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초고속 인터넷 by 도아
속도 경쟁은 끝났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ADSL 급의 보장 속도는 고작 1M에 불과하다. 최고 속도가 50M인데 보장 속도는 1M, 50분의 1, 2%에 불과하다. 또 100M급의 보장 속도는 조금 낫기는 하지만 고작 '5M'에 불과하다. 파워콤은 최근에 최저 보장 속도를 50M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에서 보장하는 최저 속도가 최고 속도의 5%에도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실정이기 때문에 더 이상 속도로 경쟁하기는 힘들다. 또 1G급 광랜이 나오지 않는한 속도 경쟁은 의미가 없다.
파워콤 이벤트
오늘 받은 드림위즈에서 진행하고 있는 파워콤 가입 이벤트에 대한 매일이다. 3년 약정으로 광랜 100M를 신청하면 iPod Touch 2세대 8G, 3년 약정으로 광랜 100MB+070 인터넷 전화를 신청하면 iPod Touch 2세대 16G를 사은품으로 준다. 광랜 100MB는 월 26,180원이라고 하고 3개월은 무료라고 하니 3년 동안 납부해야할 총 금액은 86'3940원이다. iPod Touch 2세대 8G의 에누리 최저가가 25'5760원이기 때문에 파워콤에서 가입자에 3년간 남길 수 있는 수익은 60'8180원에 불과하다.
iPod Touch의 가격에 대리점 수수료가 포함되었다면 60만원의 수익에 일정 부분이 대리점 마진으로 나간다. 여기에 회선 설치/유지 비용까지 고려 하면 과연 3년에 60만원이라는 수익은 미친 짓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부 대리점에서는 네가지 서비스를 묶은 QPS에 가입하면 70만원을 현금으로 준다고 한다.
'20만원을 요구하라. 그리고 약정기간이 끝나면 다시 20만원을 요구하라. 안주면 20만원을 주겠다는 업체로 옮겨라'
각업체의 현금 마케팅이 갈 수록 치열하다 보니 요즘은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하면서 '현금을 받지 못하면 바보'라는 인식이 까지 있다. 또 1년 단위로 먹튀를 해도 된다. 방통위에서 해지시 경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을 1년으로 했기 때문이다. 2006년 가입할 때는 3년 약정에 7~8원 정도의 상품권이 경품이 제공됐다. 그런데 이런 경품이나 현금 제공은 가면 갈 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러면 초고속 인터넷 업체에서 이처럼 현금 마케팅 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속도 경쟁은 끝났다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당시에는 메가패스 ADSL이 보급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단지넷에서 목동 아파트에 전용선을 깔아 10M 전용선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ADSL도 내려받기 속도는 6~7M 정도 나왔기 때문에 내려받는 속도만 따지만 전용선과 큰 차이는 없었다. 역시 속도의 차이는 올리기 속도. 당시 ADSL의 올리기 속도는 잘 나와야 0.7~0.8M 정도 나왔다. 그 뒤 10M급 VDSL, 30M VDSL, 100M급 광랜까지 국내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속도면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최저 보장 속도. 작년 사용하던 사무실에는 KT 메가패스와 파워콤을 사용했었다. 두 서비스 모두 보장하는 최저 속도는 0.5M였다. 그 지역은 이 이상의 속도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신업체에 대한 불만은 최고 속도가 아니라 최저 속도에서 나온다. 100M 광랜으로 알고 가입했는데 정작 나오는 속도는 ADSL 급인 수M에 불과하다. 열이 받아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면 최저 보장 속도 이상 나오기 때문에 AS는 가능해도 해지는 안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답변이다. 국내 ISP 3사의 최저 보장 속도를 보면 이런 현상은 확연해 진다.
