫자가 6개나 되거든요.

도아: 그런데?
녀석: 이 6개 번호로 로또를 구입했으면 2등이거든요.

도아: 너 원래 그렇게 구입하잖아?
녀석: 그런데 그렇게 못했거든요.

도아: 왜?
녀석: 로또를 사려고 보니 2천원이 부족하더라구요. 6개가 맞아서 꼭 사고 싶었지만. 설마 하면서 그냥 뒀는데...

쏴버린 화살

듣고 보니 그랬다. 녀석은 회사에서 월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도 토요일에는 꼭 만2천원은 준비해 뒀다. 로또 6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돈이 없으면 내게 빌려갔다. 그런데 술을 마시며 술값으로 2천원을 낸덕에 만원밖에 없었고 그래서 5게임만 산 것이었다. 물론 두개씩 나오는 숫자가 6개라 혹시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설마하는 생각, 그리고 집이 외지라 로또를 사러 나오려면 다시 한참을 걸어 나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번에는 5개만 구입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5개의 게임에서 나온 중복된 숫자들이 보너스 숫자까지 합쳐서 정확하게 6개가 맞은 것이었다.

내가 술을 마시자고 하지 않았으면, 또 술값에 2천원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다. 바로 잡힐 것 같은 것이 파랑새다. 그러나 아무리 쫓아도 잡을 수 없는 것이 파랑새다. 우연히 다가 온 행운은 그런 우연만큼이나 우연히 벗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파랑새를 잡기 위해서는 파랑새를 쫓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기다려야 한다. 지금도 로또를 구입할 때면 궹한 눈으로 처량하게 처다 보던 녀석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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