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로 보는 '미네르바 구속효과' by 도아
미네르바 무죄
어제 미네르바에 대한 무죄판결이 있었다. 다만 판결의 내용을 보면 조금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중 한 부분은 "미네르바의 글을 허위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다만 "글을 쓸 당시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고 설사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외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도대체 판결의 요지가 무엇인지 알기 힘들다.
미네르바 무죄
어제 미네르바에 대한 무죄판결이 있었다. 다만 판결의 내용을 보면 조금 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중 한 부분은 "미네르바의 글을 허위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다만 "글을 쓸 당시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고 설사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외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도대체 판결의 요지가 무엇인지 알기 힘들다. 여기에 검찰은
판결문을 보니 재판부가 증거의 취사선택을 잘못해서 사실관계를 오인했고 객관적으로 박씨가 허위 사실임을 인식했다는 증거를 배척했기 때문에 공익 침해 목적에 대한 법리를 잘못했다
며 즉시 항소의 뜻을 밝혔다. 예전 글에서 밝혔지만 미네르바 체포를 바라보는 외신의 눈은 곱지 못하다. 오죽했으면 로이터는 미네르바 체포를 외신이 아닌 사람이 개를 무는 것과 같은 희한한 뉴스에 실었다. 미네르바의 체포는 국제적 망신이다. 이 일로 우리나라는 인터넷 감시국의 반열에 올랐고 국경없는 기자회는 우리나라를 인터넷 감시 대상국으로 선정했다.
일벌백계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미네르바가 설사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검찰과 이명박 정부는 이미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미네르바 체포의 핵심은 "미네르바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느냐"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지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미네르바처럼 체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한 예로 우리나라 최대 위키인 엔하위키의 이명박에 대한 부분을 보자.
그림에서 알 수 있지만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이라는 내용외에 아무것도 없다. "사이버 모독죄의 신설로 비평을 자유롭게할 수 없기 때문에 임기를 마치는 2013년까지 내용 작성을 금한다"는 내용이다. 반면에 똑 같이 잠겨있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항목은 상당히 자세한 내용이 실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사가 끝날 때까지만 수정과 삭제를 금하고 있다.
엔하위키의 사이버모독죄 항목을 보면 이런 일련의 조치가 청와대의 접속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함장님의 신변안전을 위하여 수많은 항목이 삭제나 수정되는 비극을 낳은 법이다. 아직 통과도 안 되었는데 너무 그러는 거 아니냐는 여론도 있지만. 지붕 파란 곳에서 엔하에 접속한 기록도 확인되었는데 한가롭게 있기는 그렇기도 하다. (It's True)
그리고 엔하에서 한 발 빨리 자제 조치를 한 것은 시행된 이후에 문제가 되는 항목을 하나하나 찾아서 수정하는 것이 대작업이 되기 때문에 분량이 커지기 전에 미리 그런 것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내린 것이다. 이용자 여러분의 많은 협조와 양해를 바란다.
'엔하위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검찰과 정부는 이미 미네르바 구속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가장 무서운 언론통제'는 언론탄압이 아니다. 바로 자기검열이다.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제가 그토록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언론 스스로 자기를 검열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의 구속의 노림수도 마찬가지다. 한 인터넷 논객을 체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 스스로 자기검열하도록 하는 것이 미네르바 구속의 노림수이다.
남은 이야기
엔하위키는 위키백과처럼 국제적인 위키는 아니다. 위키백과의 한글 표제어는 9만 5천개 정도이다. 반면에 엔하위키의 표제어는 3만 2천개 정도다. 즉 국제적인 위키백과의 표제어에 3분의 1 수준의 표제어를 가지고 있는 위키가 엔하위키인 셈이다. 따라서 위키백과와 엔하위키는 편집 방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국내 최대의 위키임에는 틀림없다.
또 엔하위키는 위키백과와는 달리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다. 유튜브에서 정부의 본인 확인제를 거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글이 우리나라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키백과 역시 올라오는 내용에 대해 정부에서 문제 삼기는 힘들다. 문제를 삼는다면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한글 서비스를 폐쇄하면 된다. 물론 또 한번 국제적인 망신은 각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키백과의 설립자인 지미 웨일스는 사이버모독죄[1]를 다음처럼 비난했다고 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나이프를 쓴다고 손님들을 철창에 가둔 채 서비스를 하는 격"
- 원래 명칭은 사이버 모욕죄라고 한다. 그런데 이 법을 발의한 사람들 조차 이 법을 모욕죄가 아닌 모독죄라고 부른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