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 9가 가장 빠르다고?

인터넷 탐색기(Internet Explorer)는 지난 10년간 브라우저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 브라우저다. 국내 점유율은 아직도 90%가 넘고 외국에서도 한때 9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불여우(Firefox)의 선전과 크롬(Chrome)의 약진으로 이젠 구시대 유물 취급을 받는 브라우저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인터넷 탐색기 9를 출시했다. 또 다른 판본과는 달리 IE 9는 대대적인 출시 행사까지 했다. 그럼 과연 IE 9는 얼마나 개선됐을까? IE 8 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크롬이나 불여우를 능가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으로 보인다.

IE 9가 가장 빠르다고?

며칠 전 트윗을 읽다 보니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보인다. 베타뉴스의 가장 빠른 브라우저 찾아봤더니… 인터넷 익스플로러 9라는 기사다.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IE9의 자바스크립트 엔진이 개선되 여타 다른 브라우저 보다 빠르다'는 내용이다. 브라우저 자바 스크립트 엔진의 속도 경쟁에 불을 붙인 브라우저는 크롬(Chrome)이다. IE 8 - 얼마나 빠를까?라는 글에서 알 수 있듯이 크롬은 IE8에 비해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사진 출처: 구글 크롬 점유율 60% 육박…IE의 3배]

처음 크롬(Chrome)이 등장했을 때 구글 크롬은 구글 OS의 신호탄라는 글을 올렸다. 크롬을 보며 크롬 OS 출시를 예측한 글이다. 당시에는 "구글에서 OS를 만들리 없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내 예상대로 얼마 전 크롬 OS가 발표됐다. 발표에 나선 피차이에 따르면 크롬 OS는 브라우저를 만들 때부터 생각했다고 한다. 그랬기 때문에 구글 크롬은 구글 OS의 신호탄에서 설명한 것처럼 속도, 안전, 단순에 촛점을 맞췄다고 한다. 아울러 2008년 처음 크롬이 등장했을 때 다른 브라우저에 비해 8배 빨랐고 현재의 IE보다 16배 빨랐다고 한다[출처: 크롬 노트북 내년 중반 삼성이 낸다: 기자회견 요약].

그리고 얼마 전 IE9의 발표가 있었다. 발표장에서 본 IE9는 분명히 크롬을 압도했다. 그러나 이것은 발표자가 크롬의 GPU 가속은 끄고 IE의 GPU 가속을 켜고 시연한 결과였다. '둘다 그래픽 가속을 켜면 IE와 크롬 모두 비슷한 속도'가 나왔다. 그러나 브라우저의 체감 속도에 큰 영향을 주는 자바스크립트 엔진은 역시 크롬이 IE 보다 빨랐다. IE 8처럼 큰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두배 정도 크롬이 빨랐다.

그런데 IE9가 가장 빠르 브라우져이며 더우기 웹킷 선스파이더(SunSpider Benchmark) 측정 결과 IE9가 가장 빠르다고 하니 의외였다.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일단 웹킷 선스파이더에서 브라우저의 속도를 측정해 봤다. 현재 내 컴퓨터에는 IE 9(Internet Explorer 9), 크롬 8(Chrome 8), 크롬 9(Chrome 9, 까나리 빌드), 크롬 10(Chrome 10, 개발자판), 불여우 4(Firefox 4), 사파리 5(Safari 5)가 설치[1]되어 있다. 사파리는 속도를 측정하는 도중 죽어서 결과를 볼 수 없었지만 측정한 결과는 역시 크롬(Chrome)이 가장 빨랐다.

브라우저 속도 결과링크
Internet Explorer 9 424.9ms 결과링크
Firefox 4 357.9ms 결과링크
Chrome 8 325.4ms 결과링크
Chrome 9 298.3ms 결과링크
Chrome 10 317.5ms 결과링크

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크롬 9가 가장 빨랐다. 298.3ms로 기사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 IE 9 보다 126ms 정도가 빨랐다. 크롬 8과 10도 IE 9 보다는 100ms 정도 빨랐다. 또 불여우도 IE 9 보다는 67ms 정도 빨랐다. 즉, 기사에서 어떤 브라우저와 속도를 비교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용하고 있는 브라우저 중에서 IE 9 보다 느린 브라우저는 없었다. 다만 이 정도 수치는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속도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 실행 속도는 IE 9와 크롬이 비슷했으며, 불여우가 가장 느렸다. IE 9와 크롬 모두 클릭하면 바로 창이 나타나며 웹 페이지를 불러왔다. 따라서 실제 브라우저를 사용하면서 느낄 수 있는 속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nternet Explorer 6으로 최장기 집권을 하며 내팽개쳐둔 'IE를 이제야 다른 브라우저와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Internet Explorer 9의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호환성

