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농장 후기
농작물을 심고 난 뒤 안선생님 안뜰에서 막걸리에 삼겹살을 구우며 잠깐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정한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들 말이라면 지지 않기 때문에 왁작지껄 해졌다. 고기를 구워 된장에 찍어 먹으려고 하니 된장이 조금 특이했다. 색깔은 정말 변하고 같았다. 아이들의 변을 보면 황금색이 나는데 딱 그색이다. 그리고 된장이 질지않고 잘게 부서진다. 그러나 '맛은 정말 좋다'. 이렇게 맛있는 된장은 처음 먹어 본것 같았다.
주말 농장
얼마전 글터에서 주말 농장 행사가 있었다. 작년의 고구마 심기 행사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참석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한달에 한번씩 모여 농촌 문제등 의사 소통의 기회를 삼고 자신이 심은 작물을 가꾸는 행사로 바꾸었다. 행사를 공지한 기간이 짧고 다소 급조된 듯한 행사였기 때문에 참여한 가족은 많지 않았다.
글터 음악회를 주관하고 있는 박종호씨가 농작물을 심을 땅을 구해주었고 누나네, 우리집, 박종호씨, 이름은 잘 모르지만 역시 글터 음악회를 같이 하는 분(두 가정), 그리고 충주 지역 활동을 많이 하시는 정연주 선생님 가족, 또 한 가족은 소개가 끝난 뒤에 참석했기 때문에 어떤 연고로 참석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 가족까지 여덟 가족이 주말 농장 행사에 참여했다.
난 토요일에 서울에서 친한 형들이 오기로 했다가 취소됐고, 일요일에 오기로 한 형도 토요일 저녁때 '일을 끝내지 못해 올 수 없다'는 문자를 받아 주최자 입장으로 참석했다. 주말 농장을 하기로 한 곳은 산척면 송강리(정확하지 않음)였다.
일단 일진은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오전 9시 30분에 서점 앞에 모였다. 정연주 선생님 가족이 조금 늦게 도착했고 나머지 한 가족은 너무 늦어 박종호씨에게 길을 물어 직접 찾아 오기로 했다. 막상 주말 농장에 도착해 보니 허름한 옷을 입으신 분이 반기셨다. 바로 주말 농장을 제공해 주신 안선생님이시다.
지도에서 알 수 있듯이 두개의 개천이 만나는 곳 안쪽이 농장이다. 농장을 내어놓으신 안선생님은 10여년 교직 생활을 하신 뒤 먹거리를 손수 지어 먹기 위해 낙향하셨다고 한다.
주말 농장 취지
안선생님 뒤뜰에 모두 모여 매형이 주말 농장을 진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고 각자 자기 소개 시간을 가졌다. 안선생님은 10여년 교직 생활을 하시다 먹거리만은 손수 지어 드시고 싶으셔서 낙향해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고 하셨다. 역시 교직에 계시던 분 답게 말씀도 잘하시고 말도 많이 하셨다.
다음은 정연주 선생님 가족. 정연주 선생님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말씀이 많으셨다. 그리고 우리집. 나도 말이라면 뒤지지 않지만 이전에 자기 소개하신 분들이 말이 많으셔서 간단히 자기 소개를 했다. 그 다음에 우엉맘이 자기 소개를 했는데 이런 자리는 처음인 우엉맘이 말을 더듬다 폭소가 터졌다. 박종호씨, 누나, 건대 병원에서 오신 분순으로 자기 소개가 진행됐다.
밭을 갈고 작물을 심기 위해 뒤뜰에 붙은 밭으로 이동했다. 박종호씨가 경운기로 밭고랑을 다 내놓은 상태라 작물만 심으면 될 것 같았다. 땅을 만저보니 땅이 아주 곱다. 수분이 많지도 적지도 않고 물빠짐이 상당히 좋은 것 같았다.
