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과 최진실

오늘 장자연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니 중앙일보의 기사 하나가 눈에 띈다. 디지털 사회 '카더라' 망령에 무너진다라는 기사다. 기사를 읽어 보면 알 수 있지만 '장자연 리스트'가 '카더라 통신'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파되고 있고 이 것은 '카더라 통신'으로 죽음까지 몰고 온 '최진실 사건'과 닮아 있다는 기사다.

권력과 부정한 사회의 희생자인 '장자연'과 '최진실'을 연결시키는 그 의도는 뻔하다. 며칠 전 진중권 교수가 진보신당 당원 게시판에 올린 장자연 사건..이라는 글 때문이다. 이런 '카더라' 수준의 글을 진중권 교수가 올린 이유도 뻔하다. '장자연 리스트'에 어떤 사람이 올라와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자연 리스트 공개의 중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그 동네를 잘 아는 사람들한테 사석에서 들은 얘기인데, 장자연씨의 접대 명단에 오른 사람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나 봅니다. 그 명단에는 '모 신문사주 아들놈'도 들어가 있다고 하고, '국회의원놈들'도 들어가 있다는 얘기도 있고.... 들리는 얘기가 심상치 않네요. 만약 시중에 떠도는 그 얘기가 맞다면, 명단이 공개될 경우 사회적으로 충격이 엄청나게 클 것 같습니다.

경찰에서는 아직 명단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명목으로 신원을 감춰줘야 야 할 사안이 아닌 듯합니다. 일단 이게 연예계의 노예계약이라는 불법과 관련된 명백한 범죄행위와 관련이 있고, 연기자의 자살이라는 극단적 사태를 결과로 낳은 사건이니만큼, '성 접대 받은 인간들 명단은 반드시 공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 운운하며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했던 언론들, 이제야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그 명단들 공개 좀 했으면 좋겠네요. 이미 모든 언론사에서 그 명단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강호순의 경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법을 어기고 사진을 공개했지요? 지금이야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그 명단 까야 합니다. 젊은 연기자를 죽음에 몰아넣은 공범들이 누구인지, 사회는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언론은 '진중권 교수의 본의는 무시'하고 첫 문단의 '카더라'에만 집중하는 황색언론 본연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기사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명단 공개에 대한 내용은 없다. 다만 이 글을 잠재우려는 듯 인터넷의 '카더라 통신'이 있지도 않은 장자연 리스트를 무차별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것처럼 쓰고 있다.

평범한 주부에게 장자연은?

나는 장자연이 누군지 모른다. 꽃 보다 남자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꽃남의 여배우가 죽었다"는 소식도 기사가 아닌 아이 엄마의 입을 통해서 들었다. 단순히 한 여배우의 자살로 보였던 이 사건은 "장자연씨가 죽기전에 썼다"는 문건이 밝혀지고 '데쓰노트'가 있다는 이야기, 여기에 진중권 교수가 '장자연 리스트'의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그러나 평범한 주부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은 인터넷에서 떠 도는 소문과는 완전히 다르다. 며칠 전 아이 엄마와 친한 형수님과 함께 술을 마셨다. 장자연이 누군지도 몰랐고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술자리에서도 장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번 PD수첩에 출연한 이야기^[1]기 나왔다. 이렇다 보니 관심사는 자연히 TV로 옮겨갔다.

기획사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데
장자연한테 들인 돈이 얼만데, 게 얼굴 손대지 않은 곳이 없데

장자연 기획사에서 장자연에게 들인 돈이 많았고 그래서 "본전을 뽑기 위해 그런 일을 했다"는 기획사 동정론^[2]이 '장자연 리스트' 보드 더 퍼져있었다. 시사에 관심이 별로 없는 평범한 주부의 시각과 인터넷의 시각차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이 것이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3].

장자연 리스트 공개

기본적으로 장자연씨의 자살 사건은 기획사의 문제도 연예계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천민자본이 만든 사회, 정직하지 못한 우리사회의 자화상일 뿐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그 뿌리를 캐내 제거하지 않고 언제나 그 가지만을 쳐온 우리사회의 자화상인 셈이다.

진중권 교수의 글처럼 장자연 리스트에 대단한 인물이 나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장자연 리스트'는 공개되어야 한다. 인권이라는 현란한 이름 보다는 초라해진 정의가 우리사회에는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등신문 '조선일보'는 인권보다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이미 강호순의 얼굴 공개를 했으므로 '장자연 리스트' 역시 일등신문 답게 가장 먼저 공개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