얼마 전 원주의 효병원을 다녀왔다. 원주 구시가에 위치한 이 병원에 아는 분이 본부장으로 계셨기 때문이다. 내 블로그 주소를 바탕화면에 책갈피 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컴퓨터를 확인해 보니 윈도 XP에 IE 6이었다. 블로그에 접속할 때는 IE 6 대신에 크롬을 사용하시라고 크롬(Chrome)을 깔아드렸지만 병원의 모든 컴퓨터가 아직도 윈도 XP에 IE 6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정말 답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IE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특히 사망운동까지 펼치고 있는 Internet Explorer 6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Internet Explorer에서 다른 브라우저로 갈아 타려는 사람을 막는 것은 ActvieX도배를 하며 간단한 웹 표준 조차 지키지 않는 국내 사이트들이다. 즉, 국내 사이트의 IE 종속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국내에서 IE가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IE의 점유율을 높이며 타 브라우저의 진입 장벽의 역할을 하던 국내 웹 사이트의 환경이 이제는 'IE 9의 진입을 막는 장벽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브라우저에 비해 진입 장벽이 조금 더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넘기 힘든 벽인 것도 사실이다.

IE 9에서 IE 6과의 호환성을 얼마나 보장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윈도 7을 내놓으면 XP 모드를 따로 내놓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호환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그 범위는 크지 않을 것 같다. 즉, IE 9는 이제 속도 경쟁외에 다른 브라우저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호환성 문제와 심각하게 싸워야 한다. IE에서 타사 브라우저로 갈아타는 사람들은 호환되지 않는 것을 알고 갈아탄다. 그런데 IE 6에서 IE 9로 갈아타는 사람도 이런 것을 알고 굳이 IE 9로 갈아탈까?

실제 IE 6에서 IE 7, 8, 9로 갈아탔던 사람의 대부분이 IE 6으로 복귀하는 것을 봤다. 당연히 될 것으로 알고 갈아탔지만 호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이 만든 괴물과 호환성 전쟁을 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IE 6을 버리면 쉽게 될 것 같지만 의외로 IE 6을 버리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국내 기업에서 채용하고 있는 인트라넷 시스템,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상당수가 IE 6에서 동작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확장성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터넷이라고 하면 네이버로 알고 브라우저라고 하면 Internet Explorer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컴퓨터 초보자들이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네이버 보다 훨씬 유용한 서비스가 많고 Internet Explorer 보다 훨씬 좋은 브라우저가 많다. 브라우저로 예를 들면 작은 크기로 브라우저, 메일 클라이언트, 뉴스 클라이언트의 기능을 제공하는 오페라(Opera)가 있다. USB에 담아가지고 다니기에 가장 적당한 브라우저이다. 또 수없이 많은 확장으로 Internet Explorer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기능을 제공하는 불여우가 있다. 빠른 속도와 안정성, 최근에는 불여우 못지 않은 확장을 제공하는 (Chrome)도 있다.

이런 브라우저들 중 기능과 성능, 속도 모든 면에서 떨어지는 브라우저가 Internet Explorer다. 자동차로 따지면 빠른 페라리크롬, 전격제트작전의 제트카불여우라면 두발 자전거 정도 되는 브라우저가 Internet Explorer다. 그래서 좁은 길을 여기저기 느리게 달릴 수는 있지만 도로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 정도라면 사용할 사람이 거의없을 텐데 우리나라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은 쉬 버리지 못한다. 자전거 보다 자동차가 아무리 빠르고 더 편하다고 설명해도 자전거에 익숙한 사람은 자동차는 처다 보지도 않는다. 더구나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면 여기에 자동차가 끼워들 여가가 없다.

그리고 최근 Internet Explorer 9가 등장했다. 이제 IE도 Internet Explorer 9에 와서 다른 브라우저와 비슷한 성능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브라우저만큼의 다양한 확장을 제공하기는 아직 먼 것같다. Internet Explorer 9용 플러그인 사이트가 있다. 그러나 플러그인 기반의 이런 확장은 Internet Explorer 6에서 발생한 많은 문제가 그대로 발생할 여지가 많다. 또 후발 주자이다 보니 Internet Explorer 9의 확장은 불여우나 크롬에 비해 턱없이 적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호환성 문제외에 Interent Explorer 9는 다른 브라우저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확장성 역시 넘어야할 커다란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롬(Chrome)은 크롬 OS가 등장하며 웹 어플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런 현상을 쉽게 따라집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MS에서 호환성을 버리고 기능과 성능, 속도에 전념한다면 MS가 가진 능력과 운영체제 개발사라는 잇점 때문에 브라우저 1차 전쟁처럼 승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버리기 힘든 호환성의 마약을 쉽게 끊을 수 있을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아무튼 Internet Explorer 9의 출시로 촉발된 진정한 브라우저 2차 전쟁의 승자가 누가될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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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외에 크롬 플러스, 크로미엄도 설치되어 있다. 또 록멜트, TheWorld, 오페라 등 상당히 많은 브라우저가 설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