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프로의 숙명

나는 올초 피디수첩에 출연했다. 그리고 촬영과정을 적은 글을 올렸다. 이 글에 피디수첩의 김은희 작가가 비밀댓글을 남겼다. 비밀댓글이라 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 비밀댓글에는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들이 매사에 신중하며 항상 조심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런 고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고발 프로그램을 만드는 구성원 중 한 사람의 사소한 실수가 그 프로그램의 생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그렇고 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력이 있는지 부터 묻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정부고위 관계자를 빨대로 고용해서 모든 수사과정을 언론에 흘리는 '여론몰이 수사'를 진행했다. 이런 여론몰이 수사의 결과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엄청난 사회적인 파장을 몰고 왔다.

그러나 검찰은 바로 전에 터진 전직 대통령의 자살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듯 하다. 얼마 전 검찰에서 피디수첩 김은희 작가의 개인 메일을 공개했다. 개인 메일은 말 그대로 개인의 사적인 생각을 담는다. 이런 개인적인 생각까지 수사해야 하는 검찰의 억지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피디수첩의 위법을 잡아 내지 못하자 김은희 작가의 개인 메일을 이용해서 또 "여론몰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검찰의 수사는 혐의를 잡고 그 혐의를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 백정의 칼질이 무서워 풀섭에 숨어 있는 데 여기 저기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두르고 그 칼에 사람이 죽어 넘어지면 "어 빨갱이 한마리 잡았네"하는 식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랬고 피디수첩에 대한 수사가 이랬다.

검찰이 공개한 김은희 작가의 메일은 김은희 작가의 말대로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기 위해 적개심을 가지고 광적으로 '광우병' 방송을 만들었다"라는 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문장만 공개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 작가도 24일 문화방송 구성작가협의회 게시판에 '공개된 메일 문구, 진실은 이렇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김 작가는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기 위해 적개심을 가지고 광적으로 '광우병' 방송을 만들었다'는 문장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그에 필요한 메일 문장들만 골라 공개했다”고 비판했다[출처:피디수첩 수사 검사들 "이메일 공개 정당했다"].

나는 올초 피디수첩에 출연했다. 그리고 촬영과정을 적은 글을 올렸다. 이 글에 피디수첩의 김은희 작가가 비밀댓글을 남겼다. 비밀댓글이라 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 비밀댓글에는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들이 매사에 신중하며 항상 조심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런 고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고발 프로그램을 만드는 구성원 중 한 사람의 사소한 실수가 그 프로그램의 생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신강균의 사실은'이라는 프로그램이 폐지된 것도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신강균 피디가 고가의 핸드백을 받았다 돌려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김은희 작가처럼 시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용기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은 프로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만고의 진리다.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기 위해 적개심을 가지고 광적으로 '광우병' 방송을 만들었다"

김은희 작가가 남긴 비밀댓글에는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피디수첩에서 방영한 내용은 와 표현의 자유였다. 따라서 나 이외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많은 사람들 중 나를 택한 이유는 "내 인터뷰에서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뷰한 사람의 진정성까지 작가가 고려하는 이유는 아무리 잘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으면 대중에게 다가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김은희 작가가 "이명박 정권의 생명줄을 끊기 위해 광우병 보도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그랬다면 피디수첩은 촛불로 이어질 생명력을 얻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30개월 미만의 순살 쇠고기도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견해를 그대로 반영한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즉, 이명박 정권의 숨통을 끊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2007년 이전의 주장을 2008년에 방영한 것에 불과하다.

"모든 구성원들이 모든 일에 신중, 조심한다"는 김은희 작가의 댓글을 보면 지금도 서글프다. 그래도 김은희 작가는 최소한 우리나라의 검찰을 믿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명박 정권의 개가 된다고 해도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다.

미친 나라, 미친 정권, 미친 검찰
이 것이 2009년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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