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1년, 차단된 언로
이명박 정권 1년. 그런데 모든 언로는 차단당했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에는 '바른 말을 할 자유' 뿐만아니라 '틀린 말을 할 자유', 심지어 '틀린 말을 했어도 잡혀가지 않을 자유'까지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를 체포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사이버 망명을 시작했습니다. 설사 미네르바가 무죄로 풀려난다고 해도 이명박 정권은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얻었습니다. 바로 일벌백계 효과로 인한 '자기검열'입니다. 그러나 물러서서는 안됩니다. 제가 얼굴을 공개한체 인터뷰를 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목차
피디수첩 출연동기
어제 MBC 피디수첩에서는 용산참사의 풀리지 않는 의혹 중 하나인 폴리시아 방패를 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미네르바 구속의 영향을 다룬 피디수첩, 미네르바의 침묵을 방영했습니다. 미네르바에 대한 내용이 30분 정도되기 때문에 미네르바 특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네르바 덕분에 피디수첩에 출연했습니다"라는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저 역시 네티즌의 한명으로 제 의견을 말하기 위해 '피디수첩'에 출연했습니다.
지난 2월 1일 촬영을 했기 때문에 그 당시 바로 올릴까 싶었지만 일단 사안이 조금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방영 여부를 알 수 없어서 MBC 피디수첩 홈페이지에 관련 글이 올라오면 올리기로 했습니다. 2월 3일에 피디수첩의 방영이 있었기 때문에 2월 3일 이후에는 예고가 올라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방영 하루 전날까지 예고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2월 9일 오전에 예고가 올라온 것을 보고 올린 글이 "미네르바 덕분에 피디수첩에 출연했습니다"라는 글입니다. 이 글을 올릴 당시에도 "미네르바는 왜 구속 되었는가"라는 가제를 달고 있었기 때문에 '피디수첩' 제작팀에서 이 번회를 방영하기 위해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제목이 결정되고 내용에 대한 요약본이 올라 온 것은 어제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피디수첩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용산참사와 제 생얼굴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더군요.
방영하기 전에는 상당한 기대를 했습니다. 그 이유는 '미네르바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과 이런 '네티즌이 정부가 생각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 주기위한 것이었습니다. 즉, 제 모습 외에 아이들과 노는 모습, 우엉맘의 인터뷰까지 나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방영된 내용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특성상 가족과 지내는 모습은 방영되지 않았습니다[1].
조금 서운하기도 하고 또 안심이 되기도 한 부분이었습니다. 우리사회가 말할 수 있는 자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라면 아이들의 모습과 우엉맘의 모습이 공개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의 5공 시절을 연상하는 이런 상황에서 저 외에 가족의 모습이 공개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제 가족의 모습을 내보내지 않은 피디수첩 제작팀에게 감사드립니다[2].
가족들
주로 제가 나오기는 했지만 화면에는 제 가족이 모두 나옵니다.
우영이와 과학교구로 탱탱볼을 만드는 장면입니다. 탱탱볼을 만든 뒤 아이들이 상당히 좋아했기 때문에 방영되지 않은 것은 아쉽기도 하면서 또 안도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다만 이것을 왜 안도해야하는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
뒷편의 하얀 모자를 쓴 아이가 다예입니다. 돌사진이기 때문에 지금과는 조금 다릅니다. 다만 공통적인 의견은 돌 때보다는 지금이 더 예쁘다는 것입니다.
다예가 나온 것은 알았지만 우엉맘이 나온 것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우엉맘의 친구가 알려줘서 확인해 보니 정말 나오더군요.
얼굴을 공개한 이유
피디수첩에서 네티즌의 의견을 듣는 대목에서 얼굴을 공개한 사람은 저 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고 또 "용기가 있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저 외에도 맨 얼굴로 나오는 분들이 꽤 됩니다. 먼저 박찬종 변호사이 있습니다. 박찬종 변호사는 미네르바의 변호인이기 때문에 맨 얼굴로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외에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교수,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송호창 변호사, 이대희 프레시안 기자, 끌로틸드 르꼬즈 국경없는 기지회분이 맨얼굴로 나왔습니다. 물론 저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맨 얼굴로 나왔습니다. 반면에 '모자이크 처리된 사람'은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가족, 인터넷 논객입니다. 검찰은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 듯 아예 서면 인터뷰만 한 모양입니다.