장난 삼아 땅을 파봤다. 여기 저기 보이는 하얀 벌레들. 정말 땅이 좋았다. 숟가락으로 한 술떠서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보통 밭에 작물을 심으면 잡초가 자라기 때문에 이랑에 검은색 비닐을 치고 비닐 안쪽으로 작물을 심는다. 그런데 요즘은 검은색 비닐이 해를 가리기 때문에 이랑 가운데는 투명하고 주변만 검은 비닐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랑에 비닐을 입히는 것은 모든 가족이 참여했다. 우영이가 비닐을 들고 이랑 반대편으로 뛰고 길이를 맞추면 다른 가족이 비닐을 흙으로 덮었다. 농지가 사각형이 아니라 이랑마다 길이가 달랐고 여덜 가족이 농사짓기에는 조금 넓은 것 같았지만 우영이까지 참석해서 비닐을 치니 금방 끝이 났다.
사진에서 보면 왼쪽의 밭이랑이 주말 농장이다. 오른쪽 밭이랑은 고구마를 심기로 했고 오이나 호박과 같은 넝쿨류의 작물은 사진에는 없지만 안쪽에 심기로 했다.
그런데 심을 농작물이 별로 없었다. 참석자 수가 정확하지 않고 심을 작물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매형은 농작물을 사러 가고 나는 농장을 얼마전에 지른 작티로 찍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뒤 제 출연분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동영상을 SBSi에서 저작권 위반으로 신고, 유튜브 계정이 잘렸습니다. 이 탓에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강좌 대부분이 사라졌습니다. 복구 가능한 동영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복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드라마 백동수에 대한 글의 남은 이야기를 보기 바랍니다.
한 손으로 찍다보니 조금 흔들렸다.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농사를 짓지 않던 몇 가족이 관리하기에는 조금 넓다. 매형이 작물을 사오자 모두 작물을 가지러 갔다.
농장 분배
땅이 사각형이 아니라 밭이랑을 분배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택한 방법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가족이 먼저 땅을 차지하는 것으로 했다. 결과는 한힘이 1등. 우엉맘 꼴등. 지기 싫어하는 우영이는 꼴등한 자체가 싫은 모양이었다. 결국 다른 가족은 두 세 이랑을 차지했지만 우리 가족은 꼴등한 덕에 밭 가장 위쪽의 이랑만 분배받았다.
처음에 심은 것은 고추이다. 고추는 다른 작물과는 달리 작물과 작물 사이를 조금 넓게 심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한 50cm 정도씩 띄고 심었다. 마침 안면이 있던 박종호씨는 우리 가족이 밭이랑 하나밖에 차지하지 못한 것이 안스러웠는지 안쪽의 긴 밭이랑 세개중 가운데에만 고구마를 심을 테니 두 이랑 중 하나에 작물을 심으라고 한다.
그래서 우엉맘과 우영이에게 작물을 있는대로 가져오라고 해서 심었다. 꼴등을 한 덕에 다른 가족의 두 세배의 밭이랑을 분배받은 것이다. 이런 것을 전화위복이라고 한다. 그 결과 왼쪽 밭중 가장 긴 이랑이 우리 가족의 밭이고 오른쪽 밭의 가장 긴 이랑이 우리 밭이 되었다. 따라서 다른 집 세 이랑 보다 우리집 한이랑이 더 컷다.
왼쪽 이랑에 작물을 심은 뒤 오른쪽 이랑에는 청양 고추를 먼저 심었다. 나는 청양 고추가 아니면 고추는 먹지않는다. 고추도 심고, 상치도 심고, 우엉맘이 좋아하는 부르클리, 양상치, 양배추 등 상당히 많은 작물을 심었다.
오른쪽 밭이랑은 정말 길다. 아직 다 심지 않은 부분은 고구마를 심었다. 고구마는 촘촘히 심으면 알이 많아지고 넓게 심으면 알이 굵어 진다. 따라서 일부는 촘촘히 심고 일부는 넓게 심었다. 밤고구마와 맛탕용 고구마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토마토도 심었다. 방울 토마토도 심고, 일반 토마토도 심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뒤 제 출연분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동영상을 SBSi에서 저작권 위반으로 신고, 유튜브 계정이 잘렸습니다. 이 탓에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강좌 대부분이 사라졌습니다. 복구 가능한 동영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복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드라마 백동수에 대한 글의 남은 이야기를 보기 바랍니다.
처음하는 주말 농장이 우영이는 상당히 재미있는 것 같았다. 열심히 농작물을 심고, 흙으로 덮고. 동영상에서 보면 ㄱ자 형태가 우리 밭인데 상당히 크다. 마지막에 보이는 가족이 건대 병원에 근무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가족 역시 왼쪽 밭의 가장 긴 이랑 두개를 차지했다.
