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씨트콤 '세친구'를 기억하세요?
정웅인, 윤다훈, 박상면
뚱뚱하고 능력없고, 주변머리 없는 '박상면'.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여자 꼬시는데 투자하는 바람둥이 '윤다훈', 공부도 잘하고 능력도 좋지만 고지식한 정신과 의사 '정웅인', 정웅인의 여동생으로 나이를 불문한 국경없는 사랑으로 푼수를 떠는 '이의정', 황당하며 독특한 캐릭터로 잠시 출연했다가 고정이 되버린 '이동건', 정웅인의 동료 의사로 정웅인을 사랑하는 '안문숙', 이의정의 친구로 역시 정웅인을 짝사랑하는 사극, '안연홍', 그래머 정간호사, 카페 주인 박종원과 박상면의 누나, 반효정 등 정말 캐릭터 하나 하나가 개성이 있다.
세친구와 안녕! 프란체스카
지금까지 방영된 씨트콤 중 기억나는 것을 꼽으라고 하면 독신 세남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세친구, 드라큘라라는 특이한 소재로 시즌 3까지 방영한 안녕! 프란체스카, 환경이 다른 두 가정의 평범한 일상, 삼각관계, 여기에 미스테리를 접목한 김치, 치즈, 스마일, 무인도에 난파된 홈쇼핑 직원들의 무인도 표류기와 음모를 다룬 크크섬의 비밀 정도이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누린 거침없이 하이킥이 빠져있다. 그러나 나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우영이와 우엉맘이 웃으면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보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저게 재미있어?"였다. 기본적으로 시트콤은 과장된 연기가 아니라 상황이 웃음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거침없이 하이킥"은 상황 보다는 과정된 연기에 의존한 부분이 많았다. 재미있고 없고의 여부는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다.
세친구, 프란체스카, 김치, 치즈, 스마일, 크크섬의 비밀은 가끔 시간이 지나 다시 봐도 재미있다. 세친구는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서 많이 따왔다고 한다. 그러나 프렌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단 한번도 프렌즈를 끝까지 본적이 없다. 또 보는 내내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아마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문화)가 다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방영한지 오래되서 VOD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 세친구
요즘은 CD도 모으지 않고 드라마도 모으지 않기 때문에 하드 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는 동영상은 거의 없다. 그러나 몇년째 이 동영상은 가지고 있다.
정웅인, 윤다훈, 박상면
요즘 일을 하면서 며칠 전부터 세친구를 다시 보고 있다. 뚱뚱하고 능력없고, 주변머리 없는 박상면 모든 출연진이 등장한 23회 특집
또한 상황이 만드는 웃음 또한 상당히 절묘하다. '치질에 걸린 정웅인'. 의사를 빼면 자신의 고통을 하소연할 사람이 없다. 치질 때문에 팬티가 버리는 것을 보고 생리대를 사려고 한다. 생리대가 부끄러운 정웅인. 여러 물건과 함께 슬쩍 생리대를 담는다. 그리고 카운터. 생리대의 바코드가 찍히지 않는다. 결국 마트 직원은 큰 소리로 "생리대 바코드가 찍히지 않는다"고 소리친다. 똥씹은 표정이 된 정웅인.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과 그 상황이 만들어 내는 웃음 절묘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상황이 만들어 내는 이런 웃음은 매회 계속된다.
바람둥이의 본질을 간직하고 있는 윤다훈의 작업 수준도 상당히 놀랍니다. 공원에서 애완견을 끌고 나온 '킹카를 발견한 윤다훈'. 지나가는 사람에게 개줄만 산다. 그리고 개줄을 끌고 킹카 앞에서 애완견의 이름을 부르며 슬피 우는 윤다훈. 결국 이것 하나로 승부는 끝난다. 윤다훈의 작업 공식 역시 보다 보면 상당히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윤다훈과 박상명이 명절연휴 전날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서 잠이든다. 그리고 다음 날. 건물의 모든 문이 잠겨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다 생각난 휴대폰. 정다훈의 휴대폰은 이미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 '박상면의 전화기는 간신히 전화 한통화를 할 수 있는 상황'. 누나 반효정에게 구조를 요청하려고 전화하지만 반효정의 잔소리에 말한마디 하지 못하고 끊어진 전화. 그리고 벌어지는 상황, 상황들. 애절하며 우습기 짝이 없다.
동창 모임에 "원장 선생님이 허준이면 안선생님은 예진낭자"라며 함께 가라는 간호사들. 그리고 터진 정웅인의 한마디. "예진낭자가 아니라 예진남자겠지". 언제나 썰렁한 유머를 구사하는 정웅인이지만 정웅인이 구사하는 썰렁한 유머도 캐릭터와의 어울림 때문에 알게 모르게 웃음을 준다.
썰렁한 그러나 웃긴 이동건
그러나 이런 썰렁 유머의 압권은 이동건. 윤다훈은 그래머의 노출벽이 조금 심한 여자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터진 이동건의 한마디.
저기 다리 꼬실 때 좀 조심하세요. 빤스가 다 보이네요. 그래서 저 치마를 똥꼬 치마라 그러나 봐. 그치?
아무나 할 수 없는 대사를 너무 천연덕 스럽게 하는 이동건. 정말 진지하다. 그러나 함께 연기하는 이의정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세친구를 다시 봐도 여전히 웃음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별것 아니다. 의외의 상황과 이 상황이 만들어 내는 웃음이 너무 절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풍자와 해학이 담겨있다면 더 좋겠지만. 다만 요즘은 이런 시트콤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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