미네르바와 가족이 모자이크 처리된 것 역시 당연한 일로 생각합니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또 인터넷 논객 역시 모자이크 처리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리는 대부분의 분들은 실명이 아닌 익명으로 활동하기 때문입니다[3]. 미네르바를 블로거로 표현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다음 아고라 논객과 블로거는 모두 인터넷 상에 글을 올립니다. 이 점은 아고라 논객과 블로거가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블로거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씁니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독립도메인을 사용'하며 다른 사람의 글에 댓글을 달 때는 자신의 필명(도아)과 자신의 블로그 주소를 남깁니다. 또 자신의 블로그 주소가 독립 도메인이라면 후이즈 조회를 통해 대부분 개인적인 정보까지 알 수 있습니다. 즉, 블로거 중 이런 분들은 이미 "실명을 사용해서 글을 쓰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즉 얼굴을 공개한 이유는 기자가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또 실명을 쓰는 것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제가 누구인지 알려고 하면 아주 간단히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블로거와 아고라 논객의 차이
블로그에 어떤 글을 써도 좋다.
그러나 발행에는 책임이 따른다.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블로그를 일인미디어로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블로거는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지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음 아고라의 논객은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처럼 비추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부분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는 분 중에 공무원이 있습니다. 이 분이 한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이 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도아님 블로그의 힘은 자유로움 이군요. 저는 이렇게 못씁니다"
모두 자신의 실명을 걸고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자신의 여건상 익명으로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분들도 많습니다. "회사에 반하는 의견을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쓴다"거나 "공무원이 정부 정책에 반하는 글을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마 블로거와 다음 아고라의 논객의 차이는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음 아고라의 최고 가치는 익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다음 아이디도 공개되지 않고, 단순히 자신의 필명을 인증하는 키로만으로 본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아고라에는 정말 다양한 의견이 올라 옵니다. 이런 익명성 때문에 허위사실이 유포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공감을 부르지 못하는 글은 절대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피디수첩 출연에 대한 반응
피디수첩에 출연했다고 하자 사람들의 반응은 딱 하나였습니다. '용감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런 일이 용감한 일이 된 세상에 대한 한탄입니다. 저 역시 단지 하나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왜 용감한 세상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런 세상은 우리가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블로거뉴스에 달린 댓글
독재의 서슬이 퍼런 5공 시절에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우리가 지난 50년[4]에 걸쳐 쟁취한 민주주의는 우리가 지켜야할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리고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검열 보다는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는 개나 소나 정치한다고 날뛰고, 이덕에 정치판은 개판이 된다. 정치판이 개판이 되면 정치는 타락하고 정치가 타락하면 사회 전체가 타락한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사회전체를 타락시키는 가장 나쁜 제도라는 것이다"[출처:이현 선생님의 강의에서 발췌]
소크라테스가 바라본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의 단점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발전 시킵니다. 그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5]입니다. "살아 있는 언론이 있으면 민주주의는 절대 죽지 않습니다". 탄압은 오히려 이런 민주주의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됩니다.
탄압보다 무서운 자기검열
언론의 탄압은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됩니다. 강제로 글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것과 스스로 글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것(자기검열). 강제로 글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두환 전대통령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스스로 글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어 다시 등장한 이명박 정권이 택한 언론통제의 수단도 바로 스스로 글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기검열은 가장 무서운 언론통제의 수단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한 인터넷 논객을 전격 체포함으로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검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강제로 글을 쓰지 못하도록 하면 글을 쓰지 못하게한 사람에게 비난이 돌아 갑니다. 그러나 스스로 글을 쓸 수 없도록 하면 그 비난은 스스로에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기검열의 무서운 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항상 자기검열을 합니다. 여기서 자기검열은 "잡혀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아니라 제 글에 "틀린점이 있지않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나", "명예훼손으로 걸릴만한 부분은 없나"와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하는 자기검열에 "잡혀가지 않을까"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설사 잡혀간다고 해도 저는 제 뜻대로 글을 쓸 생각입니다. 그 이유는 현 정권 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현 정권이 연장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은 1475일 남았습니다. 처음 이명박 대통령 퇴임 배너를 만들 때 1731일이 남은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준 셈입니다. 당연히 퇴임일 전에 내려왔으면 더 좋겠습니다. 또 방법이 있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을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존경한다는 김영삼 전대통령의 말로 끝낼까 합니다.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피디수첩 출연분
피디수첩의 제 출연분입니다. 못보신 분들을 위해 유튜브에 올린 것을 링크합니다.
아쉬운 점
촬영 중 아이디는 모두 모자이크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었습니다. 그런데 견찰은 모자이크 처리가 됐는데 일부 필명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필명만 공개된 것이기는 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만 이 또한 미네르바 구속의 효과라는 것이 씁쓸합니다.
마지막
내 호스팅 서버의 동거 사이트는?라는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피디수첩 출연 때문에 서버를 옮겼습니다. 원래 하루 3.5G의 전송량을 허용하는 웹 호스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전송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999,999M입니다. 기가 단위로 바꾸면 하루 999G의 전송량이 할당되어 있습니다. 동영상 사이트를 운영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전송량은 임시로 설정된 값일 뿐입니다.