주말 농장 후기
농작물을 심고 난 뒤 안선생님 안뜰에서 막걸리에 삼겹살을 구우며 잠깐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정한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들 말이라면 지지 않기 때문에 왁작지껄 해졌다. 고기를 구워 된장에 찍어 먹으려고 하니 된장이 조금 특이했다. 색깔은 정말 변하고 같았다. 아이들의 변을 보면 황금색이 나는데 딱 그색이다. 그리고 된장이 질지않고 잘게 부서진다. 그러나 '맛은 정말 좋다'. 이렇게 맛있는 된장은 처음 먹어 본것 같았다.
도아: 된장이 정말 맛있네요.
안선생: 예. 유기농 콩으로 전통 기법 그대로 새끼를 꼬와 매주를 달아 만든 된장입니다.
그러면서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는데 사람들이 자꾸 된장과 간장을 퍼가서 장독대에 담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해 주셨다. 확인해 보니 정말 이었다. 보통 장독대는 개방된 공간인데 장독대 주변에 쇠파이프를 박아 두고 문을 잠궈두고 있었다. 그외에 유기농에 대한 얘기, 한살림에 대한 얘기가 등이 오갔다.
안선생님은 유기 농법으로 오리 농법, 달팽이 농법을 모두 사용해 보셨다고 한다. 오리 농법의 장점은 정말 약을 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라고 한다. 단점은 피가 많아진다는 것. 시골에 계시는 작은 댁 큰 삼촌도 오리 농법으로 벼를 재배하는 데 그 논에 피가 많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달팽이 농법의 장점도 비슷했다. 장점은 정말 농약을 치지 않아도 되지만 물때를 잘못 맞추면 달팽이가 농작물을 갈아 먹는다고 한다. 모두 칠레산으로 달팽이의 먹성이 워낙 좋아 이철수 선생님댁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도 논에 버리는데 남아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하나 달팽이 농법의 단점은 남부 지방처럼 더운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중부 지방은 겨울이 춥기 때문에 겨울에 달팽이가 모두 죽지만 남부 지방에는 겨울에도 달팽이가 죽지 않아 달팽이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외에도 과수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새를 쫓기 위해 그물을 치면 까치가 그물의 찢어진 틈으로 들어와 과수를 쪼고, 새소리와 펑펑 터지는 소리를 틀어 놓으면 신경도 안쓰는 등 까치의 영리함에 대해 얘기하던 안선생님은 자신의 과수원은 이런 것을 하지 않지만 새가 과수를 쪼지 않는다고 자랑하신다.
어떤 비법이 있나 알아보니 역시 자연의 진리였다. 과수보다 맛있는 것이 과수 아래에 많다는 것이다. 농약을 치지않기 때문에 과수 아래에는 새들의 먹거리가 충분하고 따라서 과수보다는 이런 벌래를 까치가 잡아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도 아이들을 위해 라면을 끓였다. 역시 가지고 다니는 배낭에서 코펠과 버너를 꺼내고 라면 두개를 끓였다. 라면 먹을 사람을 줄을 세우니 한 10명의 아이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결국 종이컵에 한 젓가락씩 떠주자 내가 먹을 것도 없었다.
라면을 끓여준 뒤 오전에 심은 작물에 물을 줬다. 물을 주면서 땅속에 손을 넣어보니 땅속의 열기가 대단했다. 이렇게 뜨거운 상태에서 물을 주면 작물이 모두 익어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안선생님도 오후 5시 반정도에 주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세시 반경에 물을 주었다. 퇴비를 직접 만드시는 안선생님은 작물에 주는 물도 목초액을 탄 것이라고 한다.
즐겁고 유익한 하루 였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재미, 모르는 사람과 경험을 공유하는 재미, 아이와 함께 키우는 재미. 삶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남은 이야기
또 사고가 터졌다. 밭에 꽈리 고추를 심고 있는데 우영이가 울면서 찾아 왔다. 얼굴을 보니 눈과 눈 사이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붉게 상처가 나있었다. 확인해 보니 함께 온 아이 중 하나가 돌을 던졌고 그 돌에 우영이가 맞은 모양이었다. 물론 돌을 던진 아이는 사색이 되어 있었다. 일단 사실확인을 한 뒤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의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