업체 | 상품 | 속도 | 최저 |
---|---|---|---|
KT | 라이트 | 50M | 1M |
스페셜 | 100M | 5M | |
SK | 스피드 | 10M | 1M |
광랜 | 100M | 5M | |
파워콤 | 프라임 | 10M | 1M |
광랜 | 100M | 50M |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ADSL 급의 보장 속도는 고작 1M에 불과하다. 최고 속도가 50M인데 보장 속도는 1M, 50분의 1, 2%에 불과하다. 또 100M급의 보장 속도는 조금 낫기는 하지만 고작 '5M'에 불과하다. 파워콤은 최근에 최저 보장 속도를 50M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에서 보장하는 최저 속도가 최고 속도의 5%에도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실정이기 때문에 더 이상 속도로 경쟁하기는 힘들다. 또 1G급 광랜이 나오지 않는한 속도 경쟁은 의미가 없다.
기본을 모르는 업체들
여기에 그동안 국내 업체들의 작태도 한몫한다. 국내 업체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한사람의 고객을 유치하는 비용보다 한사람의 고객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훨씬 싸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이다. 예전에 하나로 ADSL 라이트를 3년간 사용한 적이 있다. 하나로에 문의하면 VDSL를 설치할 계획도 없다고 해서 30M 속도가 나는 온세통신의 X-Cable로 갈아 탔다. 그리고 하나로를 해지하기 위해 전화를 하자 그쪽에서 내놓은 제안이 걸작이다.
속도는 프로로 해드리고, 요금은 만원 깍아드릴테니 그냥 사용하시면 안될까요?
군말없이 한 업체를 사용하는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이런 상황이니 다들 약정 기간이 끝나면 모두 다른 업체로 돈을 받고 이동한다. 이제는 속도가 빠른 업체가 아니라 돈을 많이 주는 업체가 초고속 인터넷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었다.
새로운 가능성, IPTV
지금까지 초고속 인터넷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가입했다. 그러나 회선 속도가 8M급에서 100M급 광랜으로 바뀌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 달라졌다. 가장 먼저 바람몰이에 나선 것은 인터넷 전화이다. 나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myLG070의 가입자 수가 10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여기에 번호이동이 가능해 지고 삼성 와이즈홈처럼 회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업체까지 인터넷 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전화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으면 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가격이 싸며 부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번호 이동도 가능하며 통화 음질도 깨끗하다. 따라서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통신비를 줄이려는 사람에게는 더할나위없는 선택으로 등장했다. 또 망을 가진 업체의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면 큰폭의 할인까지 해준다.
여기에 또 IPTV까지 등장했다. 과거 전파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TV를 인터넷을 통해 고화질로 볼 수 있다. "한국은 하나의 거대한 랜"이라는 표현처럼 잘 구축된 망이 이제는 TV와 방송의 개념까지 바꾸어놓고 있는 셈이다. 팝폴더라는 작은 웹 하드 업체로 시작한 그래텍의 급속한 성장도 따지고 보면 IPTV에 있다. IPTV의 성장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시장 확대이다. IPTV가 보편화되면 케이블 TV 사용자와 스카이라이프와 같은 위성 TV의 사용자를 빼았아 올 수 있다. 즉, IPTV의 등장은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의 경쟁에서 케이블 업체와의 경쟁으로 확대된 것이다.
현재 초고속 인터넷 업체 중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업체는 파워콤이다. 어느 대리점을 통해 가입하던 파워콤에서 제공하는 경품과 현금이 가장 크다. 파워콤은 초고속 인터넷, myLGTV, myLG070을 가입하고 LG텔레콤으로 번호 이동을 하는 이른바 QPS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음 날 바로 70만원의 현금을 넣어 준다고 한다. 파워콤이 이런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IPTV에 의한 시장 확대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이 반드시 사용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이기 때문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으면 전화도 되지 않는다. TV도 볼 수 없다. 설 연휴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경품으로 제공되는 비용은 모두 사용자가 부담하는 사용료라는 점이다. 속된 말로 기존 가입자의 돈을 뜯어 신규 가입자에게 주는 천박한 마케팅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한 사용자가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점이다. 아무 대안없는 우리사회의 모순은 여기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